[조선 중종]성절사 허관을 인견하고 아뢴 바를 빠짐없이 서계토록 하다

[조선 중종]성절사 허관을 인견하고 아뢴 바를 빠짐없이 서계토록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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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서 성절사 허관(許寬)을 인견하였다. 허관이 아뢰기를, ˝신이 연경(燕京)에 도착한 5~6일 경에 자세히 들으니, 공·오 두 사신이 조선 사람을 이렇게 대우해서는 안된다고 제독(提督) 역관(易寬)과 낭중(郞中) 백열(白悅)에게 열심히 말하였다고 합니다. 얼마 안 되어 문금(門禁)이 해제되었습니다. 8월 12일 하마연(下馬宴) 때에 정문(呈文)을 예부 상서(禮部尙書)에게 주었더니, 15일에 낭중 백열이 통문금 고시(通門禁告示)를 옥하관(玉河關)에 보냈습니다. 신이 서반(序班)에게 ˝고시(告示)가 매우 좋다. 그러나 제본(題本)으로써 법례(法例)를 만들면 더욱 좋겠다.˝고 하니 서반이 말하기를 ˝상서(尙書) 엄숭(嚴嵩)이 5일에 한 번씩 출입할 것을 지난해에 이미 당신 나라에 통고하였는데, 이제 또 한다는 것은 번거롭지 않은가.˝ 하였습니다. 역관(易寬)이 말하기를 ˝문금(門禁)이 이미 해제되었다고 하여 함부로 출입하지 말라. 나도 또한 이목이 있으니 당신은 마땅히 조심해야 할 것이다.˝ 하였습니다. 신이 이 말을 듣고 자제(子弟)와 군관(軍官)들을 계칙하여 함부로 출입하지 못하게 하였으며, 또 중도에서 관압사(管押使)와 진하사(進賀使) 두 사신을 만나서 이 내용을 말해 주었습니다. 신의 반송(伴送) 손계상(孫繼常)이란 자는 오 천사(吳天使) 와 서로 아는 사람인데 오 천사를 방문하고 와서 말하기를 ˝오 천사의 말이, 「지금 들으니 조선 사신이 왔다는데 그 국왕이 어찌 나에게 한 마디 말이 없는가. 또 백열은 나의 동년(同年) 친구인데 활쏘는 것을 몹시 즐기므로 활을 얻고자 한다.」 하였다.˝ 하였으나 신은 계상의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천정(吳天挺)이란 자가 있는데 오 천사의 두목(頭目)입니다. 통사(通事)를 만날 일이 있어서 왔다가 말하기를 ˝오 천사가 일찍이 국왕께 물품을 보낸 일이 있는데 이미 도착하였는지 모르겠다.˝ 하여 비로소 계상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고 신이 대답하기를 ˝우리 전하께서 천사에게 감사를 표하고자 하나 기회가 없어서 진달하지 못하였다.˝ 하였습니다. 또 신이 갖고 있던 활 두 장과 벼루 두 개를 오희맹과 백열 두 대인(大人)에게 나누어 보냈습니다. 그 뒤에 오 천사가 편지를 통하여 말하기를 ˝당신 나라에 다녀온 뒤로 국은(國恩)을 잊을 수 없다.˝ 하였고, 또 법첩(法帖) 1건을 신에게 주었습니다. 그 법첩 속에는 우리나라의 단자(單子)를 이어 붙이고 조선의 모든 내용을 죄다 갖추었는데, 사군(四郡)·삼한(三韓)과, 의주에서 서울에 이르는 일로(一路)의 원(院)·역(驛)과 서울의 목멱산·제천정(濟川亭), 한강의 양화도(楊花渡)·망원정(望遠亭)과, 각사(各司)의 명호(名號)와 재상(宰相)·제군(諸君)으로부터 아래로 3품 당상(三品堂上)의 이름에 미쳤으며, 급제의 방목(榜目)과 또 선위사·원접사·종사관 등 각 관원과 모든 통사의 성명이며 화초의 이름까지 기재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한권의 책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당신 나라를 잊지 않는 의미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또 벼루·활·도자(刀子)·동기(銅器) 등 물품을 갖고 싶어하여 대가를 보내어 사고자 하므로 신이 난처하여 신이 가지고 있는 벼루 5개, 활 4장과 행기(行器)·도자를 오 사신에게 보내고 말하기를 ˝이 물건이 매우 볼품이 없으나 내가 지니고 있던 물건이므로 드리어 정을 표시합니다.˝ 하였습니다. 8월 12일 오 천사가 채단(綵緞) 2필을 신에게 보여주며 ˝정의 표시일 뿐이다. 또 오늘 공 천사와 함께 방문할 것인데, 당신은 채단에 관하여 절대 치사(致謝)하지 말라. 아마 공 천사가 보면 괴이하게 여길 것이다.˝ 하였습니다. 식후에 공·오 두 사신이 과연 한꺼번에 내방하였습니다. 전하의 안부를 묻기에 신이 안녕하시다고 대답하고, 또 말하기를 ˝전일에 대인(大人)의 수서(手書)를 보니 대인의 용의를 뵈온 듯하였으며 또 정문(呈文)의 제본(題本)을 보고 더욱 감사하였습니다. 《황화집》을 잘못 인출(印出)한 관리는 이미 다 죄주었으며 잘못된 부분도 또한 다 바로잡았다. 또 상사가 보낸 천하도(天下圖)와 하사가 보낸 지도(地圖)·선자(扇子)를 우리 전하께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중략>
• 출처 : 『조선왕조실록』 중종 33년 11월 25일(을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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