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문왕, 하나를 버리고 셋을 취하다

경문왕, 하나를 버리고 셋을 취하다

분류 문학 > 현실적인물형 > 현자(賢者)형

• 갈래 : 전설
• 시대 : 삼국
• 신분 : 왕족
• 지역 : 기타
• 출처 : 삼국유사 ()
• 내용 :
신라의 48대 경문왕은 원래 왕실의 혈통이 아니었다. 그의 원래 이름은 응렴으로 화랑이었는데, 열 여덟살 때 화랑의 국선이 되었다. 어느 날, 47대 임금인 헌안왕이 그를 궁으로 불러 잔치를 베풀어주었다. 왕은 응렴에게 국선이 되어 어떤 일을 보았는지를 물었다. 그는 “저는 행실이 아름다운 세 명의 사람을 만났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왕이 그 사람들에 대해 묻자, “한 명은 남의 위에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졌음에도 겸손해서 남의 아랫자리에 앉은 이였습니다. 또 큰 부자이면서 검소한 차림을 한 사람이 두 번째 사람이며, 마지막 세 번째 사람은 존귀하고 세력이 있으면서도 위세를 부리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이 세 명의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하고 대답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감탄하며, 사위로 삼겠노라고 말했다.

왕에게는 아들이 없고, 두 딸이 있었는데 맏 공주는 용모가 변변치 못했지만, 둘째 공주는 아름답기로 소문이 났었다. 응렴은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과 어느 공주와 혼인할까를 고민했다. 그리고는 아름다운 둘째 공주와 혼인을 해야겠다고 내심 생각을 하고 있는 차에, 화랑의 우두머리인 범교사가 집으로 찾아왔다. 이 소문을 듣고 응렴을 찾아온 범교사는 물었다. “임금님께서 사위로 삼겠다 하셨다는데 그 말이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어느 분과 혼인하실 생각입니까” “부모님과 저는 둘째 공주와 혼인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범교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국선이 둘째 공주님과 혼인을 하신다면, 저는 국선 앞에서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맏공주님과 혼인을 한다면 반드시 세 가지 좋은 일이 생길 것입니다.” 응렴은 범교사의 말을 새겨듣고는, 왕에게 가서 첫째 공주와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왕은 아주 기뻐하며 혼인을 시켰다.

그리고 얼마 후, 헌안왕은 병이 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 전의들이 성심을 다해 치료했지만,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되어 손쓸 수가 없게 되었다. 왕은 신하들을 불러 말했다. “내게는 아들이 없고, 다만 딸이 둘 뿐이니 내가 죽은 뒤에는 맏딸의 남편인 응렴에게 보위를 물려줄 것이오.” 헌안왕은 이 유언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고, 그리하여 응렴이 왕위에 오르니 바로 48대 경문왕이다. 경문왕이 즉위한 후, 범교사가 찾아와 말했다. “제가 전에 말한 세 가지 좋은 일이 모두 다 이뤄졌습니다. 첫째로 왕위에 오른 것이고, 둘째로 아름다운 둘째 공주도 쉽게 얻으실 수 있으며, 셋째는 돌아가신 임금님을 기쁘게 해드린 것이지요.” 범교사의 현명함에 다시 한 번 감탄한 경문왕은 그에게 벼슬을 내리며 고마워했다고 한다.

연관목차

999/1461
용맹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