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깍아 공양한 유씨부인

머리를 깍아 공양한 유씨부인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보은설화

• 주제 : 보은
• 국가 : 중국
• 시대 : 당나라
• 참고문헌 : 홍찬전

홍조(弘照)스님은 나이 20살에 출가하여 바로 법화경을 독송해서 몇 달 안되어 수계(受戒)하였다.
종남산(努南山)에 집을 짓고 법화경을 1천 번 독송하기를 서원하였는데, 자주 신이 와서 도와주고 보호해 줌을 느끼고, 또 눈이 깊이 쌓여 길이 막히고 양식은 겨우 한말밖에 안남았는데, 20여 일을 먹어도 줄지 않았다.
뒤에 친구 이신(騷信)과 한 거사와 함께 한산(寒山)으로 옮겨가 초막을 짓고 다시 수행을 계속했다.
하루는 홀연 길이 1백자나 되고 머리 높이가 한 길이나 되는 오색 무늬의 큰 뱀이 암자 앞에 와서 머리를 떨어뜨리고 스님의 법화경 독송을 들었다.
홍조스님은 처음에는 크게 놀라 몸이 떨려서 감히 바로 보지도 못하다가, 대비심을 일으켜 큰 소원을 생각하고 합장하고 눈물을 흘리며 목소리를 높여 경을 외웠다.
뱀은 끝까지 듣고 잠시 후에 물러갔다.
이로부터 뱀은 계속해 와서 경을 들었는데, 홍조스님은 뱀이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것을 잘 알았지마는, 그 비린내가 싫고 그 모양이 두려워서, 거사더러 뱀을 쫓아버리라고 했다.
그래서 거사는 밧줄로 뱀의 목을 읽어 끌어다가 깊은 숲 속 큰 나무에 매어 놓았다.
밤이 되어 스님과 이신과 거사 세 사람은 똑같은 꿈을 꾸었다.
한 여인이 나타나 눈물을 흘리고 슬피 울면서,
「제자는 이 산의 신녀(神女)입니다. 본래 법 듣기를 좋아하여 여러 번 추한 모습으로 법중(法衆)을 많이 범했습니다. 이제 쫓겨나 스님을 하직하고 멀리 가게 되어 다시는 대승 독송하시는 것을 듣지 못하게 된 것이 한입니다.」
하였다. 세 사람이 놀라 깨어 서로 꿈 이야기를 하였다. 뱀이 죽은 것이 아닌가.
더러 의심이 나서 횃불을 들고 숲 속으로 찾아가 보니 과연 뱀이 죽어 있었다.
거사는 땅에 쓰러져 흐느껴 울며 진심으로 참회하고 사과하였다.
이어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뱀을 위해 경을 외우고, 또 친승재(千憎齋)를 베풀기로 하였는데, 우연히 암자 옆에서 많은 은을 얻어, 산에서 내려가 재 올릴 물건들을 풍족히 장만하였다.
홍조스님이 일찍이 어느 마을에 이르렀는데, 유씨(劉氏)라는 가난한 여인이 스님을 공양하기를 청했다.
스님은 그의 뜻을 가엾이 여지 그 집에 머무르기로 하였다.
이레를 묵는 동안에 여인은 양식이 떨어졌다.
스님은 떠나가려고 했으나 신녀(信)가 더 묵어가시라고 간곡히 만류하여 스님은 그냥 머물러 있었다.
여인은 공양할 길이 없어서 마침내 머리털을 잘라 팔아서 양식을 마련하였다.
다시 이레가 지나갔다.
홍조스님이 다시 떠나려고 하니, 가난한 여인은 슬피 울며 굳이 만류하여, 스님은 또 떠나지 못했다.
여인은 머리털까지 잘라서 팔아버렸으므로 이제는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어서, 밤새도록 잠도 자지 못하고 근심하고 한탄하였으나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손으로 머리를 만지니 머리털이 전처럼 나 있었다.
놀랍고도 기뻤다. 곧 머리를 잘라서 팔았다.
다시 이레가 지나니 머리털은 또 전처럼 자랐다.
이렇게 하기를 세 번, 스님은 이미 오래 묵으면서 공양을 받았는지라, 의발(依鉢)을 챙겨 들었다.
이제는 더 머물러 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여인은 머리를 조아려 경례하고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낱낱이 이야기 한 다음,
『스님께서는 공양드릴 것을 가지고 오신 것입니다.」고 하였다.
홍조스님은 이 말을 듣고 목이 메어 말을 못하다가,
『변변치 못한 이 몸이 그런 후의를 받다니‥‥‥‥」
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홍조스님은 영순(永淳, 서기 662~683)연간에 갑자기 아무 병도 없이 감천사(甘泉寺)에서 입적하였다.
사중(四衆)이 다비를 하였는데 오직 혀만이 타지 않고 생시와 같았다.
경희사(慶喜寺) 주지 계인(戒因) 등이 깊이 세속에 젖어 그럴 리가 있으냐고 하고, 절의 스님들과 속인 등 5백 명과 함께 나무와 술 여러 수레를 마련해 가지고 가서 다시 홍조스님의 혀를 태웠다.
열 번을 태워도 모양과 빛이 조금도 변하지 아니하여, 계인스님 등은 모두 깊이 참회하고 그 혀를 향함(香函)에 담아서 두고두고 공양하였다.

<弘贊傳 第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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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7/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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