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쇄현수

병쇄현수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자재설화

• 주제 : 자재
• 국가 : 한국
• 시대 : 신라
• 지역 : 전라도
• 참고문헌 : 부설거사법전록

경주 불국사 중 영조(靈照), 영희(靈熙)와 부설(浮雪)은 3계초출의 기상을 하고 마음대로 공부를 하고자 오대산 상원사 문수도량으로 가는 길이었다.
날이 저물어 두릉 백연지 구무원(仇無寃)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밤사이에 무언의 딸 묘화(妙花)가 부설에게 연모의 정을 금치 못해 중병으로 눕게 되었다.
부설은 이것도 하나의 인연인지라 하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영조 영희에게 말하였다.
「반야지(般若智)의 대도를 깨치는 데는 차별이 곧 평등이라는 진리를 깨침으로써 얻었지마는 실제 대도를 행함에 있어서는 평등이 곧 차별이라는 무등행(無等行)을 해야 하며 부처님의 대자대비는 무연자비 (無緣慈悲)임을 깨달았으나 그렇다고 인연 있는 중생을 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불법은 한 물건도 버리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제 이러한 당상에서 부처님의 자비를 버린다는 것은 참 불자의. 행이 아니니 우리 10년 후에 만나 도심을 겨루기로 하고 여기서 헤어지기로 하세.」
생각하니 너무나도 허망하고 우스운 일이라 영조 영희는 말 한마디 못하고 길을 떠났다.
부설은 그녀와 결혼하여 새살림을 시작하니 날이 새면 밭에 나가 씨를 뿌리고 소를 먹이며 나무를 하고 김을 매되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이렇게 날이 가고 달이가고 해가 지나는 동안 부설에게는 벌써 식구가 불어나기 시작하였다.
아들 등운을 낳고 딸 월명을 낳으니 처부모를 합하면 여섯 식구가 되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조금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어느 날 부설이 똥지게를 지고 밭으로 나가다가 영조 영희를 만났다.
벌써 약속한세월이 다 지난 것이다. 부설은 그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약속한 대로 도심을 시험하였다. 높이 천정에 노끈을 매고 물 세병을 담아 꼭 같이 매달았다.
그리고 세 사람은 똑 같은 방법으로 그 병을 방망이로 쳐 병의 껍질을 벗겨내기로 하였다.
영조 영희의 순서로 병을 쳤으나 이는 마치 물속의 달을 건지는 것과 같았다.
물이 공중에 붙어 있을리 없다.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인가?
부설이 친 병은 신기하게도 병만 깨어져 땅으로 떨어지고 물은 담연의적(湛然凝寂), 그대로 허공에 매어 있지 않는가.
이에 놀란 영조 영희는 머리를 조아려 부설에게 큰 절을 하고 공부의 지름길을 가르쳐 달라 하였다.
부설은 단정히 않아 큰 소리로 외쳤다.

「눈으로 보아도 본 바가 없으면 시비가 없고
驪無所見無分別 여무소견무분별
귀로 들어도 소리가 없으면 분별이 없다.
琴聽無聲證是非 금청무성증시비
분별 시비 다 놓아 버리면
分別是非都放下 분별시비도방하
다만 자기 마음 부처에 귀의함을 본다.
但看心佛自歸依 단간심불자귀의」

영광(靈光)이 홀로 드러나 근진(根塵)을 벗어 버리면 진상(眞常)의 본체는 생사거래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환신이 생멸을 따라 유전하는 것은 병이 부서지는 것과 같고 진성이 본래 영명하여 상주하는 것은 공중의 물과 같다.
그러므로 공부의 요제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스스로 자신을 반조하여 자성에 그늘이 어지러움이 없으며, 우치가 없도록 하는 것이니 만일 그렇게 한다면 걸음걸음마다 3계를 뛰어나고 6도를 벗어난 것이다.

<浮雪居士法傳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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