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의 이방인

한산의 이방인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자재설화

• 주제 : 자재
• 국가 : 중국
• 시대 : 당나라
• 참고문헌 : 한산시

한산이 어떤 사람인가는 너무도 잘 알려져 있는 것이지만.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보고 말한 것을 스스로 읊는 시를 보면 그가 누구인가를 더욱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사람들이 한산을 보고 말한다.
미친사람이라고.
얼굴은 세상의 눈을 끌지 않고
몸엔 다만 베옷을 걸쳤을 뿐
내 말은 남이 모르고
남의 말은 내가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알린다.
왕래하는 자는 한산에 가볼 것이라고―.

눈에 보이는 사람들이 돌아보니 전생에 모두 자기였으나 몸을 뒤쳐 바꾸고 보니 모두 남과 같이 보였던 가보다.
그래서 그는 어느 곳에서나 자기를 보고 자기의 말을 한다.
내가 너를 보니 낱낱이 모두 의기가 충천하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죽으면 한 줌의 흙이 될 것 인데, 넓이는 4척 길이는 2척, 네가 만약 사람 앞에 나오기를 좋아한다면 와서 의기를 한번 다투어 보라.
나는 그대를 위하여 비석을 세우리라.
그런데 그의 말은 너무도 직선적이고 크고 발랐으므로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
어쩌면 그의 집은 아마도 한산의 토굴 묘혈(墓穴)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따라서 그의 시는 묘혈과 관계있는 것이 많다.

몸이 있는가 없는가?
이것이 나인가 아닌가?
이렇게 깊이깊이 생각하고
천연히 바위에 의지하여 앉는다.
방 사이로 청초(靑草)는 자라고
정수리 위에서는 홍진(紅塵)이 나부낀다.
그런데 벌써 본다.
저 사람의 영상(靈床)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는 것을―

그러나 그렇다고 눈물을 짓는 것은 속인이지만 이들의 눈에는 오히려 별빛이 초롱초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운문문명(雲門文熐)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총상(塚上)의 지초(芝草)」
라고, 어떤 사람이 와서
「만가지 일을 다 놓아버린 뒤에는 어떠합니까?」
한 질문에 답한 말이다.
사람들은 영상에 술 고기를 놓고 슬퍼하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그러나 도인들은 이미 묘속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묘 위의 풀처럼 새 세상을 살아간다.
이에 입에 매어 돌아다니던 윤회는 이미 단절됐다 할지라도 마치 날카로운 새소리가 깊은 산의 유적 (幽寂)을 일깨우듯 생멸하는 청초(靑草)가 불생멸의 소식을 전한다.
그러기 때문에 한산은 이렇게 노래한다.
스님은 계를 지니지 않고
도사는 약을 먹지 않는다.
옛부터 많고 적고 어진 사람들은
청산의 다리다.

계를 위한 계, 장수를 위한 약이 아니라
청산의 다리로서 계요, 약이라는 말이다.
어느 곳에서 청산을 보지 않는 자 있으랴.
그러나 청초를 깊이 살피는 사람은 적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생사의 비유를 알고자 하면
잠시 얼음과 물을 생각하여 보라
맺힌 물을 생각하여 보라
얼음은 녹아서 도리어 물이 된다.
죽으면 다시 태어나고
태어나면 죽는다.
얼음과 물이 상극이 아니듯
죽고 사는 것도 또한 이와 같이 아름답다.
그렇지만 그 속에 무상이 있는 것을 어찌하랴.
어제 하수가에서 나무를 보았는데
오늘 두어줄기 남아 있고
천만 도끼자국만 가득하네.
서리는 누렇게 시들은 잎을 벗기고
파도는 마른 뿌리를 치네
태어나면 곧 당연히 이렇게 될 것인데
건곤(乾坤)을 원망하여 무엇하랴.

이것은 그래도 비유다.
직설주왈(直說呪曰)로 한다면 더욱 처절하다.

내 가는 길목에 고분을 본다.
눈물이 다할때까지 존몰(存歿)을 한탄한다.
무명은 허물어져 황장(黃腸)을 누르고
관은 깨어져서 백골을 드러낸다.
깨어진 사기는 밥 먹던 그릇이요
흩어진 유물은 이력을 노래한다.
햇빛은 다리미질
바람은 울렁울렁
한 줄기 회오리 바람에 피줄마저 흩어지네.

오늘은 이절 내일은 저절, 절간 후원 마룻바닥 수체구멍에 흩어져 있는 나뭇가지, 불은 밥티를 큰 대통에 담아 그것으로 연명하며 혹 습득을 만나면 박수치고 노래하며 무상도 잊고 열반도 잊었던 사람들, 그들의 웃음 속에 지금도 대지엔 아름다운 보리(菩提)의 꽃이 핀다.
<한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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