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오대사의 역경

• 주제 : 견성
• 국가 : 중국
• 참고문헌 : 속편영험설화

옛날 중국에 철오(徹悟)대사란 분이 있었다.
행실이 깨끗하고 수행이 법다워 젊은 수좌로 평판이 높았다.
이 스님이 계신 절에 불공을 갔던 한 보살님이 큰 스님의 법음을 듣고 느낀 바가 있었다.
『어두운 세상에는 등불이 필요하다. 밝은 등불 하나만 가지면 천지를 비출 수 있다.
그래 그 말씀이 옳아. 내 반드시 한 개의 큰 등불을 조성하리라.』
이렇게 속으로 다짐하고 오면서 곰곰이 생각하였다.
『공부하는 스님들께 쌀 옷을 대준다?
그것도 한 두 분이 아니라 우리의 능력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고, 또 공부하시는 스님들도 절에 있으면 절도 지킬라 불공해 줄라.
아주 시간을 많이 빼앗기니 차라리 토굴을 지어 수좌 한 분을 모시고 같이 공부하리라.』
보살님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을 시켜 목재를 구하고 땅을 사서 8평 한가한 정사를 지었다.
명칭은「견성원(見性院)」이라 붙였다.
마음을 깨닫게 하는 집이란 말이다.
보살님은 집을 완성해 놓고 주지스님을 찾아가 부탁하였다.
『20년 결사(二十年結使)에 가닥을 낼 수 있는 스님 한분만 소개하여 주십시오.』
『좋소.』
스님은 즉시 철오대사를 소개하였다.

당시 나이는 겨우 19세 꽃다운 시절이었다.
철오대사는 늘 부처님의 위대한 출가상에 6년 고행상을 생각하면서,
『나도 그렇게 하여 한번 크게 대오(大悟)를 성취해 보리라.』
꿈꾸었다.
그리하여 그는 그의 스님의 말씀을 듣고 즉시 그 곳으로 옮겨가 그 보살님의 시봉을 받으며 20년을 하루 같이 정진하였다.
39세가 되던 어느 날이다. 보살님께서 그의 막내딸에게 일렀다.
『오늘이 정진을 시작한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오늘만은 네가 스님께 공양하라.」』
딸은 20년 동안이나 정성껏 어머님께서 받들던 스님이시기 때문에 정말 정성을 다하여 목욕재계하고 음식을 준비하였다.
그리고 사시(巳時)가 되어 재를 올린 뒤에 스님 방으로 공양상을 들고 갔다.
꽃다운 처녀의 손으로 또 거기에 정성의 양념을 곁들어 준비한 음식이라 맛이 있었다.
『잘 먹었습니다. 성불하십시오.』
처녀는 합장을 하고 상을 물린 뒤에 어머니께서 일러주신 대로 스님의 무릎에 가서 사뿐히 앉았다.
스님은 당황하여 얼굴을 붉히더니 그만 여자를 밀어 내던지면서 말씀하셨다.
『삼동(三冬)에 난기(煖氣)가 없도다.』
밀쳐 버렸다.
막내딸은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앞에는 어머니 뒤에는 스님, 그 사이에서 어찌 한단 말인가, 너무나도 기가 막혀 큰 울음을 터뜨리고 나가 버렸다.
그 때 보살님이 들어 오셔서 부지깽이로 스님을 몰아냈다.
『가시오 떠나시오. 20년 동안 밥충이 노릇을 한 스님, 이제 우리 집에서는 스님 같은 분이 필요치 않습니다.』
스님은 어이가 없어 문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산책삼아 몇 발짝 옮기고 있는데 뒤에서 따가운 불빛이 비쳐왔다.
『이게 웬일인가?』
돌아보니 벌써 그 집에 불이 붙어 하늘까지 타올랐다.
두 번 다시 발붙일 수가 없게 되었다.
그 길로 이 스님은 길을 걸으면서 계속 생각하였다.
『이 무슨 일인고.』
『어떻게 했어야 집에서 쫓겨나지도 않고 절도 태우지 않고 보살님도 편안하게 해 드릴 수 있었을까?」
그 후 스님은 20년 동안을 생각하여 주유천하 하였다.
갑자기 한 생각이 툭 터졌다.
『불성무선악(佛性無善惡)
불성무남녀(佛性無男女)
불성무장단(佛性無長短)
불성무염정(佛性無染淨)』

불성에는 선악도
남녀도 없고
장단도 없고
염정도 없다는 말이다.

『아, 바로 그것이야 그것.』
하고 그곳을 찾아가 보니 그 딸은 이미 시집가고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절터는 쑥밭이 되어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바로 그것이야 그것」한「그것」이란 무엇인가.
남녀의 상(相)이요, 염정의 상이며 선악의 상이다.
불성에는 원래 선악 염정이 없는 것인데 비구가 여자를 보았고 승속을 구분하였으며 염정을 세웠다.
『부정하게 청정한 비구 앞에 여자가-』
이것이 바로 그에게는 최대의 악마였다.
그는 그 악마를 퇴치하는데 자그마치 20년이 걸려 철오 하였다.
그래서 그의 이름이 철오(徹悟)대사가 되었다.
전기는 잘못 붙으면 누전이 되어 금방 불이 난다.
불이 나면 그 선(線)만 못쓰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집의 등불까지도 모두 꺼버리게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누전이 두려워서 선을 접촉시키지 않는다면 언제나 세상에는 어둠이 가실 날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 스님은 언제 붙어있어도 누전되지 않고 정전되지 않는 그런 등불이 세상에 밝게 비추고 있으면 세상의 뭇 어두움은 모두 가시게 될 것이라고 법문하셨던 것이다.
20년 후에 후회하며 깨닫는 철오(徹悟)대사의 견성을 본받아 우리는 그런 과오를 법하지 않고도 언제나 밝게 빛나는 불성의 전등을 환히 빛낼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속편 영험설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