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안이 정한 날짜에 가다

괴이안이 정한 날짜에 가다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자재설화

• 주제 : 자재
• 국가 : 중국
• 시대 : 명나라
• 참고문헌 : 화엄경영험록

오경은 처음 중이 되었다가 환속하여 전처와 후처에서 두 아들을 낳고 술도 마시고 짐승도 잡아 무슨 일이든지 가리지 않고 하므로 마을 사람들은 소나 개, 돼지 같은 짐승을 잡게 되면 반드시 그를 불러 시켰다.
그러면 오경은 짐승을 잡으면서
「이 몸을 벗고 좋은 곳으로 가라.」
하고 염불하였다.
또 고기를 설고 볶을 때나 적을 지질 때도 항상 염불을 계속하여 죽은 혼령들을 위로했다.
그런데 한번은 눈 위에 달걀만한 혹이나 아무리 치료하여도 낫지 않는지라 근심하고 걱정하다가 다시 산중으로 들어가 암자를 짓고 처자를 이별하고 오직 염불하고 참회하였다.
소흥 23년 가을, 동네 사람들에게 말했다.
「내가 장차 갈 때가 되니 나를 도와 높은 소리로 염불해 주시오.」
사람들이 염불하자 베 저고리를 전당 잡혀 술을 사서 마시고 저고리 끝에 송문(頌文)을 지었다.

「술과 같이 모두 비었네
무슨 선종을 물으리오
오늘은 편안하고
내일은 밝은 바람이로다.」

그러고 단정히 앉아 합장하고「부처님 오신다.」하고 그만 숨이 끊어졌다.
또 당나라 곽신호는 도살을 생업으로 하여 하루에도 소와 돼지를 수십마리씩 잡았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그 때 종복사(宗福寺) 알률(謁律) 선사께 다니면서 불공도 하고 재도 올리고 법문을 들었다.
하루는 어머니가 말하였다.
「절에 가자. 내가 오늘 너를 위하여 채를 베풀었다.」
곽신호는 마음에 가책을 느껴 차마 부처님을 뵈올 자신이 없으나 어머님의 정성을 생각하여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 절에 같이 가기는 하였으나 법당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함께 들어가 절하자.」
「제가 어찌 부처님을 뵈올 수 있겠습니까?」
「지성으로 참회하면 어떠한 죄도 멸한다. 원이 없고 인연이 없으면 부처님도 어찌할 수 없나니 가릴 것 없다.」
할 수 없이 들어가 함께 하였더니 알률선사가 화엄경 4구게(若人欲了知<약인욕료지> 三世一切涕<삼세일절체>應觀法界性<응관법계성> 一切唯心造<일절유심조>)를 일러 주었다.
그는 다시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항상 이 게송을 잊지 않고 읽었다.
그런데 하루는 무상 살귀가 그의 혼백을 지옥으로 끌고갔다.
명왕이 세상의 선악을 비교해 보니 효(孝)는 많고 악은 적고 의(義)는 많고 사(邪)는 없었다.
그러나 도살을 한 죄가 태중한지라 명왕이 사자에게 명하여 3혼 7백을 병에 넣어 지옥으로 갔다 버리라 하였다
혼백이 막연하여 이러하지도 못하고 저러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 때 마침 알률선사가 나타나 말하였다.
「너는 어찌하여 사구게를 잊었느냐?」
곽신호는 정신을 차리고 큰 소리로 외쳤다.
「약인욕료지 삼세일체불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
병마개가 터지고 지옥은 변하여 연못으로 변하고 고통 받던 중생들이 무수히 절하며 천상으로 올라갔다. 놀란 사자가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그런 경을 배웠는가?」
「종복사 알률선사께 배웠노라.」
「명왕이 그 공덕으로 다시 나가 효도하라 하니 가시오.」
하고 부러운 듯 쳐다보며 뒤로 돌아서 곽신호를 밀했다.
3일 만에 깨어나 보니 집사람들은 초상준비에 바빴다.

그 뒤 곽신호는 더욱 정성을 다하여 염불하다가 3월 3일 맑고 깨끗한 날 조용히 앉아 열반하니 세상에 부러워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華嚴經靈驗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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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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