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로의 귀가 뚫린것

녹로의 귀가 뚫린것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보은설화

• 주제 : 보은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부법장인록전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추산에 계시며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어느 곳에 사람 모양의 녹로(물건을 높이 달아 올렸다 하는데 쓰는 고리. 도르래)를 많이 가지고 다니며 팔고 돌아다니는 한 괴짜 바라문이 있었다.
그는 화씨성(華氏城)에 가서 오랫동안 성중을 두루 돌아다니며 팔았지만 누구하나 사는 사람이 없었다. 그는 그만 화가 치밀어 홧김에 큰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이 성중에 사는 사람들아! 내 녹로를 사지 않으면 나는 당신들을 모두 욕하겠다. 당신들은 모두 바보 천치들이라고…』
이렇게 소리치자 성중 사람들은 듣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이 자기에게 욕해도 기분 나쁜 일인데 하물며 저것은 바라문이 아닌가. 바라문에게 욕을 먹으면 재수 없으니까 하나 사볼까.)
그들은 마지못해 돈을 가지고 나와 녹로를 사려고 했다.
그때 그런 사람들 중에 한 불교 신자가 있었다. 이 사람은 구리로 만든 철사를 가지고 그 녹로의 귀를 꿰어 보고 완전히 꿰지는 것을 제일 비싼 값으로 사고 반밖에 꿰어지지 않는 것은 반값으로 샀으며, 전연 뚫리지 않는 것은 그냥 얻기로 했다.
바라문은 이건 참 이상스런짓을 한다고 생각했다.
『여보시오? 내 녹로는 어느 것이나 모두 값이 같단 말이오. 그런데 왜 그처럼 값에 차별을 둔단 말이오?』
하고 물으니, 그 불교 신자는 이상스럽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녹로의 귓구멍이 전부 통하는 것은 그 사람이 생전에 불법의 묘법을 청수하여 지혜가 뛰어나고 덕이 높은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가장 비싼 값으로 사는 것이오.
반밖에 통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이 묘법을 비록 청수했으되 아직 잘 이해하지 못했으므로 값이 싼 것이오. 전연 통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람은 전혀 불교를 들은 일이 없는 사람이니까 값을 칠 수가 없소.』
하고 이 불교 신자는 사들인 녹로를 가지고 성밖에 나가 탑을 세우고 크게 공양했다. 그리하여 이 사람은 이 세상을 뜨자 천상계에 태어날 수 있었다.
이 불교 신자는 불교의 묘법을 들은 사람 모양의 녹로를 모아서 탑을 세우고 공양한 것으로도 천계에 태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물며 지심(至心)으로 눈앞에서 불교를 듣고 공양 공경하여 경을 지니는 자는 그 복보(福報)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며, 미래는 반드시 무상도(無上道)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附法藏因綠傳第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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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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