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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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보은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중아함경

석존(釋尊)께서 라자가하의 죽림정사(竹林精舍)에서 여러 제자들과 함께 하안거(夏安居-비구들이 여름의 장마철을 맞아 九○일 동안 일정한 장소에서 수도를 하는 것)를 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그 무렵, 사리붓타(舍利弗)는 사밧티국(舍衛國)의 기원정사(祇園精舍)에서 따로 하안거를 하고 있었다. 한편 라자가하에서 九○일 동안의 하안거를 마친 한 사람의 수도승이 옷가지를 챙기고 목발(木鉢-중이 사용하는 나무 그릇)을 가지고 라자가하에서 사밧티국으로 와서 기원정사에 묵고 있었다.
그는 어느 날 사리붓타를 찾아와서 발아래 절하고 서로 마주 않았다. 사리붓타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는 어디에서 오셨읍니까? 어디서 하안거를 하셨읍니까?』
그 수도승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네, 저는 라자가하에서 왔읍니다. 하안거도 그 곳에서 하였읍니다.』
『아 그러십니까, 라자가하에서는 석존께서도 하안거를 하셨읍니다만 건강도 좋으시고 병환도 없으셨는지요? 평상시의 기거도 별일 없으시고 기력도 좋으시겠지요?』
사리붓타는 이 수도승이 라자가하에서 왔다는 것을 듣고, 그리운 석존의 문안을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또 그는 동료들의 건강도 걱정이 되었다.
『여러 제자들이 석존을 모시고 하안거를 했는데 그들도 모두 건강하고 평안하게 석달 동안을 지냈는지요? 또 그들은 종종 석존을 숭앙(崇仰)하며 가르치심을 받고자 원하고 기꺼이 설법도 들었겠지요. 그리고 다른 선남선녀들도 모두 그랬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입니다. 부처님을 비롯하여 여러 제자들 선남선녀 모두 별고 없이 하안거를 마쳤습니다. 또 그분들은 물론이고 함께 하안거를 한 다른 학파의 스님이나 바라문(波羅門-인도 사성중 제일 높은 중의 계급)의 사람들까지 부처님을 예배하고 가르치심을 듣는 것을 기뻐 하였습니다.』
수도승의 말을 듣고 사리붓타는 대단히 기뻐하며 안심을 하는 것이었다.
그는 문득 라자가하에 있는 옛 친구 생각이 나서 또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혹시 라자가하에 있는 다넨이라는 바라문 사람을 알고 계십니까? 그는 제가 출가하기 전에 사귀던 친구입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아십니까? 역시 라자가하에서 별고 없이 지내고 있는지요? 그리고 부처님을 예배하고 가르치심을 받기를 기뻐하고 있을 테지요.』
사리붓타는 옛친구가 다른 선남선녀들 모양으로 부처님을 숭앙하는 훌륭한 신자이기를 마음으로부터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분은 라자가하에 있습니다. 몸도 건강하고 편안합니다만 부처님을 모시려들지 않으며 또 가르치심을 받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다넨은 게으름장이며 매사에 진실하지도 않으며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계율(戒律)도 지키질 않고 왕에게는 바라문이나 선비 신자들이 나쁘다고 고자질을 하고 바라문과 선비 신자들에겐 왕을 비난하는 따위의 행동을 일삼고 있으니 도저히 착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의외의 말을 들은 사리붓타는 옛친구의 일이 걱정이 되어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하안거를 마치고 의복을 손질해서 옷을 챙기고 목발을 들고 사밧티국을 떠나서 라자가하에 당도하여 죽림정사에 몸을 담았다.
다음날 아침, 사리붓타는 가사(袈裟)를 걸치고 목발을 들고 성내로 들어가서 걸식을 하면서 마침내 다넨의 집을 찾아 갔다.
다넨은 그 때, 집밖에 있는 샘터에서 하인들에게 소리소리 지르며 그들을 혹사하고 있었는데 문득 멀리서 존경하고 있는 옛친구 사리붓타가 오고 있는 것을 보고 공손히 마중을 하면서 사리붓타에게 말했다.
『참 잘 와주셨습니다. 정말 오래간만에 뵙는데 건승(健勝)한 모습을 뵈오니 무엇보다 반갑습니다.』
그는 사리붓타를 끼어안듯이 반기며 자기집으로 정중히 안내를 했다. 방안에는 비단 보료를 깔고 상좌에 모신 다음 산해진미(山海珍味)로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들기를 권했다.
너무나 극진한 대접에 사리붓타는,
『여보게, 마음만으로도 족하네. 너무 이러지 말아 주게나.』
하며 굳이 식사를 들려고 하지 않았다.
다넨은 여러 번 식사하기를 권했으나 사리붓타는 뜻만은 고맙게 받겠다고 끝내 사양을 하였다. 아무리 권하여도 사리붓타가 응하지 않으므로 다넨은 섭섭한 마음이 들어서,
『모처럼 저의 집을 찾아 오셨는데 한끼의 식사 대접을 마다 하시니 무슨 이유입니까?』
하고 정색을 했다.
이 때 사리붓타는 그가 말을 마치자 곧 엄연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였다.
『다넨, 자네는 수도하기를 포기하고 계율을 안지키며 왕에게는 바라문과 선비 신자들이 나쁘다고 일러 바치고 그들에겐 왕의 욕을 한다고 한다던데.』
『사리붓타, 나는 집에서 가업에 종사하고 있읍니다. 그리고 부모를 모시고 처자를 거느리고 하인들에게는 보수를 주고 나라에는 세금을 바치며 천신(天神)을 받들고 조상을 섬기며 스님이나 바라문에게는 시주(施主)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현세에서는 장수하고 후생에는 하늘 나라에 태어나고 또 깨달음의 경지(境地)에 도달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들은 어느 한 가지도 그만둘 수 없는 중요한 일이므로 이 때문에 오로지 가르침대로 하고 있을 뿐입니다.』
『다넨, 그렇다면 자네에게 묻겠네. 자네가 생각하는 대로 숨김없이 솔직하게 대답해 주게. 만약 어떤 사람이 부모를 위하여 나쁜 짓을 하고 죽은 다음에 지옥에 떨어졌다고 하세. 지옥에서는 영락없이 옥졸들에게 고통을 받게 된다.
그 때 옥졸들에게,
「이렇게 나를 괴롭히지 말아다오. 나는 부모를 위하여 죄를 저지른 것이니 나의 죄는 아니지 않소?」
이렇게 말한다고 자네는 이 사람의 죄가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무리 부모를 위해서라고 하여도 그 죄는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하오.』
사리붓타는 다넨의 대답을 듣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면 다넨, 이번에는 처자식을 위하여 악행을 한 사람이 있다고 하세. 이 사람도 자기의 소행(所行) 때문에 죽어서 지옥으로 갔다. 역시 옥졸들에게 가진 고통을 받는다.
「나를 괴롭히지 말라, 나는 처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하여 나쁜 짓을 했을 뿐이다.」
이렇게 호소(呼訴)를 해 본들 그가 그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안될 말이지.』
『그렇겠지, 하인들에게 돈을 주기 위하여 조상을 섬기기 위하여, 천신을 위하여 세금을 내기 위하여 또 바라문이나 선비, 스님들을 위한다는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쁜 짓을 하면 그 죄는 면할 길이 없는 것이다.
다넨, 사람이 부처님의 가르치심 대로 도를 닦고 정당한 일에 부지런하며 공덕(功德)을 쌓아서 재산을 늘이고 부모에 효도하며 악행을 아니하면 부모는 그에게 무엇이라 하겠는가? 부모는 자식을 대견하고 귀여워서 「아무쪼록 몸 성히 천수(天壽)를 다 해다오.」
이렇게 마음속으로 빌 것이다.
또 부모는,
「네 덕택으로 편안하고 즐겁다.」
하며 그지없이 기뻐하실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는 사람은 그 은덕(恩德)이 날로 쌓여서 영원한 복덕(福德)을 얻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처자를 부양하고 스님이나 바라문에게 시주를 하면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그 몸의 건강과 장수를 빌어주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넨은 사리붓타의 간곡한 설교를 듣더니 얼굴을 붉히며,
『사리붓타, 나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있읍니다. 그녀의 이름은 단세이라고 하는데 그녀에게 정신이 팔린 나며지 나는 이렇게 몹쓸 인간이 되고 나쁜 짓도 하게된 것입니다. 나는 오늘부터 그녀와의 관계를 끊고 당신에게 귀의(歸依)하겠습니다.』
다넨은 비로소 자기의 잘못을 깨달은 것이다.
『다넨, 나에게 귀의할 것이 아니라 내가 귀의하고 있는 부처님께 귀의하여 올바른 길을 닦아나가게.』
『가르침을 따라서 나는 오늘부터 부처님과 스님에게 귀의 하겠습니다. 부디 나를 인도하여 부처님의 신자가 되게 해주기 바라오. 종신토록 부처님을 섬기고 평생 변함이 없을 것을 맹세합니다.』
사리붓타는 다넨의 이와 같은 굳은 신앙심의 싹틈을 보고 다시 한 번 그에게 간곡히 설법(說法)을 한 다음 라자가하로 가서 성중에서 며칠을 묵은 뒤에 라자가하를 떠나서 남산으로 가서 숲속에 거처를 잡았다.
그러던 어느 날, 사리부타를 찾아온 한 사람의 수도승이 있었다. 사라붓타는 그의 방문을 맞으며 이렇게 물었다.
『잘 오셨습니다. 그대는 어디서 오셨습니까?』
『저는 라자가하에서 왔습니다.』
사리붓타는 라자가하에 두고 온 옛친구 다넨이 입도한 후 어떻게 되었는지가 궁금하여 그 수도승에게 물어 보았다.
『라자가하에 나의 오래 전 친구인 다넨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혹시 아시는지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여전히 몸성히 또 믿음이 열심하지요?』
『열심이고 말고요 부처님을 공경하고 가르침 받기를 게을리하지 않읍니다. 그러나 딱하게도 건강이 좋지 못해서 기력도 무척 약해서 잘못하면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리붓타는 옛친구가 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서둘러 남산을 떠나서 라자가하의 죽림정사로 향하였다.
그날 밤은 죽림정사에서 묵고 이튿날 아침 다넨의 집을 찾았다. 다넨은 병상에서 일어나서 영접을 하려고하므로 그는 다넨을 자리에 누이며,
『편히 쉬고 계시오. 나 때문에 일어 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여기 앉겠습니다.』
사리붓타는 자리에 앉으며 다넨을 위로하며 말했다.
『대체 어디가 불편합니까? 무엇을 좀 잡수십니까? 그리고 아픈데는 어떻습니까?』
『오 성자(聖者)님, 문병을 오셔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몸이 매우 아파서 식사도 못하고 고통은 점점 심해질 뿐으로 조금도 나아가지를 않아서 걱정입니다.
마치 장사(壯士)가 날카로운 칼로 찌르는 것 같이 머리가 아픕니다. 장사가 새끼줄로 저의 머리를 힘껏 졸라 매는 것 같습니다.
또 뾰족한 칼로 여미는 것같이 저의 배는 아픕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장사가 힘이 하나도 없는 약한 사람을 붙잡고 불에 그슬리는 것같이 저의 온 몸이 아픕니다.』
사리붓타는 다넨의 병이 대단히 중한 것을 보고 그를 위하여 최후의 설법을 하는 것이었다.
『다넨, 나의 물음에 솔직히 대답해 주시오. 그대는 밑에서는 지옥으로부터 위로는 범천(梵天-고대 인도 최고의 신의 하나 또는 극락세계를 말함)에 이르기까지 어떤 것이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합니까? 그리고 또 후세에는 어디에 태어나기를 원하십니까?』
『붓타성자님, 그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범천이 가장 훌륭합니다. 범천이야말로 제가 태어나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다만 부처님은 올바른 깨달음을 몸에 지니시고 모든 것에서 해탈(解脫)하신 분이십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범천에 태어나는 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것은 자비심을 갖고 온갖 집착(執着)을 버리고 동서 남북, 팔방상하의 모든 것과 그 마음을 같이하며, 흔들림 없는 원망(怨望)이 없는 노여움이 없는, 다툼이 없는 넓은 마음으로 많은 적선(積善)을 하고 욕심을 버리면, 몸은 비록 죽고 목숨은 끊어져도 반드시 범천에 다시 태어난다고 하셨습니다.』
사리붓타는 이렇게 마지막 설교를 한다음 병들어 누운 옛친구 다넨과 작별하고 라자가하를 떠나서 석존이 계신 죽림정사로 갔다.
사리붓타가 채 죽림정사에 도착하기 전에 다넨은 그 가르침을 따라서 모든 욕망을 버리고 이 세상을 버렸으므로 소원대로 범천에 태어날 수가 있었다.
그 때 부처님은 많은 사람들이 둘러앉은 자리에서 설법을 하고 계셨는데 저 멀리서 사리붓타가 오는 것을 보고 수도하는 사람들에게 말씀하시었다.
『여러분, 사리붓타는 총명하고 설교에 능하여 참다운 깨달음을 터득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금 다넨을 위하여 범천의 법을 가르쳐 주고 그를 교화시키고 돌아 왔습니다. 만일 또 그 이상의 교화(敎化)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그에게 적당한 법으로 가르칠 것입니다.』
사리붓타는 곧 석존앞에 당도하여 발아래 절하고 한발 뒤로 물러 앉았다.
석존께서는 사리붓타의 돌아옴을 기쁨에 찬 눈으로 맞이하시면서 사리붓타의 인사가 끝나기를 기다리셨다가 그에게 말씀하시었다.
『사리붓타, 그대는 어찌하여 다넨을 가르침에 있어서 범천 이상의 가르침으로 하지 않았는가?』
『석존님, 그들 모든 바라문 종족들은 범천에 애착(愛着)을 가지고 있습니다. 범천을 궁극적(窮極的)인 최상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범천에 태어나기를 원하고 범천에 최대의 존경심을 품고 범천을 최고의 이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들의 요구에 응하여 범천에 태어나는 법을 가르쳤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진실한 이치(理致)에 따라서 자신에게 이익을 주는 법이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여러 제자들은 깊은 감동과 기쁨을 느끼고 그 가르침을 따랐다고 한다.

<中阿含經第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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