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바보살

데바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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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포교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부법장인록전

석존께서 사위국의 기원정사와 여위산에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신 교법은 차례차례 정수되어 이윽고 용수보살(龍樹菩薩)에게 부촉되고, 그 용수보살로부터 불타의 대법을 부촉받은 데바보살은 천상 성품이 격렬하고 출중하게 뛰어났으며, 또한 학식은 박학했고 변재에 능했으며, 능히 이학외도(異學外道)들을 설법으로 복종시켜 그 이름이 천하를 울린 사람이었다.
데바보살은 남인도의 바라문 호족(豪族)에게 태어났다. 어릴 때 한쪽 눈을 잃어서 사람들은 그를 가나데바(迦那提婆)라고 불렀다. 가나데바라는 것은 곧 한쪽 눈만 있는 외눈 데바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데바도 처음에는 아무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아서 교화의 공이 오르지 않아 주야로 근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나라의 한 천신(天神)이 있었다. 황금으로 만든 것이며 높이 여섯 길이나 되는 큰 것이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대자재천(大自在天)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원구하는 자가 있으면 즉시 이익을 얻게 한다는 것으로 많은 참배하는 사람들이 주야로 붐볐다.
어느날 데바는 이 묘(廟)에 가서 영신(靈神)을 배관하려고 신청했다. 그러자 묘주(廟主)는,
『천상(天像)께서는 극히 영묘하시어 사람이 뵙고자 해도 정면으로 마주 볼 수 없습니다. 억지로 뵙고 나면, 물러가서 백일동안 넋을 잃고 맙니다. 그러니까 당신도 그저 문전에서 원구하는 것만 빌고 물러 나십시오. 그리고 억지로 천상을 뵐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하며, 그의 배관을 허용할 기미도 보이지 않자 데바는 열심히 말했다.
『진실로 당신 말씀과 같다고 생각하길래, 저는 꼭 배관하고 싶다고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 지 않으면 무엇 때문에 뵈려고 부탁하겠습니까?』
그때, 이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다.
데바는 이미 묘에 들어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중히 배례했다. 그러자 대자재천은 그 큰 눈을 부라리며 화가 난 듯 데바를 노려보았다. 데바는 이를 보자,
『자재천이여, 천(天)은 진실한 신인가? 만약 진실한 신이라면 지금 그 태도는 참으로 비열한 짓이다. 대개 신이라는 것은 맑고 청정한 넋으로서 일체 중생을 구제하는 데 있다. 그런데 그게 뭔가? 황금과 파리( 璃) 등을 빌려 몸을 장식하다니! 이것은 참으로 백성들의 귀중한 것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하면서 대자재천상(大自在天像)에 높은 사닥다리를 걸쳐놓고 이곳에 올라 끌로 그 눈을 파내어 버렸다.
이것을 바라보던 많은 사람들은,
『이게 도대체 어찌된 셈인가?』
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대자재천은 위덕이 높으신 분이다. 겨우 하찮은 일개 작은 바라문 때문에, 이처럼 오손되다니,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만약 천벌을 내리지 않고 그냥 둔다면 신이란 이름뿐이고 정말은 신이 없는 형일 수 밖에….』
그들은 이를 갈고 입술을 깨물며 보고 있었다.
이것을 알아차린 데바는 돌아서서 일동에게 말했다.
『신의 거룩하신 마음은 실로 원대하시며 이즈음 나를 시험하고 계십니다. 나는 그 신의 마음을 깊이 알고 있는 까닭에 금산(金山)에 올라가 파리주( 璃珠)를 꺼내어 일동에게 모조리 그것을 알려드린 것 입니다.
신의 청정하신 넋은 실로 순수하신 것입니다. 결코 불순한 형태를 빌려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그렇다고 조금도 만심(慢心)을 일으키고 있는게 아닙니다. 어떻게 감히 신을 모욕할 수 있습니까?』
하고서 이 묘(廟)를 나갔다.
그날 밤, 데바는 여러 가지 공양물을 구해 두었다가 다음 날 묘에 가서 대자재천에게 경건히 참배했다. 가나데바는 이름과 그 덕이 함께 높은 사람이라고 해서 이른바 신을 대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룻밤 도안에 갖가지 공물이 이렇게 갖추어 바쳐지자 금상인 대자재천은 정말 피가 통하는 산모습이 되었다. 높이 네길, 왼쪽 눈은 찌그러져 있었다.
조용히 걸어서 자리에 와 앉아서 많은 제찬을 보고 그 덕력을 찬양하며 데바에게 말했다.
『좋구나. 대사여, 대사(大士)는 깊이 내 마음을 아고 있다. 대사는 지금 참되고 진실하게 나를 공경하 고 믿어주는 자이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우치(愚痴)하여 다만 나의 형체를 보고 공물을 바치며 두 려워서 나를 속인다. 지금 그대가 바친 것은 선을 다하고 선을 다한 것이나, 오직 내가 가장 필요한 것이 없다. 그것을 나에게 주는 것이 최상의 보시라 할 수 있다.』
『신께서 그런 뜻이라면 무엇이든 바치겠습니다.』
『내가 필요한 것은 왼쪽 눈이다. 나에게 진실로 베풀고 싶거든 아무쪼록 그것을 갖추어 달라.』
『좋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데바는 곧 왼손으로 눈을 꺼내 신에게 주었다. 이것 역시 천의 신력(神力)으로 내주는 것이니까 자꾸만 생기는 대로 주었다. 대자재천은 「또 하나, 또 하나」하고, 요구하여 마침내 새벽부터 아침까지 그 수가 무려 몇 만개가 되었다.
대자재천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이것을 보고 크게 찬양하여 말했다.
『좋도다. 대사여! 이것을 나는 최상의 보시로 생각하오.』
하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는 듯 다시 말을 계속했다.
『그런데, 그대는 혹시 무슨 원하는 바가 있는지, 만약 있으면 반드시 그 마음에 응해 주리라.』
『그렇군요. 별달리 딴 사람의 힘을 빌릴 것까지는 없습니다만, 다만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제 가 르침을 세상 사람이 믿어주지 않는 것입니다. 천신이시여! 아무쪼록 이 뒤에 세상사람들이 제 말을 믿어주고 제 가르침을 받아주도록 해 주십시오. 이것이 제 간절한 비원입니다.』
『그것은 좋은 일이다. 소원대로 해 주리다.』
하더니 대자재천은 그곳을 물러났다. 바라문인 데바는 그리고 나서 용수보살에게 가서 삭발하고 출가했다. 그 뒤부터는 제국을 걸어다니며 교화하자 그 효과가 대단하여 널리 많은 사람들을 제도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남인도 왕국은 제국을 통어하여 대단히 교만한 마음을 지니고 사도(邪道)를 신앙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 국왕 아래에는 불승이 한 사람도 없었다. 데바는 이것을 보고 생각했다.
「나무란 본래 그 밑둥을 베지 않으면 가지를 기울일 수 없다. 일국에서 국왕이라는 것을 교화하지 않으면 백성에게 널리 행해질 수 없는 것이다.」
마침 그때, 이 나라에는 용병(傭兵)을 모집하고 있었다. 데바는 이것을 기회로 그것에 응모하여 장교가 되었다. 그는 칼을 차고 군병들을 호령했다.
별로 군령을 엄중하게 다스리지도 않았건만 스스로 닦은 덕망이 표면에 나타난 것인지 군병들이 즐겨 그의 뒤를 따랐다.
왕은 이에 크게 기뻐하여 시자를 불러 물었다.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군가?』
『저 사람은 용병에 응모한 자입니다. 그런데도 부지하라고 급여하는 쌀도 먹지 않사오며, 임금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에 임해서는 매우 근엄하고 조심스러우며 책임감이 있고 성질도 또한 담담하고 유순하며 그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탐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곧 데바를 불러 물었다.
『너는 누구냐?』
『저는 일체지인(一切智人)이 올시다』
이 데바의 말을 들은 왕은 깜짝 놀랐다.
『그대가 일체지인이라고? 그는 넓은 이 세상에 오직 한 사람 있을 뿐이다. 그대가 스스로 그렇게 말하지만 무엇으로 그것을 시험할 수 있는가?』
『저는 언론을 즐겨 토론하기를 좋아합니다. 저를 시험해 보시고자 하신다면 어전에 논좌를 마련하시 어 토론하도록 해주십시오.』
하고 말하자 왕은 데바가 말하는 대로 논좌를 마련하여 당시에 유명한 외도 바라문과 토론을 시키게 되었다.
거기서 먼저 데바는 다음의 세 가지를 토론 의제로 제출했다. 그것은,
『일체제성중(一切諸聖中),
불성제일(佛聖第一).
일체제법중(一切諸法中), 佛法第一).
일체구세중(一切救世中), 佛僧第一).』
이라는 것이었다.
『팔방 논사 중에서 만약 이 말을 깨뜨릴 사람이 있으면 제 목을 잘라서 사죄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치가 분명하지 않은 것은 이를 우치(憂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그런 머리는 저에겐 조금도 아까울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팔방 논사들이 이것을 듣고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리고 그들도 제각기 말했다.
『우리들도 지는 날이면 목을 잘라 사죄하겠습니다. 그런 바보스런 모가지는 아깝지 않으니까요.』
하며 뽐내었다. 그러나 데바는 말하였다.
『내가 수행하는 교는 자비의 교로서 만물을 살리는 것이지 결코 살생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럼 이렇게 합시다. 만일 당신들이 지면 삭발하고 내 제자가 되십시오. 구태어 목을 자를 것까지는 없습니다.』
이런 약속을 하고 서로 토론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외도 중에서도 지혜가 얕은 자는 한 말에 져버리고 지혜가 뛰어난 자라도 겨우 한 두 마디만 서로 지껄이면 벌써 사리가 다해 지고 말았다. 드디어 그들은 모조리 삭발하고 출가하여 득도하였다.
그때, 한 외도의 제자는 완강 무지하여서 자기 스승이 데바에게 항복하여 출가한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표면은 다른 사람들을 따르는 듯 했으나 속으로는 깊이 원망하였다.
그리하여 늘 그 한으로 칼을 몸속에 숨기고 다니며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그의 입은 나보다 뛰어났다. 나는 다만 이 칼로 그를 굴복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는 주야 칼을 지니고 데바를 죽일 틈을 노리고 있었다.
어느 날, 데바가 홀로 조용히 숲 속에 앉아 백론(百論)이라는 외도절파론(外道折破論)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제자들은 각자 나무 아래에서 좌선 수행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데바는 곧 여느 때처럼 경행을 시작했다.
여기를 엿보고 있던 외도의 제자는 때는 왔다하고 칼을 뽑아들고 데바에게 달려들었다.
『너는 전날에 지(智)로 내 스승을 항복시켰다. 나는 오늘 이 칼로 네 배를 찔러 항복시키리다.』
하고 들었던 칼로 배를 푹 찔러서 창자가 땅위로 흘러나왔다.
그러나 데바의 목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도리어 그 광기 어린 어리석음을 가엾이 여겨 외도의 제자에게 말했다.
『내가 있던 곳에 승복과 바릿대가 있으니 너는 그것을 가지고 빨리 이 산을 올라가서 멀리 도망쳐라. 결코 평탄한 길을 가면 안 된다. 내 많은 제자들 중에는 아직 득도하지 못한 자도 있으니까 너를 발견하면 곧 잡아서 국왕 앞에 내밀 것이다.
그러면 너는 얼마나 고난을 당하겠나? 너는 아직 득도하지 못했으니까 몸을 사랑하고 명예를 아끼는 마음이 매우 많다. 이름과 몸이란 근심과 걱정의 근본인 것 이다.
너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광심(狂心)에 현혹되어서 스승이 있고, 타인이 있고, 고 (苦)가 있고, 악(樂)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깨닫고 보면 모든 것은 무(無)의 세계이다. 알았느냐? 이제 제자들이 오면 안 되니까, 일각이라도 빨리 어서 도망해라.』
외도의 제자는 칼에 찔리고도 자비스런 데바의 말에 따라 뒷산으로 도망쳐 달아났다.
제자들은 데바의 이런 변고를 보고 모두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잇달아 모이는 사람마다 모두 놀래고 또한 격분했다. 서로 손을 나눠서 가해자의 행방을 잡으려 요소 요소를 지키려고 했다.
그러자 데바는 이것을 보고 여러 제자들에게 타일렀다.
『제법은 본시 공(空)이다. 나라는 것도 아소(我所)라고 하여 내 소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능히 해 를 주는 자도 없거니와 해를 받는 자도 없는 것이다.
누가 친한 자이고 누가 원한이 있는 자이며, 누 가 해를 준 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너희들은 우치(愚痴)함에 가리워서 잘 못 망견(望見)을 일으켜 불선한 업을 심게된다.
내가 그 사람에게 해침을 받았다는 것도, 이것은 필연적인 나의 응보이다. 결코 그가 나를 죽인 것이 아니다. 너희들도 이러한 이치를 잘 생각하여 삼가고, 조심하여 분노해 날 뛰며 그의 뒤를 쫓는다는가 슬퍼서 울부짖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을 마치자 데바의 영혼은 그의 몸을 떠났다.

<附法藏因綠傳第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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