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과 왕도

신선과 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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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제 : 포교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칠불팔보살신주경第三

석존께서 왕사성의 영취산에 계시면서, 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설법하실 때의 일이다.
어느 때 염부제(閻浮提)의 큰 날에 한 대왕이 있었다. 그 왕은 위엄과 용맹과 책략을 아울러 갖춘 명군이었으므로, 열여섯의 작은 나라가 모두 하나 같이 대왕에 대하여 신하의 예를 취하였으며, 그밖에 서른여섯 나라도 또한 모두 대왕에게 정목되어, 왕중의 왕으로서 대왕의 명성은 솟아 오르는 해에나 견줄 만한 것이었다.
염부제의 명예와 부와 권세를 한 손에 쥐고 있는 대왕도 병에 만은 이길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위세가 당당하던 대왕도 이제는 이 세상의 인연이 다하여 결국 저승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될 날이 왔다. 대왕 자신도 최후의 날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었던 만큼, 자기가 죽은 뒤에 왕위를 물려주는 문제가 무엇보다도 대왕의 마음을 괴롭히었다. 대왕에게는 세 왕자가 있었다.
그러나 첫째 왕자는 어리석으며, 둘째 왕자는 몸이 허약하고 셋째 왕자는 총명·용건·박학·책략을 아울러 가진 문무 겸전의 소질이 풍부하여 대왕의 후계자로서 하나도 모자람이 없으나, 다만 셋째 왕자라는 것과 너무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 문제일 뿐이었다. 이 두 가지 점에서 큰 나라의 왕자로서 적당한가 어떤가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첫째 둘째의 두 왕자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은 사정이었으므로, 대왕의 생각은 늘 셋째 왕자에게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대왕의 병세는 날로 악화되었다. 이에 세 왕자는 물론, 백 사람의 대신, 백 사람의 부인까지 모조리 대왕의 머리맡에 모여, 대왕을 우러러 보고는 깊은 시름에 잠기고, 주마등(走馬燈)같은 지난날의 추억에 또는 이윽고 다가올 최후의 정경에 걱정이 되어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그 때 대왕은 여러 신하를 향하여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의 임종은 드디어 가까워졌다. 그래서 왕위에 대한 이야기인데, 세 왕자 중에서 가장 적임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사양 말고 이야기해 주기 바란다.』
이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미리 짐작했던 일이요 세 왕자에 대하여서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이 자리에서 세 사람 중의 누구라도 꼬집어서 왕에게 대답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대왕이시여, 왕위의 문제는 오로지 대왕의 생각으로 결정하실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신하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대왕이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일임한다는 것이냐? 그것은 안 돼. 내가 죽은 뒤의 정치도의, 나라를 다스리는 방책, 제후의 통솔 등의 문제도 있는데, 통틀어 나에게 일임한다고 하지만 세상을 떠나는 나에게 어떻게 하는 말이냐.』
『대왕이시여, 대왕의 마음속에는 사랑하고 미워하는 생각은 있을리 없사옵니다. 평등한 자비로써 세 왕자에 임하고 계시는 줄도 저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이상 대왕의 마음을 괴롭혀 드리는 것도 신하로서 어떨까 하와 신들의 생각하는 바를 솔직히 아뢰겠습니다. 대왕이시여, 대왕의 후계자에는 셋째 왕자가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신하는 대왕의 물음에 대답하고 각각 물러갔다. 그 때 대왕은 정전에 계셨는데 여러 신하들과의 응답에 갑자기 피로를 느끼어, 세 왕자에게 명하여 침상 위에 몸을 눕혔다.
그 때, 셋째 왕자는 부왕의 머리를 안고, 둘째 왕자는 발을 붙잡고, 첫째 왕자는 손을 잡았다. 대왕은 세 왕자의 부축을 받아 병상에 누운지 얼마 아니하여 숨을 거두었다.
대왕의 죽음은 순식간에 나라 안에 퍼졌다. 백 사람의 신하는 울면서 달려오고, 백 사람의 부인은 눈물에 젖어 몸을 땅위에 내어 던졌으며, 군중은 왕궁 앞에 모여들어 눈물에 소매를 적시었다. 그러나 대왕의 죽음을 가장 슬퍼해야 할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왕자이어야 할 것이다. 셋째 왕자는 아버지의 죽음을 당하여 슬픈 나머지 쓰러져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한때는 기절을 하였을 정도다.
그러나 첫째 왕자는 그저 잠자코 눈물 하나 흘리지 아니하였다. 둘째 왕자는 아버지 머리맡에 앉아서 약간 눈물을 흘렸을 뿐이었다. 다같이 대왕의 피를 받은 세 사람의 왕자의 세 가지 모습의 이 정경은 여러 신하들에게 이상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였다. 그 중에서도 정승은 특히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백 사람의 대신 중에서 정승 벼슬에 있던 사람은 죽은 대왕의 작은아버지인데, 대왕이 살아 계실 때에는 최고 고문으로서 나라일은 모두 이 정승이 처리했던 것이다.
그 정승이 세 왕자의 서로 다른 이 자리의 정경을 보고, 그들의 생각은 각각이라고 마음 속에 생각하고, 먼저 첫째 왕자에게 물었다.
『왕자님, 대왕께서는 지금 막 돌아가셨습니다. 여러 신하들도 이미 모여서 눈물에 잠겨 있습니다. 그런데, 첫째 왕자인 당신은 눈물 하나 안 흘리고 잠자코 앉아 계시니, 그래서야 인정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정승이여, 인정이 무엇이든 또 세상의 관습이 무엇이든 나에게는 관계없는 일이오. 나는 아버지와 아무런 인연도 없는 사람이요. 셋째 왕자만이 왕자이지, 우리 두 사람은 말하자면 손님이나 마찬가지이다. 그저 잠깐 동안 함께 살았다는 것뿐이요.』
첫째 왕자의 상도를 벗어난 대답은 드디어 정승의 부아를 터뜨렸다.
『무슨 말씀이시오. 아버지 대왕이 돌아가신 뒤에는 첫째 왕자가 응당 왕위는 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첫째 왕자님께 지장이 있으면 그 때에는 둘째 왕자가 되는 것이 당연한 순서입니다. 그런데 셋째 왕자만이 왕자라는 따위의 말씀은 천만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아까부터 이 문답을 옆에서 듣고 있던 셋째 왕자는 이제는 자제할 힘조차 없었다. 그는 갑자기 첫째 왕자의 발을 붙잡고,
『형님, 나는 보시다시피 아직 매우 어린 몸입니다. 따라서 왕위에 오른다는 것은 천만부당한 일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그런 일을 생각해 본 일조차 없습니다. 형님이 왕위에 오르는 것이 당연하고도 남는 일입니다. 제발, 이런 때에 쓸데없는 말씀은 하시지 말고, 왕위를 계승하실 것을 저로서도 정식으로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나더러 왕위에 오르라고 아무리 말하여도 그것은 결국 불가능한 일이다. 아버지는 임종에 즈음하여 왕위 계승의 칙명을 이미 너에게 내린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칙명을 받지 않았다. 이것도 저것도 모두 아버지의 잘못이면 잘못이지 네 죄는 아니다. 이 이상 여기에 머물러 있어도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니, 산속으로나 들어가서 신선의 길을 찾아 정지의 일로를 매전하고 싶을 따름이다.』
두 왕자는 울면서 말리는 셋째 왕자를 흘겨보며, 붙잡는 소매를 뿌리치고 그 자리에서 궁전을 떠났다. 그리고 이 세상에 일체의 희망을 미련 없이 버리고 깊은 산 속을 헤치고 들어가, 신서의 길을 찾아서 열심히 정진의 길을 걸었다. 그리하여 얼마 아니하여 신통을 얻게 되었다. 그들은 산을 옮겨 놓고, 강물을 멈추며, 손으로 해와 달을 잡아 당기고 하는 놀라운 신통력을 가끔 자유자재로 나타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셋째 왕자는 눈물 속에 아버지 왕의 장례를 끝마치고, 왕위를 이어 많은 나라들을 지배하게 되었다. 그 뒤 四십 四년 동안은 대왕의 후계자로서 훌륭히 국정을 지켜나갔다. 그리하여 그 위력은 널리 나라 안팎에 시행되었다.
그러나 그 뒤부터는 점점 탐욕이 생기고, 백성들의 신망을 잃어, 얼마 안 가서 왕궁은 만 백성의 원망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여러 작은 나라의 왕과 셋째 왕자를 내세운 여러 신하들은, 셋째 왕자에게 기대하였던 국운의 신장은 하루아침의 꿈으로 화하고, 앞길에 보이던 광명은 암흑으로 변하였다. 그들은 몹시 실망하고 그 반동으로서 걸핏하면 생각나는 것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던 두 왕자의 일이었다.
더욱이, 두 왕자는 그 뒤 신선의 길을 닦고 드디어 신통력을 체득하여 세상에서도 불가사의한 놀라운 신통력을 나타낸다는 소리를 풍문에 여러 번 들었다. 이리하여 셋째 왕자에 대한 실망이 두 왕자에 대한 그리움으로 변했을 때, 거기에 당연히 일어나는 운동은 지금 신선이 된 두 왕자를 다시 나라에 맞아들이는 일이 아니면 안된다.
백 사람의 대신은 회의를 열었다. 그 결과,
『두 왕자는 왕위에 대하여 매우 덤덤하였다. 이 집착 없는 성질, 탐욕 없는 성격이 두 왕자를 신선으로 만든 것이다. 우리들은 지난날 무지했기 때문에 총명한 왕자를 어리석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탐욕스러운 왕자를 어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지나간 일은 지금 아무리 후회해 보았자 소용없는 일이다. 다만 이제는 산에 가서 신선께 부탁드려 귀국하여 왕위에 오르게 하고, 아울러 신통의 위력으로써 여러 외국까지도 무릎을 꿇게 하자.』
여러 대신들의 대 회의는 한 사람의 반대자도 없이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에 백 사람의 대신들은 손에 손을 잡고 산속을 헤치고 들어가 구석구석을 찾아서 마침내 신선을 만났다.
그들은 신선을 보자, 감전이라도 한 듯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신선이시여, 우리들은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지금까지 그 어짊을 몰라뵌 결과 나라가 탐욕스러운 왕 때문에 온통 황폐해 버렸습니다. 많은 백성들은 나라를 원망하면서 나라밖으로 도망하여 버리고, 논밭은 모두 풀밭으로 변해 버리고,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멸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들의 지난날의 무례함을 용서해 주시고 나라를 위하여 귀국하여 광대한 자비를 베풀어 선왕의 옛날로 나라가 되돌아 가도록 해 주십시오.』
『우리 두 사람은 왕위에 대한 욕망 같은 것은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소.』
『신선님,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그러하오나 나라의 현상을 생각하시어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아니다. 우리들은 이 깊은 산에 뼈를 묻기로 결심하고 있다. 그대들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소. 지금은 나라에 대한 애착은 없소. 그러니 돌아가서 왕위에 오를 까닭도 없지 않소.』
지금은 신선이 된 두 왕자의 결심은 그 누구의 힘으로서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백 사람의 대신들은 단 한 가지의 소원이 그림의 떡이 되고 말았으니, 그렇다고 해서 그냥 헛되이 돌아갈 수도 없었다. 거기에는 지금도 그 탐욕스러운 왕이 도사리고 있다.
나라에 돌아간다 하여도 자기들을 기다리는 것은 오직 탐욕스러운 왕의 칼날 뿐이었다. 탐욕스러운 왕에게 무참히 죽음을 당하느니보다 차라리 이 깊은 산에 남아서 신선의 길을 닦자. 물을 마시고 나무 열매를 먹으면서 더러움이 많은 속세를 떠나 깨끗하고 조용한 생활로 들어가자.
이리하여 생각이 같은 백 사람의 대신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신선이 되기를 기약하고 산 속에 남기로 하였다. 속세를 버리고 목숨을 걸고 정성을 기울인 정진의 수행은 얼마 아니하여 그들에게 신통력을 주었다. 그리고 가끔 높이 공중을 비행하여 천하를 자유로이 노닐며 돌아다니기도 하였다.
탐욕스러운 왕은 여러 신하와 백성들에게 버림을 받고, 나라의 황폐한 모습을 알게 되어, 마음속 깊이 후회하고 왕위를 버리고 출가 수도할 것을 결심하였다.
이에 그는 우선 부왕으로부터 물려받은 왕궁의 창고를 열러 대보시를 실시하여 모든 보물을 누구든지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신하들에게 포고하였다. 그러나 여러해 동안의 악정은 국왕으로서의 복덕을 가볍게 하여, 그 때문에 이웃나라로부터는 자주 국경을 침범당하고, 춥고 더운 계절의 변화는 질서를 잃어버리고, 비와 바람은 때를 가리지 않았으며, 백성들은 기아에 시달리는, 참으로 무섭고 슬픈 상태에 빠져 버렸다.
이에 탐욕스러운 왕은 한 수행자에게 청하여 국사(國師)를 삼고 최고 고문으로하여 정치의 개혁을 꾀하였다. 동시에 바른 법에 대한 수행의 공덕도 점점 쌓아 올려, 선은 상주고 악은 벌하며, 도의는 공경하고 덕은 존중하며, 백성을 보기를 적자(赤子)를 대하듯이하여 지성으로써 국운의 회복을 꾀하였기 때문에, 하늘의 가호도 늘어, 비바람과 절기도 상도도 다시 신하의 예를 다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대왕은 석가모니이시며, 당시의 마나시 용왕이다.
<七佛八菩薩神呪經第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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