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천왕의 귀의

법천왕의 귀의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포교설화

• 주제 : 포교
• 국가 : 인도
• 참고문헌 : 대자비경

석존께서 쿠시나가라 성밖의 사라쌍수(雙樹)밑에서 시시각각 임박해오는 열반을 마음 조용히 기다리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석존께서는 아난(阿難)을 돌아 보시고,
『사라쌍수 밑에 자리를 펴도록 하라. 사자왕(師子王)의 법을 따라 오른 쪽 겨드랑이를 아래로 하고 열반을 기다릴 터이다.』
그러나 아난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난, 나는 오늘밤 열반에 들 것이다. 나는 이미 부처로서 해야할 모든 일을 하였다. 내가 지금까지 설법한 진리는 그 광대하고 오묘함이 보통 사람으로서는 감히 측량하기 어려운 교리인 것이다. 어떤 승려와 바라문 또는 천(天), 마(魔)라 할지라도 도저히 이를 풀이할 수는 없다.
나는 이미 법의 북을 쳤고 법의 깃발을 들었고, 법의 배를 만들었고, 법의 다리를 놓았고, 법의 비를 뿌렸고, 광명을 던져서 삼천 대천 세계의 암흑을 비추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옳은 길을 잡아 주었으며 생사의 사바세계에서 해탈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였고, 구원을 받을 사람은 이를 모두 구원 하였고 또 항복시켜야 할 모든 외도와 이단자(異端者)들을 항복 시켰다.
그리고 악마의 궁전을 진동시켜서 마의 세력을 꺾었고, 광대 무변한 설법으로 여러 가지 불사(佛事)를 성취 하였다. 그러므로 이제 해야 할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나는 이제 마음 편안히 열반을 기다릴 뿐이다.』
이로부터 때가 있기를 예기하고 있었지만 열반의 작별 인사를 들은 아난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 가슴이 메어지는 듯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지 못하였다.
『세존님, 열반에 드시다니 안될 말씀이십니다. 세존님께서 열반에 드신다는 것은 이 세상의 눈동자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한없는 슬픔에 잠길 것이며, 모두가 고독을 느낄 것입니다. 세상은 구세주를 잃고 위대한 지도자를 떠나 보내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한 슬픔은 없을 것입니다.』
『아난, 공연히 슬퍼만 하지 말라. 늘 내가 말했듯이 온갖 진리는 모두가 인(因)과 연(緣)의 화합(和合)으로 성립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고로 인연이 다 되면 반드시 끝이 오는 것이다. 만약 이 세상의 불멸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 것은 큰 잘못이다. 전에 이런 말을 한 것을 기억하는가?
〈사랑하는 모든 것, 마음에 흡족한 모든 것은 반드시 이산(離散)하게 마련이다.〉
아난, 그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대는 이미 누구보다도 풍부한 자애심을 가지고 있다. 그대의 마음속에는 털끝만한 아심도 없고 또 평소의 행동이나 나에 대한 태도도 참으로 훌륭하여서 오랫동안 잘 섬겨 주었다.
천인이나 아수라가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에게 일겁(一怯)이란 긴 시간을 두고 정성껏 공양을 바친다 하여도 그것은 잠깐 동안 부처님께 공양을 드린 공덕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대는 오랜동안 부처님을 공양하였고 도통을 하고 있지 않느냐!
멀지 않아 감로수(甘露水)와도 같은 광대한 복덕을 얻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새삼 슬퍼하고 괴로워하다니 웬말이냐?』
아난은 찢기는 듯한 가슴을 억누르고 북 바치는 슬픔의 눈물을 먹으며 석존을 위한 마지막 자리를 깔았다.
그 때 삼천 대천 세계의 모든 수목, 약초 향화(香花)는 모두가 석존이 열반하시는 사라쌍수쪽을 향하면서 어떤 것은 쓰러질 듯 꼽추같이 굽어지는 것, 머리를 땅에 조아리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모든 큰 강, 작은 강, 개울, 셈, 호수, 연못, 늪의 흐름은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그 자리에 멈췄고 모든 짐승과 새들은 울지도 먹지도 않고 숙연히 머리를 떨구었으며 또 모든 일월성좌 화광(火光), 명주(明珠)의 광명은 그 빛을 잃고 말았고 불길은 꺼지고 열기(熱氣)는 사라져 버렸다.
또 삼천대천 세계의 모든 지옥의 업화(業火)는 갑자기 깨끗하고 서늘한 맑은 바람으로 변하였고, 지옥에 있는 자들은 모두 안락을 얻었다. 그리고 삼천 대천 세계의 모든 축생들은 모두 자비심을 일으키어 서로 다치지 않고 죽이지 않았으며 모든 아귀는 굶주림과 목마름에서 해방되었고, 모든 사람들은 번뇌와 고통에서 벗어나서 여지껏 경험하지 못한 안락의 경지를 맛보았다.
또 수미산을 위시하여 모든 산, 대지, 바다는 모두가 진동하였으며 바람은 멈추고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숨을 죽이고 경건한 마음으로 숙연히 이 찰나를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 밖에 천, 용, 야차, 아수라, 범천, 제석천 사천왕 등의 궁전, 옥좌, 정원, 수림은 모두가 위광(威光)을 잃고 장엄함도 없어져서 그들의 이에 대한 애착심도 저절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제천, 야차 등 일족(一族)은 근심과 비탄에 잠겨 즐거운 마음이 어느새 없어지고 말았다.

х х х

이때 산천 대천 세계의 주인인 대범천왕은 전부터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자처하기를,〈이 세상과 모든 갖가지 중생(衆生)을 내가 만든 것이고 모두 나의 지배하에 있다.〉
이런 자신을 가지고 있던 대범천왕이 문득 자기의 궁전 옥좌들을 돌아보니 어느 사이에 빛나고 있던 광명은 없어져 있었고 자기의 이에 대한 애착심도 사라져 있음을 느꼈다. 그 밖의 제천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현상이 모두 석존의 신통력으로 인하여 생긴 일인지 깨닫지 못하는 대범천왕은 그저 이상한 일도 있다하고 놀랍게 생각하며,
〈대체 누구의 힘으로 이렇게 되었을까? 어째서 나의 궁전이 보잘것 없는 모양으로 빛을 잃었고 나의 마음도 이렇게 변하였을까?〉
하고 삼천 대천 세계의 구석 구석을 샅샅이 살펴보니 비로소 석존이 오늘밤 열반에 드시며 나타내신 신통력에 의함을 알게 되었다.
대범천왕의 마음은 그제야 깊은 비통을 느끼게 되어 전신은 떨리고 두려움에 온 몸이 바싹 조여드는 것이었다.
대범천왕은 곧 부하를 거느리고 석존에게 달려가서 발아래 읍하고 아뢰었다.
『세존님께서는 열반에 드시옵니까? 원하옵건대 열반에 드시기 전에 저에게 불도를 닦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옵소서.』
『그것을 말하기 전에 그대에게 묻고자 한다. 그대는 지금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나는 대범천이다. 나는 모든 것의 으뜸이다. 나보다 잘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지혜롭다. 삼천 대천 세계의 자유자재한 주인이다. 나는 이 이 세상을 만들었었고, 중생도 내가 만들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를 만든 것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대는 누구의 수하(手下)인가?』
범천은 말문이 막혀서 고개를 숙였다.
석존께서는 말씀을 계속 하시었다.
『옛적에 삼천 대천 세계가 업화(業火)로 인하여 모두가 불타버렸을 때가 있었다. 이 업화는 그대가 만든 것인가? 아니면 그 대가 이 세상에 나타나기 위하여 한 것인가?』
『아닙니다. 제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이 대지는 물에 의지하고 있다. 이 물은 바람을 의지하고 있으며 바람은 하늘에 의지하고 있다. 그리고 대지의 두께는 육백팔십만 유순(六百八十萬由旬―유순은 옛날 인도의 리수의 이름 八○○리, 六○○리, 四○○리의 대중소의 세 유순이 있음)이나 된다.
이 광대한 대지는 갈라지지도 무너지지도 않고 있는데 이것을 그대가 만든 것인가?』
『제가 만든 것이 아닙니다.』
『이 삼천 대천 세계에는 백억개의 일월이 운행(運行)하고 있다. 이 일월은 그대의 소행인가? 아니면 그대가 이 세상에 나타나서 한 것인가?』
『저의 소행도 제가 나타나서 한 것도 아닙니다.』
『어느 때에는 일천자(日天子)는 그들의 궁전에 있지 않을 때가 있다. 일월의 궁전이 비게 되는 것은 그대의 힘에 의한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지상에는 춘하추동의 사계절이 있다. 이 계절은 그대가 만든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대지, 산천, 수목, 밀림, 궁전, 저택, 마을, 낙타, 당나귀, 코끼리, 사슴, 새, 짐승, 해, 달, 별, 성문, 연각, 보살 등 이 천지 지간에 있는 모는 것은 그대의 소행인가? 아니면 그대의 수하에 있는 것들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높은 산, 깊은 계곡, 또는 노래와 춤, 음악소리, 새와 짐승의 소리는 그대의 소행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꿈속에서 여러 가지를 보고, 듣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물건을 잡고 또 놀기도 하며, 울고, 소리 지르고, 고통과 즐거움을 느낀다. 이러한 일들이 그대의 소행인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사람에게는 아름다움과 흉함, 그리고 빈부의 차가 있고 복덕의 다소, 계(戒)의 선악 지혜의 깊고 얕음이 있는데 이것은 그대가 그렇게 한 것인가?』
『저의 소행이 아닙니다.』
『모든 생명이 있는 자에게 오는 두려움 고뇌, 즉 수난, 화난, 풍난, 검난, 독약의 난, 짐승의 난, 저주의 난, 기타 여러 가지 재난은 그대의 소행인가?』
『저의 소행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앓게 되는 여러 가지 질병 연령의 대사(代謝), 심신의 부조화,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혹은 자신의 업보를 얻는 눈, 귀, 코, 혀, 몸의 여러 가지 병과 마음의 고뇌는 그대의 소행인가? 아니면 그대가 이 세상에 나타나서 한 것인가?』
『아닙니다. 저의 탓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겪는 이별의 슬픔, 즉 부모, 형제, 자매, 친척, 친구들과 작별할 때의 괴로움은 그대의 소행인가?』
『저의 소행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행하는 여러 가지 악행은 그대의 소행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인생 동안의 행위는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의 과보(果報)를 받는 원인이 된다. 인간의 육체, 정신의 선행, 악행, 무자비심이 인연이 되어 지옥이나 아귀의 과보를 받는 것이다. 악업(惡業)중에서도 나쁜 것은 살생, 도적질, 음탕, 망녕된 말, 거짓말, 욕설, 궤변, 탐욕, 자기와 맞지 않는 사람에 대한 노여움, 사견(邪見)인데 이들은 모두 그대로부터 나온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모든 고통 즉 때로는 목을 잘리우고 수족과 귀, 코를 잘리우는 고통, 끓는 기름이나 불속에 던져지고 혹은 서로 결투하고 감옥에 갇히는 고통은 그대희 소행인가?』
『저의 소행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성욕, 특히 자기의 어미나 자매 또는 계율을 갖는 여승(女僧)을 겁탈하는 것과 그 밖에 색정으로 인한 악행은 그대의 소행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은 가끔 서로 죽이고 또는 여러 가지 주술(呪術)과 기타 나쁜 방법으로 남을 죽이는데 이러한 무서운 행위는 그대의 소행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삶, 죽음, 늙음, 병듬, 슬픔, 고통, 번뇌, 근심, 걱정, 또는 무상(無常)함과 변천(變遷) 등은 모든 사람들이 이를 기피(忌避)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 귀중히 생각하는 것은 흔히 별리(別離)하거나 깨어지기 쉬운데 이런 것들은 그대가 그렇게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탐욕, 노여움, 어리석음, 기타 사람의 자유를 속박해서 고뇌를 안겨주는 것, 여러 가지 집착, 방황하는 마음은 그대의 소행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수목, 약초, 땅과 물에 있는 꽃과 열매, 향나무, 그리고 단 것, 쓴 것, 짠 것, 매운 것, 신 것, 떫은 것과 사람의 몸에 해를 주거나 혹은 이롭게 하는 여러 가지 맛은 그대가 만든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생사의 세계를 방황하는 원인이 되는 사람들의 번뇌 또는 내세의 인연, 저승에서 이 세상으로 이 세상에서 저승으로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떠돌며 벗어나올 수 없는 깨달음이 없는 세계는 그대가 만든 것인가?』
『아닙니다. 저의 소행이 아닙니다.』
석존께서는 이와 같이 모든 방면으로 여러 가지를 대범천왕에게 힐문(詰問) 하셨는데 범천은 하나도 만족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석존의 질문은 범천이 여지껏 생각조차 못하였던 것뿐이고 그 질문의 넓고 깊음은 상상도 못할 세계의 일들이었다. 범천의 평소의 자부심은 뿌리서부터 뒤집혀져서 산산이 깨어지고 말았다.
『그대는 무엇을 물어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다시 한 번 묻겠다. 그대는 무엇을 근거로 이 삼천 대천세계를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자기가 만들었다고 늘 자만하고 있었는가?』
『세존님, 저는 어리석고 사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아직 진리에 어긋난 마음을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세존님의 설법은 들어보지도 못하였습니다.
공연히 저 혼자 잘난체 떠들어 대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세존님의 말씀을 들으니 비로소 저의 지금까지의 생각은 아무 근거가 없는 맹랑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감히 한 가지 여쭈어 보는 것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세존님, 모든 세계와 이 세상 삼라만상 모든 것은 어느 분이 만드신 것입니까?』
『그 모든 것은 업(業)이 만든 것이다.』
석존은 한걸음 더 나아가 업(業)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을 하시고 업의 인연에 의해서 천지간의 삼라만상이 생멸하는 이치를 간고히 설법하시었다. 그리고 사람이 생로병사에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치셨다.
이 삼천 대천세계는 외도육사(外道六師)의 세계도 아니고 제천왕의 것도 아니며 오로지 부처님의 세계라는 것임을 교시하시고 불토(佛土)인 삼천 대천 세계를 다시 한 번 대범천왕에게 맡기었다.
『범천, 그대는 이 세계에서 부처님의 도와 올바른 지혜, 정견(正見)이 단절(斷絶)되지 않도록 수호할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 불안(佛眼), 법안(法眼), 승안(僧眼)을 영원토록 세세히 전하여 불법의 장자(長子)인 미륵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대자비의 은덕을 베풀 때까지 어김없이 불도를 수호하여라.』

<大慈悲經第一>

연관목차

922/1978
사리설화
포교설화
법천왕의 귀의 지금 읽는 중
사찰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