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빚

저승빚

분류 문학 > 부정적인물형 > 횡포(橫暴)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관료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 어느 곳에 벼슬하다 물러난 대감이 하나 살았다. 그런데 이 대감이라는 사람이 욕심 사납기가 놀부 뺨 칠 만 했다. 자기 곳간에 볏섬이 넘쳐나도 남의 씨나락 됫박을 탐내는 위인이었다. 벼슬할 때 백성들 등쳐먹는 데 이골이 나서 얼렁뚱땅 어르고 속여서 남의 것 빼앗기를 밥 먹듯 했다. 이 대감 사는 마을에 가난한 농사꾼이 하나 살았는데, 한 해는 흉년이 들어 대감 집을 찾아가 수수 한 말을 꾸어달라고 청했다. 웬일인지 대감이 선선히 수수 한 말을 꾸어 주면서 증서를 한 장 쓰고는 도장을 찍게 했다. 농사꾼은 그까짓 수수 한 말 꾸어주면서 증서는 무슨 증선가 싶었지만 형편이 형편이라 도장을 찍어 주었다. 그래 놓고 수수 농사를 지었는데, 그 해는 농사가 잘 돼서 두어 섬이나 됐다. 그래서 이자까지 쳐서 수수 두말을 짊어지고 대감을 찾아가서 갚으려 했다.

그랬더니 대감은 펄쩍 뛰면서 자신이 꾸어 준 것은 수수 한 말이 아니라 황소 한 마리였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증서를 내 보이는데, 가만히 보니 ‘수수 한 말’이라고 써야 할 곳에 ‘수소 한 마리’라고 쓰여 있는 것이었다. 암소도 아니고 수소이니 영락없이 황소인 것이다. 농사꾼은 그 때는 경황도 없고 설마 증서를 속이랴 싶어서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도장을 찍어 준 것이 후회되었지만 하릴없이 황소 한 마리를 고스란히 빼앗겼다. 집에 있는 재산이라고는 황소 한 마리가 전부였는데 그것을 빼앗겼으니 집으로 돌아온 농사꾼은 앓아누웠다. 이웃에 사는 사람이 와서 자초지종을 전부 듣더니 속임수는 속임수로 고쳐야 한다면서 기막힌 속임수를 하나 가르쳐주었다. 농사꾼은 당장 식구들을 불러 모아서 머리 풀고 곡을 하라 이르고는 자신은 목을 매 죽은 것처럼 행세를 하고 병풍 뒤에 누워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것을 믿고 장례 치를 준비를 하느라고 법석을 떠는데, 하룻밤이 지나서 날이 밝으니까 농사꾼이 병풍 뒤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왔다. 죽었다던 사람이 되살아났으니 마을 사람들이 죄다 기절초풍 하는데 농사꾼이 대뜸 한다는 말이 한시 바삐 저승 기별을 전해야 하니 어서 가서 대감님을 모셔오라는 것이었다. 대감이 농사꾼을 찾아오자 저승 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은 염라대왕님이 아직 올 때가 안 됐다면서 도로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승 가서 대감님의 아버지를 만나고 왔다면서, 노 대감께서는 아직 저승에 들지 못하고 저승문 밖에서 짚신을 삼아 팔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곳에서 노 대감이 돈을 빌려달라고 해서 저승의 자기 곳간에서 오백 냥을 빌려 드렸는데, 그 빛은 이승 가서 대감에게 받으라는 것이었다.

그리하지 않으면 노 대감이 가만 두지 않겠다고 그랬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욕심 사나운 사람이 농사꾼의 말을 믿지 않고 돈을 안 갚으려고 슬슬 물러서자, 농사꾼은 대감이 믿지 못하거든 당장 모셔오라고 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농사꾼은 태연하게 상여 매려고 잘라 둔 광목 끈 두 개를 가져다가 당장 목을 매자고 어르자 그때에야 믿겠다고 했다. 농사꾼은 대감에게 저승빚 오백 냥이 딱 황소 한 마리 값이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께 가져간 소를 돌려달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빼앗긴 황소를 도로 찾았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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