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뎌내기

견뎌내기

분류 문학 > 부정적인물형 > 편벽(偏僻)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옛날 이야기꾸러미 ()
• 내용 :
옛날 어느 마을에 머리 부스럼을 앓고 있는 사람과 눈병을 앓는 사람, 코를 훌쩍이는 코흘리개가 살고 있었다. 부스럼쟁이는 늘 머리를 긁적였고, 눈병을 앓는 사람은 모여드는 파리 떼를 쫓느라 정신이 없었다. 또 코흘리개는 항상 코를 훌쩍이며 소매 끝으로 코를 문질러대는 게 일이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은 막상 자신의 허물은 잊은 채 늘 상대편의 흉을 보았다. 그러다 부스럼쟁이가 한 가지 의견을 냈다. “우리 셋 중에서 누가 오래 견디는지 견디기 내기를 해보자. 나는 머리를 긁지 않고, 눈병을 앓는 사람은 파리를 쫓지 않는 거야. 그리고 코흘리개는 코를 닦아내지 않은 채로 얼마나 오래 견뎌내는지 내기를 하자.” 눈병을 앓는 사람과 코흘리개도 좋다고 찬성을 해서 내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한참 시간이 흐르자 서로 죽을 지경이었다. 부스럼쟁이는 머리가 근질근질하고, 눈병을 앓는 사람은 쇠파리까지 새까맣게 모여들어 죽을상이었다. 또 코흘리개의 코에서는 쉴 새 없이 콧물이 흘러내려서 닦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서로는 괴로움을 꾹꾹 참으면서 서로의 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끝내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자 부스럼쟁이가 먼저 묘안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는 말을 걸었다. “내가 어제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는데 말야. 사슴 한 마리가 숲 속에서 뛰어 나오는 거야. 그 사슴 머리엔 여기에도 뿔이 나고, 저기에도 뿔이 났어.” 하면서 주먹으로 뿔이 난 곳을 가리키는 척을 하면서 가려운 데를 긁적였다. 이것을 보고 있던 코흘리개도 꾀를 생각해 냈다. “그 사슴이 말야. 내 앞을 지나쳐 도망가는데 마침 포수가 사냥을 나왔어. 그 포수가 사슴을 잡으려고 활시위를 당기는데, 이렇게 하는 거야.” 하면서 활시위를 당기는 척 하며 슬쩍 소매 끝으로 코를 닦아냈다.

두 사람이 꾀를 부려서 잠시 괴로움을 면하는 것을 보고, 눈병을 앓는 사람도 한 가지 꾀를 생각해 냈다. “자네들 이야기는 모두 그럴 듯하지만, 사실 뒷산에서 지금까지 사슴을 본 사람은 하나도 없어. 난 자네들 이야기를 절대 믿지 않아.” 하면서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고, 손을 휘저으면서 파리 떼를 쫓아냈다. 이렇게 서로 꾀를 내어 괴로운 고비를 넘긴 세 사람은 그 뒤로는 서로의 허물을 잡지 않고, 서로 의좋게 잘 살았다고 한다.

연관목차

1442/1461
편벽형
견뎌내기 지금 읽는 중
우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