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방학중

괴짜 방학중

분류 문학 > 부정적인물형 > 편벽(偏僻)형

• 갈래 : 전설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영남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옛날 경상도 영덕이란 고을에 방학중이란 사람이 살았다. 방학중은 가난하여 밥 굶기를 밥 먹듯이 하며 살았다. 땡전 한 푼 없는 신세라 제삿날 돌아오는 게 겁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다 풀을 뜯고 있는 이웃집 황소를 끌고 조상님 산소에 가서 젓가락을 황소 등짝에 얹어놓고 제사를 지냈다. “아이고 조상님, 오늘은 황소 한 마리를 통째로 올리니 많이 많이 잡수십시오”하니 조상님도 웃지 않고는 못 배겼다. 장날이 되자 방학중은 설렁설렁 읍내로 나갔다. 술집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 엿보니 성질 고약하기로 소문난 젊은 양반이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친구들이랑 놀고 있었다. 방학중은 젊은 양반을 골탕먹이기로 하고 술상에 끼어들어 음식을 먹게 해달라고 졸랐다. 젊은 양반은 먹는 것까진 좋은데 그 보답으로 무얼 하겠느냐 묻자 방학중은 자기 코를 싹 베어주겠다고 했다.

실컷 먹은 방학중은 주머니에서 칼을 쓱 꺼내 팽하고 코를 풀어 상 위에 올려놓았다. 좀 더럽긴 하지만 코 벤 것 여기 있다고 내어놓으니 젊은 양반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술에 고기를 잔뜩 먹은 방학중은 그만 배탈이 났다. 그때 길가에 돗자리 장수가 보여 돗자리 하나를 펼쳐 둥그렇게 울타리를 치더니 그 안에 들어가 똥을 쌌다. 화가 난 돗자리 장수가 어서 똥을 치우라고 소리치니 방학중은 지금부터 똥 칠테니 구경이나 실컷하라고 막대기로 자기똥을 쳤다. 똥이 사방 팔방으로 튕겨나갔다. 세상에 이런 억지를 부리기도 했으니 천하의 괴짜요 별난 사람이었다. 한번은 방학중의 이웃 중에 양선달이란 사람이 살았는데, 인정머리 없고 지독한 구두쇠였다.

방학중은 양선달의 돈을 떼어먹기로 맘먹고 돈 백 냥을 꾸었다. 그리고 당연히 돈을 갚지 않았다. 양선달은 아침저녁으로 찾아와 돈을 갚으라고 닦달했는데, 하루는 방학중이 죽은 척하고 아내더러 곡을 하라고 했다. 양선달이 와 보니 방학중이 죽어있으니 시체 앞에 절하고 “십 년째 돈놀이를 하고 단돈 한 푼도 뗀 적이 없는데 네놈이 죽는 바람에 처음으로 돈 백 냥을 떼었다. 아이고 분하고 원통하다” 하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그때부터 방학중은 양선달을 피해 조심조심 나돌아 다녔는데, 산길에서 양선달과 방학중이 딱 마주치게 되었다. 방학중은 꾀를 내어 죽어 저승에 갔다가 염라대왕이 아직 죽을 때가 아니니 돌아가라 해서 살아왔다고 했다. 그건 그렇고 이승으로 돌아오는 길에 양선달의 아버님을 만났는데 저승 문턱에 주막을 차리긴 했지만 사는 게 힘겹다고 하길래 양선달 아버님께 돈 백 냥을 대신 갚아드렸다고 했다. 양선달이 증거가 있어야 믿지 않겠느냐고 하자 방학중은 허리띠를 풀러 양선달에 목에 감고 지금 당장 같이 죽어 저승 가서 물어보자고 우겼다.

방학중이 금방이라도 죽일 듯이 덤비자 양선달이 돈 백 냥 받은 걸로 하겠다고 항복했다. 방학중은 강가에 날아온 청둥오리떼를 자기가 키우는 오리라고 속여 한양 양반한테 팔아먹고, 대낮에 길바닥에 벌거숭이로 누워 방학중의 불알을 베어가려는 놈들에게 오히려 불알 베어 죽은 아버지 원수를 갚으려 했다고 하여 돈을 받고, 남의 집 빨래를 걷어다 주막에 맡기고 술을 먹고 줄행랑을 놓고, 뒷간 빌려 쓴 값으로 오십 냥을 냈다가 본전 뽑겠다고 뒷간에서 오래 버텨 오히려 뒷간 주인이 백 냥 내고 뒷간을 쓰게 하는 등 별난 꾀주머니를 한껏 펼치고 다니면서 멋대로 한평생을 살았다. 그의 고향 경상도 영덕에 가면 어린애들도 방학중을 다 알고 있을 정도로 독특하게 세상에 이름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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