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값과 모이값

닭값과 모이값

분류 문학 > 부정적인물형 > 우인(愚人)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욕심 많은 부자 영감이 살고 있었다. 이 영감은 땅을 많이 가지고서, 가난한 농사꾼들에게 땅을 빌려 주고 추수를 하면 반 넘게 거두어 갔다. 그래서 농부들은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하고도 남는 게 별로 없었다. 한 해 가을에는 농사꾼들이 부자 영감네 집 앞마당에서 콩 타작을 했다. 다른 집은 마당이 좁았기 때문이다. 도리깨로 콩을 두드려 콩껍질을 벗기는데, 마침 병아리가 마당에서 아장거리며 놀다가 한 농사꾼의 도리깨에 맞아 죽어 버렸다. 욕심쟁이 영감이 그것을 보고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농사꾼에게 병아리 값으로 열닷 냥을 요구한 것이다. 조막만한 병아리 값으로 한두 냥이면 너끈할 것을, 내년 봄에 큰 닭이 될 것을 미리 셈 놓아 큰 닭 한 마리 사고도 남을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억지로 남의 돈을 빼앗으려는 수작이었다.

농사꾼이 들어줄 리 만무하니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그 고을 원님을 찾아가서 판결을 내려 달라고 했다. 원님은 부자 영감에게 병아리 값이 비싼 이유를 물어보았다. 부자 영감은 자기 병아리는 가난뱅이네 병아리와는 달라서 날마다 좁쌀을 한 홉씩이나 먹여 키우니, 내년 봄이면 거위만큼이나 큰 닭이 될 것이므로 당연히 큰 닭 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원님이 그 말을 듣고서 무릎을 탁 치더니, “듣고 본즉 영감 말이 백 번 옳으니 농사꾼은 당장 열닷 냥을 물도록 하라.”는 명을 내렸다. 농사꾼은 억울하기 짝이 없었지만 원님의 판결이라 어쩔 수 없이 열닷 냥을 영감에게 주었다. 영감은 돈을 받고 금세 입이 헤벌어졌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원님이 영감더러 또 물었다.

“병아리에게 날마다 좁쌀 한 홉씩을 먹인다면, 내년 봄까지는 얼마나 많은 좁쌀을 먹이겠는가” “그야 줄잡아도 한 섬 가웃은 되겠지요.” 원님이 그 말을 듣더니 또 무릎을 탁 치면서, “옳거니, 영감은 병아리가 죽어서 좁쌀 한 섬 가웃 값을 번 셈이 아닌가 그게 다 병아리를 죽인 농사꾼 덕이니, 그 값으로 열닷 냥을 농사꾼에게 주도록 하여라.” 이렇게 판결이 내려지자, 부자 영감도 이치에 맞는 말이어서 별 수 없이 농사꾼에게서 받은 열닷 냥을 고스란히 되돌려주었다. 결국 욕심을 부리다가 한 푼도 못 받게 된 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