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쓰는 사위

문자 쓰는 사위

분류 문학 > 부정적인물형 > 우인(愚人)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에 문자 쓰기 좋아하는 사위가 처가엘 갔다. 가서 밥에 떡에 술에 암탉 잡아주는 것까지 잘 얻어먹고 잠을 잤다. 뭐 시골살림에 방이 많지 않아 장인영감과 같은 방에서 잤다. 그런데 자다가 그만 일이 났는데 범이 와서 장인 영감을 물어 가버린 것이다. 이 사위가 혼이 다 빠져서 빨리 사람들을 불러모아 제 장인을 구해야 할 판인데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밖에 뛰쳐나가 크게 왼다는 말이 “원산맹호가 래오처가하야 오지장인을 착거하니 유창자는 지창래하고 유총자는 지총래하고 유궁시자는 지궁시래하되 무창무총무궁시자는 지장래하라. 속속래구요, 속속래구요.” 이랬다. 그러니까 먼 산에 사는 사나운 범이 제 처가에 와서 제 장인을 잡아가니 창 있는 사람은 창을 가지고 오고, 총 있는 사람은 총을 가지고 오고, 활 있는 사람은 활을 가지고 오되, 창도 총도 활도 없는 사람은 작대기를 가지고 오너라, 빨리 와서 구해 다오, 뭐 이런 뜻이었다. 아, 이래 놓으니 밖에서 뭐가 벅적 외기는 하는데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어야 오든지 말든지 하지, 그래서 한 사람도 안 왔다. 장인은 속절없이 범한테 물려가고 말았다.

그 다음 날 동네 사람들이 와서 이 사위를 족쳤다. 그래, 장인 영감이 범한테 물려가는데 구경만 하고 있었느냐 따지니 사위게 이러이러하게 외웠는데도 아무도 안 나오더라고 했다. 동네 사람들이 가만히 들어보니 참 같잖아서 말도 안 나왔다. 그냥 “사람 살려!”하면 될 것을 그 따위 문자를 줄줄 늘어놓고 앉았으니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아, 그래 장인 영감이 범한테 물려 가는 판인데 문자를 쓰고 있어 이 오라질 놈아.” 동네 사람들이 화가 나서 이놈의 사위한테 몰매를 갖다 안겼더니 이놈의 사위가 한다는 말이 “에구 에구 차후로는 불용문자하오리다.”했다. 이제부터는 문자를 안 쓰겠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