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공이와 자린고비

토목공이와 자린고비

분류 문학 > 부정적인물형 > 편벽(偏僻)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옛날 토목공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어릴 때는 무척 가난했으나 자기 손으로 재산을 많이 모아서 나중에는 큰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야박하고 인색해서 사람들에게 인심을 잃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인색한 사람을 보면 토목공이 같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옆 마을에 토목공이 저리 가라면 서운해 할 구두쇠가 살고 있었으니 그 이름이 자린고비였다. 자린고비 역시 인색하기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토목공이는 아들이 있고, 자린고비는 딸이 있었는데 적당한 혼처를 찾던 중, 서로 살림에 규모가 있다는 말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어 결혼을 시키기로 약속을 했다. 그렇게 혼례를 치르고, 자린고비의 딸은 시집살이를 하러 토목공이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튿날부터 살림을 맡아서 하는데 토목공이 부부가 그 모습을 보니 손끝이 야무지고, 만사에 알뜰한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밥상을 차릴 때 간장 종지에 간장을 가득 담아서 내놓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며느리를 불러, “저렇게 헤프게 장을 먹어서 어쩐단 말이냐. 간장은 그저 종지 밑바닥에 깔리게 놓기만 하면, 잘 떠지지 않아 굴지 않는단다. 다음번엔 나처럼 놓도록 하여라.” 하고 말했다. 며느리는 잠자코 듣고 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아버님, 그렇지 않습니다. 장을 종지 바닥에만 깔리게 담아 놓으면 숟가락으로 뜨다가 잘 안되면 기어코 떠내려고 바닥을 자주 긁게 되니 숟가락이 닳아질 것입니다. 또 그러다 잘 안되면 종지를 기울여 따라 먹을 것이니 더 많이 먹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종지에 간장을 가득 담으면 숟가락 닳을 염려도 없어질 것이요, 떠서 먹으려 하다가도 가득 찬 간장을 보면 자연히 짠 생각이 나서 뜨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토목공이는 무릎을 치며, “그렇구나. 네가 옳다. 이제부터는 살림에 상관하지 않을 것이니 너의 뜻대로 하여라.” 하고 기뻐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자린고비가 딸이 궁금해 사돈집을 찾아왔다. 서로 인색하기로 유명한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의 알뜰함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토목공이는 “나는 부채를 하나 사면 몇 십 년씩 쓴답니다. 어떻게 그리 오래 쓰는고 하니 부채를 다 펼치는 것이 아니라, 반만 펼쳐서 부치고, 그 쪽이 다 해지면 또 다른 쪽을 펴서 부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쪽씩 펼쳐서 부치다보면, 몇 십 년은 끄떡없지요.” 하고 자랑을 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자린고비는 깜짝 놀라며, “아니, 부채를 몇 십 년만 쓰고 버린단 말씀이십니까. 저는 부채 하나만 있으면 평생을 씁니다. 날이 더우면 부채를 펼쳐놓고 고개를 흔들어야지요. 그럼 고개는 좀 아프지만, 바람도 쐴 수 있고 부채도 멀쩡하지요.” 하고 자랑을 했다. 그 말을 들은 토목공이는 과연 대단하구나 하면서 감탄을 했다. 잠시 후 저녁 밥상이 나왔는데, 자반조기를 찌개로 해서 반찬으로 놓았다.

그것을 본 자린고비는 혀를 끌끌 차면서 “아니, 사돈양반, 이렇게 살림을 해서 어찌하시려우” 했다. 토목공이가 “어찌 그러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자린고비는 “이렇게 번번히 반찬을 상에 놓으면 어찌 다 감당한단 말입니까. 이런 자반조기라도 한 번 사서 천장에 매달아 놓고, 식사 때마다 그 밑에 밥상을 놓아 밥을 먹으면 되지 않습니까. 밥 한 숟가락 떠먹고 조기를 쳐다보면 짠 생각이 나서 자연히 밥이 잘 넘어가지 않겠습니까.” 하고 설명했다. 토목공이는 이 말을 듣고 감탄하면서, “사돈, 대단하십니다. 그 지혜를 자주 와서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는 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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