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삼 년 뛰엄 삼 년

눈치 삼 년 뛰엄 삼 년

분류 문학 > 부정적인물형 > 횡포(橫暴)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관동
• 출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 백 가지 ()
• 내용 :
옛날 옛적에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에 서른이 넘은 떠꺼머리 총각이 살았다. 그런데 이 산골에 산하나 너머 골짝에도 과년한 처녀가 살고 있었다. 하도 깊은 골짝이라 혼인 말 넣어줄 중신애비도 없었다. 둘이서 그렇게 나이만 자꾸 먹다가 하루는 산에서 처녀 총각이 만나게 되었다. 만나자마자 서로 마음이 끌려서 그날로 찬물 한 그릇 떠다 놓고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렇게 해서 혼인을 한 젊은 내외는 참 재미나게 잘 살았다. 가진 건 없어도 둘이서 정분이 두터우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런데 남편이 어찌나 색시를 좋아하는지 잠시 떨어져 밭일을 나가도 눈앞에 색시 얼굴이 아른거려서 일도 못나가고 색시 얼굴만 쳐다보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밥도 못 먹을 형편이 되었다. 보다 못한 색시가 “ 여보, 일은 안하고 밤낮 나만 지키고 살 작정이오” 하니까 남편이 하는 말이 “당신 얼굴이 눈에 삼삼해서 떨어져 있어 가지고는 일을 못하니 어떡하나.”라고 했다. 그래서 색시가 좋은 수를 하나 냈다. “그럼 나와 똑같은 그림을 두 장 그려 줄 테니, 이쪽 밭머리에 하나, 저쪽 밭머리에 하나 꽂아놓고 일을 하세요. 그럼 밭을 매다가도 보고 집에서도 볼게 아니오” 남편이 참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그림 두 장을 밭모퉁이에 떡 걸어 놓고 일을 했다. 그런데 난데없는 회오리바람이 씽 불더니 그림 한 장이 휙 날아가 버렸다. 이 그림은 임금이 사는 대궐에까지 날아갔다. 임금이 그림을 주워서 들여다보니 그림 속의 처자가 마음에 들어서 당장 이 색시를 찾아오라고 명을 내렸다.

그래서 신하들이 방방곡곡 색시를 찾아다니다가 산 속에 들어가서 보니 그림하고 똑같은 색시가 있어서 잡아갔다. 색시가 잡혀가면서 생각해 보니 자기랑 잠시도 못 떨어져 있는 남편이 얼마나 원통하겠나 싶어서 남편한테 가만히 “어떻게든 참고 삼 년만 견디시오. 눈치 삼 년, 뛰엄 삼 년 배워서 날 찾아오시오.”하고는 잡혀갔다. 색시는 잡혀가서 후궁이 되었는데 임금이 아무리 색시를 웃겨 보려고 해도 두고 온 남편 생각에 도통 웃지를 않았다. 그럭저럭 삼 년이 지난 뒤에 색시가 임금에게 말하기를 “나는 평생소원이 하나 있는데 거지 잔치를 한번 보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라고 했다. 그래서 임금은 온 나라의 거지를 불러다 잔치를 열어주었는데, 색시는 몇날 며칠을 자기 남편이 왔나하고 내다봤다. 틀림없이 거지가 됐을 남편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루는 내다보니까 남편이 거지꼴이 돼서 찾아왔다.

잔치라고 음식 차려 놓은 것을 먹고 춤을 추며 노는데 어찌나 반가운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막 나왔다. 임금이 “뭘 보고 그렇게 웃는가”하고 물으니 이 색시가 “저기 춤추는 거지를 보고 웃습니다.” 하니 임금이 아무리 웃겨 보려고 해도 안 웃던 색시가 웃으니 아주 기분이 좋아서 “그럼 내가 저 옷을 입고 춤을 춰도 웃겠는가”하니 색시가 “그렇겠지요.”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임금이 남편더러 옷을 벗으라고 해서 그걸 입고 춤을 추는데 색시가 자기 남편에게 “눈치 삼 년 뛰엄 삼 년은 뭣에 쓰려고 배웠소” 하고 소리를 지르니 남편이 얼른 말귀를 알아듣고는 임금이 벗어놓은 옷을 입고 용상에 떡 올라가 앉아서 “이제 거지들을 썩 내몰아라.” 하고 호령했다. 임금도 거지 옷을 입었으니 쫓겨나게 되었고, 색시는 남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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