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산 대감

달을 산 대감

분류 문학 > 부정적인물형 > 우인(愚人)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관료
• 지역 : 기타
• 출처 : 옛날 이야기꾸러미 ()
• 내용 :
옛날 어느 시골에 아주 무식한 대감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대감에게는 아주 꾀가 많은 하인이 한 명 있었다. 어느 보름달이 떠오른 밤, 대감은 둥근 달이 높은 하늘에 떠오른 것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참 달이 좋구나. 저 달을 보니 내 마음이 아주 편안해진다. 어떻게 저 달을 살 수 없을까.” 그런데 마침 이 말을 듣게 된 하인은 대감에게 “대감님, 그 달은 아주 비쌉니다만 꼭 갖고 싶다 하시면 살 방법은 있습니다.” 하고 말했다. 대감은 혹 해서 “그래 달을 살 수 있단 말이냐 그럼 얼마나 주면 될까” “한 천 냥이면 살 수 있습니다.” “천 냥 천 냥은 너무 비싸구나. 한 백 냥만 해서 사오도록 해라.” 하고 돈 백 냥을 꺼내 주었다. 하인은 백 냥을 얼른 집어넣으면서 “대감님, 달을 사기 위해서는 아주 먼 곳까지 가야합니다. 그러니까 달을 사오려면 한 달은 족히 걸릴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는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서 논과 밭을 많이 사놓고 놀면서 지냈다. 대감은 하인이 이제 오나 저제 오나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 둥근 보름달이 다시 떠오른 날 밤, 하인은 집으로 돌아가 대감에게 “대감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아주 먼 곳이라 빨리 온다고 한 것이 이렇게 한 달이나 걸렸습니다. 그리고 백 냥에 사오느라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 아주 수고했다. 하지만 저 밝은 달이 정말 내 것이 되었단 말이지” “그럼요. 그런데 대감님, 섬 구경을 한번 하면 어떻겠습니까 섬에는 아주 신기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모시고 가지요.” 하고 말했다. 그렇게 다음날이 되어 하인은 대감을 모시고 섬으로 떠나게 되었다. 대감은, “그런데 달을 가지고 가는 게 어떻겠나” “아이고, 그걸 가지고 갔다가는 큰일 납니다. 섬에 가져가면 금세 도둑을 맞고 말 겁니다.” “그래 어떻게 산 달인데, 도둑을 맞아선 안 되지. 그럼, 두고 가자.” 하고 길을 떠났다. 그런데 집을 떠나가면서 보니 날이 지날수록 달이 차츰 적어지자 대감은 감탄하면서 “달이 적게 보이는 걸 보니 집이 멀어지고 있다는 증거구나.” 했다.

그렇게 열흘하고도 며칠이 지나 섬에 도착했다. 대감은 섬에 사는 어느 높은 분의 집에 가서, “나는 이 집 주인을 보고 올 테니, 너는 말을 잘 보고 있거라.” 하고 말했다. 그렇게 대감이 그 집 주인을 만나러 간 사이 하인은 냉큼 말을 팔아버렸다. 그리고는 눈 깜빡 할 새에 말이 없어져버렸노라고 거짓말을 했다. 어리석은 대감은 그 말을 철썩 같이 믿고는 위험한 곳이니 빨리 돌아가자고 길을 서둘렀다. 그래서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하늘에서는 달이 조금씩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대감은 집이 가까워 오기 때문에 달이 보이는 줄 알고 크게 기뻐했다.

하인은 한 달 만에 집에 도착하게 하느라 길을 돌아왔다. 그래서 결국 대감이 집에 도착한 날에는 하늘에 둥근 달이 밝게 떠올라 마당은 대낮같이 환하게 밝았다. “아~ 정말 좋구나. 저렇게 밝은 달이 있으니 나는 이제 아무데도 가지 않겠다.” 하고 대감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이튿날 하인은 “대감님, 고향집에서 아비가 죽었다고 연락이 왔사옵니다. 며칠만 다녀오게 해 주십시오.” “그래 그것 참 안됐구나. 그럼, 이것을 노잣돈으로 쓰고 다녀오너라.” 하고 말하며 대감은 하인에게 돈까지 몇 냥 쥐어주었다. 하인은 달 값으로 백 냥, 말을 판 값으로 닷 냥, 그리고 대감이 준 노잣돈 닷 냥까지 모두 백 열 냥을 가지고는 고향집으로 돌아와 논과 밭을 사서 농사를 지었다. 몇 년 부지런히 농사를 지은 하인은 금세 그 마을에서 소문난 부자가 되어 잘 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