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키츠 네비스의 위치와 자연환경

가. 지명

세인트키츠라는 이름은 섬을 최초로 발견한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가 여행자의 수호성인인 크리스토퍼 성인(Saint Christopher)의 이름을 따서 ‘세인트크리스토퍼’로 명명한 것에서 유래한다. 콜럼버스가 세인트키츠 멀리서 섬을 봤을 때 마치 아기 예수를 어깨에 메고 있는 크리스토퍼 성인의 모습처럼 보인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성인의 이름이 아니라 콜럼버스가 단순히 자신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라는 설도 있다. 1623년에 영국의 식민지로 편입되면서 크리스토퍼의 애칭인 키츠로 줄여서 불리게 되었고, 현재는 세인트키츠가 공식 명칭이 되었다.

네비스라는 이름은 콜럼버스가 구름에 싸인 네비스 봉을 보고, 마치 눈이 덮인 것 같다고 하여, 눈(雪)이라는 뜻을 가진 에스파냐 어 ‘las nieves’로 명명한 것에서 유래하였다. 하지만 이곳은 열대 기후 지역으로, 실제로 눈이 내리지는 않는 지역이다.

나. 위치와 면적

푸에르토리코에서 남동쪽으로 약 300㎞ 떨어진 북위 17°상에 위치하며, 동쪽으로는 대서양, 서쪽으로는 카리브 해와 연해 있다. 앵귈라(Anguilla), 몬트세랫(Montserrat), 앤티가 바부다(Antiga and Barbuda) 등과 함께 리워드 제도를 이루고 있으며, 북서쪽으로 네덜란드령인 사바(Saba)와 신트외스타티위스(St. Eustatius), 동쪽으로는 앤티가 바부다, 남동쪽으로는 몬트세랫이 있다. 전체 면적은 261㎢로 세인트키츠 섬이 168㎢이며, 네비스 섬이 93㎢이다. 두 섬은 ‘내로스(the Narrows)’라고 불리는 폭 3㎞ 정도의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다. 세인트키츠 섬은 길이 37㎞, 폭 8㎞의 야구 방망이 모양이며, 세인트키츠 섬의 남동쪽에 위치한 네비스 섬은 길이 11㎞, 폭 8㎞의 야구공 모양으로 서로 짝을 이루고 있다. 해안선의 전체 길이는 135㎞ 정도이다.

다. 지형

세인트키츠 네비스는 화산 활동을 통해 형성된 화산섬으로, 지질학적으로 과들루프(Guadeloupe), 마르티니크(Martinique), 도미니카 연방 등과 함께 소앤틸리스 화산호(弧)의 일부에 해당한다. 세인트키츠 섬은 여러 화산 봉우리가 이어진 형태의 중북부 산악 지대가 남동부의 평야를 둘러싸고 있다. 대부분의 해변은 검은색의 화산토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자원이 풍부하고 토양은 비옥한 편이다. 세인트키츠 섬의 최고봉은 해발 1,156m의 리아무이가(Liamuiga) 산으로, 과거에는 미저리(Misery) 산으로 불렸다. 섬의 남동쪽에 야구 방망이 손잡이 모양으로 돌출된 반도에는 그레이트솔트 연못(Great Salt Pond)이 있다.

네비스 섬은 섬의 중앙에 있는 해발 965m의 네비스 봉(Nevis Peak)과 여기에서 이어진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발 250m를 기준으로 고도가 낮은 지역은 열대 우림으로, 높은 지역은 상록수림으로 덮여 있다. 토양은 대체로 비옥하고 배수가 잘되지만, 1980년대 이래 일부 지역에서는 1980년대 이래 토양 침식 문제가 나타나 농업 생산력이 감소하고 있다.

라. 기후

열대 해양성의 기후로, 연평균 기온은 26℃이며, 습도는 70% 정도이다. 지속적으로 부는 북동 무역풍의 영향으로 기온의 일교차와 연교차는 작다. 연평균 강수량은 1,397㎜로, 5월부터 11월까지가 우기에 해당하지만 다른 카리브 해 국가와 달리 계절에 따른 편차는 크지 않다. 허리케인의 이동 경로에 위치하고 있어 7월부터 10월까지 허리케인의 피해를 자주 입는다.

소앤틸리스 제도의 무역풍과 허리케인 경로 ⓒ 푸른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