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크레의 역사

수크레의 역사

가. 도시의 건립과 식민지 시대

수크레는 잉카 제국 시대에는 차르카스(Charcas)라고 불린 지역에 속하였다. 1538년 에스파냐 인들이 오늘날 수크레의 위치에 ‘시우다드데라플라타데라누에바톨레도(Ciudad de la Plata de la Nueva Toledo, ‘누에바톨레도의 은의 도시’라는 뜻)’라는 도시를 세우면서 수크레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때 붙은 긴 이름 대신 ‘라플라타(La Plata)’라는 이름으로 흔히 불렸다(이하 라플라타).

1559년에는 에스파냐 국왕 펠리페 2세가 라플라타 시내에 차르카스 왕실사법행정원(Audiencia de Charcas)을 설치함으로써 에스파냐의 남아메리카 식민지 통치의 거점 도시가 되었다. 1609년에 대교구가 설치되고, 1624년에는 신대륙에서도 역사가 가장 오래된 대학인 산프란시스코사비에르(San Francisco Xavier) 대학교가 개교하는 등, 수크레는 식민지 시대부터 남아메리카의 손꼽히는 대도시로 발전해 갔다. 이처럼 수크레가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근에 자리한 광산 도시 포토시(Potosi)가 있다. 에스파냐 식민지 시절 전 세계 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산출하던 포토시 은광에서 나온 막대한 규모의 부는 수크레로도 흘러들었고, 행정 및 경제 활동의 중심지였던 수크레는 광산 도시 포토시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번영을 구가하였다.

나. 볼리비아의 독립과 수도 지정

19세기 초 남아메리카에서는 나폴레옹 전쟁(1797~1815)의 영향으로 독립 운동이 본격화되었고, 볼리비아에서도 1809~1825년에 걸쳐 독립 운동이 진행되었다. 1809년 5월 25일 수크레에서 ‘추키사카(Chuquisaca) 반란’이라고 불리는 봉기가 일어났으며, 이는 라파스에서 일어난 봉기와 더불어 볼리비아의 독립, 나아가 남아메리카 독립의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때 봉기의 시작을 알렸던 산프란시스코 성당의 종은 ‘독립의 종소리’를 울린 종으로 여겨져, 오늘날에도 소중하게 보존되고 있다.

하지만 이때부터 1810년대 중엽까지 이어진 반란은 에스파냐 식민지 군대에 의해 진압당하고 말았다. 이어서 아르헨티나의 마누엘 벨그라노(Manuel Belgrano, 1770~1820)가 지휘하는 군대가 수크레를 비롯한 볼리비아 전역에 진격했으나, 1811년 11월 1일 페루 부왕령(Virreinato del Perú) 소속의 에스파냐 군대에 참패하고 말았다.

이후 시몬 볼리바르(Simón Bolívar, 1783~1830)의 주도로 독립 운동이 이루어졌고, 1824년 12월 9일 안토니오 호세 데 수크레(Antonio José de Sucre) 장군이 아야쿠초(Ayacucho) 전투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1825년 2월 9일 볼리비아는 독립에 성공하였다. 독립 운동이 벌어질 당시 수크레 시는 추키사카(Chuquisaca)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1825년 8월 추키사카 의회는 볼리비아의 독립을 정식으로 선언하면서 볼리바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였다. 임시 수도였던 추키사카는 1839년 정식 수도가 되었으며, 1840년 수크레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도시의 명칭을 지금의 이름인 수크레로 바꾸었다. 이렇게 해서 ‘네 개의 이름을 가진 도시(La Ciudad de los Cuatro Nombres)’가 탄생하였다.

다. 수도 기능의 이전과 세계 문화유산 등재

19세기 초에 포토시에 매장된 은이 고갈되고 은 산업이 쇠퇴하면서 수크레의 경제 또한 쇠퇴하였다. 결국 1898년에 수크레에 있던 볼리비아의 입법부와 행정부가 라파스로 이전함으로써 실질적인 수도의 기능은 라파스로 옮겨졌다. 대통령궁도 라파스에 있어 수크레는 그야말로 ‘명목상의 수도’가 되었지만, 오늘날에도 볼리비아 헌법은 수크레를 수도로 명시하고 있어 법적인 수도는 여전히 수크레이다. 또한 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는 여전히 수크레에 위치하고 있어 사법 기능이라는 측면에서는 수도의 기능을 하고 있다.

1991년에는 시 전체가 ‘수크레 역사 도시(Historic City of Sucre)’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으로 등록(참조 번호 566)되었다. 에스파냐 식민지 시대에 세워진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남아메리카의 건축사 및 생활상을 잘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수크레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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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콜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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