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타의 역사
가. 에스파냐 식민 시기 이전
보고타에 처음으로 정착 생활을 시작하였던 사람들은 치브차(Chibcha) 문명권에 속하는 무이스카 족(Muiscas)이다. 에스파냐 정복자들이 오기 전까지 무이스카 원주민은 약 50만 명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동북쪽 엘코쿠이(El Cocuy) 산에서 남서쪽 수마파스(Sumapaz) 산에 이르는 넓은 고원에 자리 잡았다. 무이스카 족은 크게 두 부족으로 나뉘어 세력을 형성하였다. 하나는 시파(Zipa) 부족이 살던 서남부의 바카타(Bacatá) 즉 지금의 보고타 지역이고, 다른 하나는 사케(Zaque) 부족이 차지한 동북쪽의 운사(Hunza) 즉 지금의 툰하(Tunja) 지역이었다. 무이스카 족은 옥수수, 감자, 콩 등을 주로 재배하며 촌락을 이루고 살았으나 도시 문명으로 나아가지는 못하였다.
나. 식민 시기
에스파냐 정복자들의 보고타 건설은 엘도라도(El Dorado: 16세기 에스파냐 사람들이 남아메리카에 있다고 믿었던 황금의 나라) 전설과 관계가 깊다. 1536년 에스파냐 인 곤살로 히메네스 데 케사다(Gonzalo Jiménez de Quesada)는 엘도라도를 찾기 위하여 카리브 해 연안의 산타마르타(Santa Marta)에서 출발하여 마그달레나(Magdalena) 강을 따라 콜롬비아 내륙으로 들어갔다. 900여 명으로 출발했던 탐험대가 166명으로 줄어들 정도로 갖은 고생 끝에, 보고타 근처에 도착한 케사다 일행은 원주민인 무이스카 족을 정벌하고 황금과 에메랄드 등의 보물을 약탈하였다. 1538년에 케사다는 원주민들의 중심지였던 바카타 지역에 보고타를 건설하였다.
1549년에는 에스파냐의 국왕 카를로스 1세(Carlos I)가 보고타에 왕립사법행정원(Real Audiencia)을 설치하여 에스파냐가 정복한 대부분의 콜롬비아 영토를 관할하게 하였다. 콜롬비아의 행정 중심지로서 보고타의 역할은 이때부터 비롯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1553년에 시의 중앙 광장이 현재 볼리바르 광장(Plaza de Bolívar)의 위치로 옮겨졌으며, 성당, 법원, 시청 등 주요 건물들이 광장 주변에 위치하게 되었다. 에스파냐는 신대륙의 식민지를 더 효율적으로 다스리기 위하여 1717년에 누에바그라나다 부왕령(Virreinato de la Nueva Granada: 오늘날의 콜롬비아, 파나마, 에콰도르, 베네수엘라를 아우르는 지역)을 설치하고, 그 수도를 보고타로 정하였다.
에스파냐와 포르투갈의 식민지 ⓒ 푸른길
다. 독립 이후
1808년 유럽에서 나폴레옹이 에스파냐를 침공하자 에스파냐의 신대륙 식민지 각 지역에서는 자치 정부를 수립하려고 평의회가 결성되기 시작하였다. 1810년 7월 보고타에서도 평의회가 결성되어 누에바그라나다 부왕의 승인을 요구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1810~1819년 동안 보고타는 당시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지도자들 사이에서 이상적인 정부 형태를 두고 연방주의와 중앙 집권주의가 대립하고, 독립군과 에스파냐 왕실군이 누에바그라나다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던 곳이었다.
1819년 남아메리카의 독립 영웅 시몬 볼리바르(Simón Bolívar)는 보고타 인근에서 벌어진 보야카 전투(Batalla de Boyacá)에서 에스파냐 왕실군을 격파하고 보고타를 탈환하였다. 시몬 볼리바르는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콜롬비아를 통합하여 그란 콜롬비아(Gran Colombia)를 결성하고, 보고타를 수도로 삼았다. 1830년 그란 콜롬비아가 붕괴된 후, 콜롬비아는 ‘누에바그라나다’라고 불렸다가 1886년의 헌법에서 콜롬비아 공화국으로 개칭되었다.
19세기 후반의 콜롬비아는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권력 다툼으로 정치적으로는 혼란한 상태를 이어 갔지만, 교육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보고타의 역할은 강화되었다. 1823년 보고타에 콜롬비아 국립박물관(Museo Nacional de Colombia)이 건립되었고, 1825년에는 콜롬비아 국립도서관(Biblioteca Nacional de Colombia)이 확장되었으며, 1867년에는 콜롬비아 국립대학교(Universidad Nacional de Colombia)가 세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