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고

고려 때 사원에 설치되어 있던 서민 금융기관.
「장생」이란 본래 재화를 대부해 주고 그 이자를 받음으로써 자본을 축적한다는 의미로서, 장생고에 저장된 재화를 장생전(長生錢)·장생포(長生布)라 했다. 일찍이 중국에서 화폐경제가 발달하면서 장생고 운영이 활발해졌는데, 사원에서도 사원경영을 위해 장생고를 설치하고 이를 무진(無盡)이라고도 했다. 고려 때는 불교가 왕실과 으로부터 적극적인 비호를 받아 사원이 경제적으로 막대한 재화를 축적, 잉여재화를 자본으로 해서 장생고를 설치했다.

장생고 설치의 명분은 자본을 대여해주고 그 이자수입으로 불전공양과 가람의 보수, 그리고 병자와 빈민의 구제사업으로 쓰도록 한다는 것이었으나, 중기 이후에는 본래의 의도에서 벗어나 오직 이윤추구만을 위한 고리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나라에서는 여러 번 이를 금지하려 했으나 오히려 보다 대규모로 운영되었으며, 왕실 귀족도 각기 장생고를 설치·운영하기도 했다. 이러한 장생고는 사원경제를 더욱 발전시키는 요인이었으며, 한편으로는 사원이 경제적·물질적으로 세속화되어 불교계의 타락과 승려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