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병

고려에서 통용된 은으로 만든 화폐. 1101년(숙종 6)에 은 1근으로 우리나라 지형을 본따 만든 것으로, 「활구(濶口)」라고도 했다. 은은 본래 이전부터도 국제무역 등의 대규모 거래에서 화폐구실을 했으며, 또한 은제 수병(水甁)·주기(酒器) 등으로 상류층에게 귀하게 사용되어왔었는데, 이러한 은병이 이때 표준화되어 법화(法貨)로서 사용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은병 하나의 값이 포 100여 필이나 되는 고액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교환수단으로서 어느 정도 이용되었을까는 의문이며, 일부 들 간에 한해 유통되었으리라 본다. 또한 은에 동을 섞어 사주(私鑄)하는 일이 많아 질이 낮아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났으며, 1331년(충혜왕 1)에는 포 15필과 대등한 가치로 작은 은병을 새로 주조하여 통용시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