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모판의 역사

벨리즈는 기원전 250년경부터 900년까지 마야(Maya)와 케치(Ketchi) 족이 거주하던 고대 마야 문명의 중심지였다. 150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의 제4차 항해 때 발견되었으며, 이후 에스파냐 인들은 유카탄 반도(Yucatan Peninsula)를 중심으로 정복에 나섰다. 벨리즈에 대한 영국의 식민 활동은 1638년 스코틀랜드 해적인 피터 월리스(Peter Wallace)가 벨리즈 강 하구에 정착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영국은 1655년 자메이카의 영국군과 선원들을 벨리즈 지역으로 이주시켜 식민 활동을 본격화했다. 영국 해적들이 유카탄 반도 인근에서 에스파냐 선박들을 약탈하면서 영국과 에스파냐의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영국은 1798년 세인트조지카예(St. George's Caye) 전투에서 에스파냐를 격퇴하고 벨리즈의 지배권을 획득했다. 1862년 영국은 벨리즈를 영국 왕실 식민지로 편입시켜 자메이카 총독의 관할에 두었다. 1884년 자메이카에서 영국령 온두라스(British Honduras)로 분리되면서 벨리즈시티(Belize City)가 수도가 되었다. 1954년 헌법을 제정하고, 1964년에는 영국의 식민지 상태에서 내정 자치권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1961년 10월 허리케인 해티(Hattie)가 발생하고 조수(潮水)의 영향이 겹치면서 수도인 벨리즈시티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당시 허리케인 해티는 시속 400㎞의 속도로 벨리즈시티의 해안 저지대 가옥과 상업 시설의 약 75%를 파괴하고, 262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카리브 해 일대의 허리케인 ⓒ 푸른길

카리브 해에 인접해 있고, 해발 고도가 45㎝에 불과한 벨리즈시티는 이전에도 허리케인의 피해를 자주 입었다. 이로 인해 일부 계획가들은 벨리즈시티에 교육, 경제, 정치, 문화 등 국가 기능의 대부분이 집중되어 있는 것을 우려했다. 더구나 벨리즈시티는 열악한 슬럼가와 위생 시설의 부족, 과밀한 인구 등으로 도시화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아직 개발이 미약한 내륙 지역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1962년 카리브 해 연안에 자리한 벨리즈시티에서 서쪽으로 82㎞ 떨어진 내륙의 벨모판이 새 수도 부지로 결정되었다. 해변과 상당히 떨어진 내륙 지역은 허리케인의 피해에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벨리즈 강을 통해 풍부한 용수도 공급받을 수 있었고, 공업 용지도 쉽게 확보할 수 있었으며, 2개의 고속도로가 지나는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수도 이전은 영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1966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벨리즈는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었으며, 조지 캐들 프라이스(George Cadle Price) 총리는 수도 건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에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2400만 벨리즈 달러(127억 원)의 비용을 들인 1단계 공사는 1970년에 완료되었다. 가장 먼저 중앙 정부 기구와 공무원, 필수 공공 서비스를 위한 건물이 완공되었다. 경찰서, 소방서, 우체국, 시청사 등의 시설 등의 건물을 비롯하여 경찰 훈련소, 국가 문서 관리소, 수상 관저 등이 1970년대까지 대부분 완공되었다. 상업 및 주택 등의 시설 개발은 이보다 늦게 진행되었다. 공공 기관 이전이 시작된 이후 20여 년이 지나자, 과밀 상태에 이르러 새로운 사무동을 신축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버스 터미널과 상업 단지가 건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