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도밍고의 문화

산토도밍고의 문화

도미니카 공화국의 국민 춤곡 메렝게

메렝게(Merengue)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대표적인 춤곡이다. 2/4 박자로 구성된 밝은 선율의 음악으로, 둘째 마디 후반에 등장하는 타악기 연주가 특징이다. 메렝게의 어원에 관해서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전래된 춤 동작에서 유래했다는 주장도 있고, 프랑스의 디저트인 머렝(meringue)과 관련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인접한 아이티에도 메랭그(méringue)라고 불리는 유사한 춤곡이 있다. 하지만 도미니카 공화국의 국가적 상징으로 여겨지는 메렝게와는 다르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메렝게가 등장한 것은 1850년대부터이다. 처음에는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하였고, 당시에 남녀가 짝을 이루어 추는 툼바(tumba)가 유행하고 있었는데, 메렝게가 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20세기 초에는 시바오의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페리코 리피아오(Perico Ripiao)라고도 불리는 메렝게티피코(Merengue Típico Cibaeño)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메렝게 연주에 탐보라(tambora), 귀라(güira) 등의 타악기와 함께 19세기 말 독일에서 유입된 아코디언이 주로 사용되었다. 귀라는 원주민인 타이노 족의 악기이고, 탐보라는 아프리카에서 유래한 북이다. 원주민, 아프리카, 유럽의 문화가 결합한 음악이 탄생한 것이다.

메렝게가 도미니카 공화국의 국민 음악이 된 데에는 독재자 트루히요 대통령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메렝게티피코에 심취한 그는 자신을 찬양하는 내용이 담긴 메렝게 곡을 작곡하게 하고, 유명 작곡가와 오케스트라에게 이를 연주하게 했다. 메렝게는 지역 음악에서 벗어나 전국적으로 유행하면서 이른바 국민적 장르가 되었다. 1961년 트루히요가 암살된 이후, 가수 조니 벤투라(Johnny Ventura)는 ‘콤보쇼(Combo Show)’라는 그룹을 결성하여 새로운 메렝게를 유행시켰다.

메렝게는 상업 음악으로서 수도인 산토도밍고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1970년대 미국 이민 붐을 타고 뉴욕에 새로운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메렝게는 미국 내 라틴 음악의 유행과 함께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다.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살사 등과 같은 다른 라틴 음악의 등장으로 세계적인 인기는 시들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는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메렝게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도미니카 공화국 사람들에게 중요한 음악이다.

연관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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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벨리즈
21. 엘살바도르
22. 도미니카 공화국
23. 아이티
24. 바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