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소의 역사

나소의 역사

가. 해적의 소굴

나소가 속해 있는 뉴프로비던스 섬은 에스파냐의 후원을 받은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이후 에스파냐는 이 섬의 지배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나소는 뉴프로비던스 섬에서 가장 큰 도시로, 1684년 에스파냐에 의해 완전히 불타 버리기도 했다. 바하마의 여러 섬 가운데 뉴프로비던스 섬은 당시 카리브 해에서 대표적인 해적 소굴이었다. 이 지역에 해적이 많았던 이유는 그 무렵 신대륙에서 귀금속을 가지고 에스파냐로 돌아가는 배들이 이 지역에서 가까운 플로리다 해협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1703년 에스파냐는 프랑스와 동맹을 맺고 나소의 점령을 시도했다. 1713년까지 나소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해적들은 토머스 배로(Thomas Barrow)와 벤저민 호니골드(Benjamin Hornigold) 등을 우두머리로 하여 ‘사략선원 공화국(Privateers Republic)’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검은 수염(Blackbeard)’으로 알려진 해적왕 에드워드 티치(Edward Teach)1)가 이들과 연합했으며, 이 연합 세력에는 앤 보니(Anne Bonny)와 메리 리드(Mary Read) 같은 여성 해적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1718년 영국은 뉴프로비던스 섬의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바하마 총독인 우즈 로저스(Woodes Rogers)를 파견했다. 우즈 로저스는 해적들을 성공적으로 소탕하여 도시의 행정권을 되찾고 무역을 재개했다. 에스파냐는 1720년 섬을 탈취할 계획을 세웠지만 실패했고, 이후에도 18세기 말까지 여러 차례 나소를 침략했다. 1782년에는 에스파냐의 쿠바 총독이던 후안 카히갈(Juan Manuel de Cajigal, Cajigal은 Cagigal이라고도 알려져 있음)이 군대를 이끌고 뉴프로비던스 섬을 침공하여, 영국의 항복을 받아 냈다. 그러나 이듬해인 1783년 4월 미국 내 영국 왕당파 앤드루 드보(Andrew Deveaux) 중령의 공격으로, 나소는 다시 영국이 장악하게 되었다.

나. 식민 시대

1783년 9월에 미국의 독립 전쟁이 파리조약(Treaty of Paris)으로 끝을 맺었다. 패전국인 영국은 미국의 연합국이었던 프랑스, 에스파냐, 네덜란드 등과도 일련의 조약(Peace of Paris, 흔히 베르사유 조약이라고 함)을 맺고, 해외 식민지들을 재조정하게 되었다. 이 조약에 따라 바하마 제도는 영국의 식민지로 확정되었고, 이후 나소는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겪었다. 미국 독립 전쟁에서 패한 영국인들이 노예를 데리고 대거 바하마로 이주하기 시작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나소에 정착하면서 과거 정착민의 수를 넘어서게 되었다.

이주민이 정착할 당시 나소가 자리한 뉴프로비던스 섬은 대부분 미개척지였다. 이주민들은 클리프턴(Clifton)과 터스큘럼(Tusculum) 등에 플랜테이션(plantation)을 열고 노예를 수입했지만, 척박한 토양과 강수량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 실패했다. 특히 1807년 영국이 노예 제도를 폐지하면서 많은 영국 귀족들이 바하마를 떠나게 되었다. 노예 제도가 폐지된 후 흑인 상당수는 나소의 남부 그랜츠타운(Grants Town)과 베인타운(Bain Town)의 교외 언덕에 정착한 반면, 유럽계 후손들은 섬의 북부 해변 구릉지에 주로 정착했다.

20세기에 들어 바하마는 미국 부유층의 관광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주변 농경지의 주민들이 모여들었고, 미국의 남북 전쟁 시기에는 밀항자가 유입되기도 했다. 1920~1930년대에는 미국의 금주법 시행으로 바하마에서 밀주 양조업이 번성했지만, 금주법이 폐지된 후로는 극심한 경제적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 관광객을 중심으로 관광업이 되살아나고 국제적 금융 및 투자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도시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1964년 영국으로부터 자치를 인정받고, 1973년 7월 바하마 연방(Commonwealth of The Bahamas)으로 독립국이 되었다.

다. 독립 이후

바하마 독립 이후 나소는 도시화가 더욱 진행되었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섬 전체가 나소의 도시 영향권에 속하게 되었다. 그러나 도시화의 진전과 함께 계층별 거주지 분화도 심화되어, 잘 계획된 중산층 거주지와는 대조적으로 저소득층 거주지는 매우 열악한 상태이다.

연관목차

898/1205
23. 아이티
24. 바하마
24.1.2 나소의 역사 지금 읽는 중
25. 자메이카
26. 그레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