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끝의 지장보살

지팡이 끝의 지장보살

분류 문학 > 불교설화모음 > 신앙설화

• 주제 : 신앙
• 국가 : 중국
• 시대 : 당나라
• 참고문헌 : 지장보살영험설화

당나라 간주(簡州) 금수현(金水縣)에 살던 등시랑(鄧待郎)은 본래부터 부처님을 믿어왔다.
그런데 어느 날 길가에서 지팡이머리 같은 것을 주웠는데 거기에는 스님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등시랑은 그것을 주워서 집에 가지고 와 벽에 꽃아 놓고 2, 3년을 지내다가 갑자기 병이 들어 죽었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의 가슴이 식지 않은 것을 보고 혹시나 살아날 것인가 하여 염을 하지 않고 그대로 놓아 두었더니 하룻밤을 지난 다음날 낮에야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울면서 그동안에 있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처음 죽을 때는 사람이 말을 타고 와서 나를 끌고 갔었다.
그리고 얼마인가를 가니 큰 성문이 나타났는데 그 안에 들어가니 거기가 염라청이었다.
거기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결박을 진 채 모여 있었다.
염라대왕은 그들을 향하여 큰 목소리로 무엇인가 꾸짖고 있었다. 막 내 차례가 되니 염라대왕은 매우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때 모습이 매우 누름한 스님 한분이 나타나 대왕 앞에 이르러 가자 대왕이 벌떡 일어나 자리에서 내려와 공경히 합장하고 예를 올렸다.
그리고 그 앞에 끊어 앉아서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 사람은 나의 단월이니 꼭 죄를 사하여 주기를 바라오.」
「이 사람은 죄업이 이미 결정되었고 또 한 수명과 식록까지 모두 다하였으므로 죄를 사해주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내가 옛적에 33천 선법당에서부처님께서 나에게 부촉하시기를 <죄업이정해진 모든 유정중생들을 꼭 구제하라>고하셨으며 내가 죄업 중생들을 제도코자 하는 것은 오늘 처음 시작하는 일이 아닌데 하물며 그다지 중한 죄를 범한 사랑도 아닌데 어찌 구제하지 못한단 말이오?」
「대사님, 원력이 크고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는 것이 마치 금강산과 같습니다. 대사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니 이 사람을 곧 인간으로 내보내겠습니다.」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은 매우 기뻐하시면서 나의 손목을 잡고 오던 길로 다시 인도해 주셨다.
우리 마을 가까이 와서 헤어질 때 스님께 여쭈었다.
「스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스님께서 저를 살려주셨습니다. 참으로 큰 은인이십니다. 저에게 스님의 법호를 일러 주십시오.영원히 간직하고 마음 속 깊이 모시겠습니다.」
그랬더니 스님께서 말씀하였다.
『나는 지장보살이니라. 네가 인간에 있을 때에 길가에서 나의 형상을 보고 잘 알지 못하면서도 소중하게 주어다 너의 집 벽에 꽂아둔 일이 있지 않느냐?
그것은 아이들이 장난으로 지팡이 머리에 내 얼굴만 새겨두고 그 밖의 나머지는 새기지 못한 것이니라. 그래서 나의 형상이 이렇게 추루하니라. 네가 나를 소중히 한 마음씨가 갸륵하다.」
하고 이 말을 마치자 문득 스님의 모습은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되었다』
하였다.
시랑이 깨어난 뒤에 생각이 나서 자기집 벽에 꽂아둔 지팡이를 다시 보니 과연 그 말씀과 같이 되었다. 그리고 지팡이 가운데가 갈라졌으므로 전단향목을 구하여 다시 5촌 가량 크기를 보충하여 조성하였다. 시랑이 죽을 곳에서 살려준 지장보살의 은공을 생각하고 정성을 다하여 조성하였던 것이다.
그 뒤로부터는 지장보살 형상에서 때때로 광명을 놓아 집안을 밝게 비쳤다.
시랑은 크게 환희심이 나서 이번에는 아주 새로이 지장보살 존상을 크게 조성해 모시고 자기 집을 절로 만들었으며 이름을 지장대(地藏臺)라 하였다.
그리고 작은 지팡이 등상까지 함께 모시고 예배 공양하며 염불 기도하기를 쉬지 않았다.
이 소문은 원근에 곧 퍼져서 예배 공양하러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의 집 앞은 마침내 한 시가가 되고 말았다.

<지장보살영험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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