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항산에 나타난 대맹 관세음보살

• 주제 : 신앙
• 국가 : 한국
• 지역 : 평안도
• 참고문헌 : 김대은사기

옛날 평안북도 묘향산 금선대(金仙臺) 아래 희천(熙川)골 어느 동네에 안진홍(安鎭洪)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금선대 절의 신도이면서 매사냥을 평생직업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산타기를 좋아 하였다.
어느 날 묘향산으로 들어가 토끼와 꿩을 잡으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어떤 높은 성벽으로 되어 있는 층암절벽에 나무가 하나 서 있는데 매가 새끼를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때에 사냥꾼은 매 새끼를 잡아 기를 생각으로 손에 가졌던 매는 금선대 아래에 있는 자기집에 가져다가 매어놓고 행장을 간단하게 다시 잘 차린 다음 높은 바위 낭떠러지를 다시 찾아와 매 새끼가 있는 나무위로 올라가려다가 실족을 하여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졌다.
다행히 절벽 사이에 있는 나뭇가지에 다리가 걸려 매달려 있게 되었다.
그때에 정신이 아득한 가운데도 불공을 갔다가 스님에게서 배운 관음경을 외우면서 떨어져 내려갔다 겨우 정신을 차려보자, 위로 올라갈 수도 없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없다.
할 수가 없이
「이제는 죽었구나.」
하고 관세음보살만을 생각하고 이름을 부르면서 돌아보니 위로는 천길만야이고 아래로도 천길만길이었다.
그러고 아득한 아래쪽에서 무슨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이 들리었다.
아슬아슬 내려다보니 큰 구렁이가 멍석을 말아놓은 것 만한 것이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안진홍은 생각했다.
「이제는 또 봉시불행(逢時不幸)으로 저놈에게 물려죽겠구나」
하고 조마조마하며 있자니까 구렁이는 여전히 기어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가까이 올라오더니 안진홍의 다리아래를 걸쳐 기어가기는 하였으나 물려고는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안진홍은 무의식중에 자기가 가지고 있던, 망태기 주머니 속의 칼을 빼어 구렁이 등에 푹 꽂았다.
그리고 안진홍은 칼자루를 붙잡은 채 잔등에 매어달려 구렁이가 기어가는 대로 따라갔다.
얼마만큼 가다가 보니 구렁이는 절벽위로 올라가 평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안진홍은 구렁이 등에서 내려가지고 칼을 빼어 주려고 하였으나 칼이 빠지지를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구렁이는 싫다는 듯이 몸을 빼처 달아나는 것이었다.
안진홍은 할 수없이 구렁이를 달아나는 대로 보내고 기이한 생각으로 금선대를 다녀 집으로 돌아왔다.
그 이튿날 아침에는 세수를 하고 경 책상에 놓여 있는「보문품」의 「관음경」을 읽다가 문득 보니「큰 서원이 깊기가 바다와 같다.」는 구절에 구렁이 잔등에 꽂았던 칼이 꽂혀 있는 것이었다.
안진홍은 그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때에 「홍서심여,弘誓深如」하는 구절까지를 외우고 그 다음이 막혀 그만두었던 것을 생각하고 깜작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관음경이 구렁이로 화하여 칼을 받았는지 구렁이가 그대로 변하여 관음경이 되었는지를 분간할 수가 없었다.
안진홍은 그러한 일이 있은 뒤에 관음보살이 나의 사냥하는 악습을 고쳐주려고 이렇게 영험과 기적을 보이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처럼 사랑하던 매도 남에게 주고 사냥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가정살이도 아들에게 맡긴 다음 금선대 절로 올라가 진실한 거사로 있으면서 염불을 하고 반평생을 깨끗하게 살다가 최후를 마쳤다.

<金大隱師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