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별왕과 소별왕

대별왕과 소별왕

분류 문학 > 초월적 인물형 > 신선(神仙)형

• 갈래 : 신화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아주 아주 까마득한 옛날에는 하늘과 땅이 시루떡처럼 하나로 붙어있었다. 어느 순간 하늘과 땅으로 갈라지더니 하늘에서는 푸른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는 검은 이슬이 솟아나서, 하나로 합쳐져 온갖 별들과 산, 물, 풀, 나무, 짐승, 그리고 사람이 만들어졌다. 이 때 커다란 수탉 한 마리가 큰 산에 올라가 “꼬끼오오~”하며 울었더니 바다 속에서 푸른 옷을 입은 거인이 솟아났다. 거인의 앞이마에도 눈이 둘, 뒷이마에도 눈이 둘 있었는데, 앞엣것은 이글거리는 해 둘이 되고 뒤엣것은 싸늘한 달 둘이 되었다. 하늘에 해와 달이 생겨난 뒤로 세상엔 밝은 빛이 가득해서 모두 기뻐했다. 그러나 하나씩 있어야 할 해와 달이 둘씩이나 하늘에 떠 있으니 하늘나라 임금님인 천지왕도 이만 저만 걱정되는 게 아니었다.

그러다 천지왕은 희한한 꿈을 꾸었다. 땅에서 두 줄기 신비한 기운이 하늘로 뻗쳐 두 마리 큰 용으로 변하더니 해와 달을 하나씩 삼켜버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분명 땅 세상의 배필을 얻어 자식 낳을 꿈이었다. 천지왕은 땅의 사람들 가운데 슬기롭고 어진 총명부인과 결혼하여 오순도순 잘 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가 생겼다. 천지왕은 무척이나 기뻐했지만 하늘나라를 오래 비워둔 터라 땅세상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이제 부인의 곁을 떠날 때가 되었소. 머잖아 아들 쌍둥이가 태아날 것이니, 형은 대별왕, 아우는 소별왕이라 하시오”하고 박씨 두 알을 꺼내 총명부인에게 주었다. “아이들이 자라 아비를 찾으면 이 박씨를 울타리에 심으라 하시오” 그렇게 천지왕은 하늘로 올라갔다. 얼마 뒤에 총명부인은 정말로 아들 쌍둥이를 낳았다. 이 아이들이 바로 대별왕 소별왕이다. 형제는 하루 자라기를 열흘 자라듯 하고 힘과 슬기가 뛰어나 아무도 당할 자가 없었다.

어느덧 일곱 살이 되었을 때 마침내 형제는 총명부인에게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었다. 총명부인이 건네준 박씨를 울타리 아래 심었더니 순식간에 줄기가 하늘까지 뻗어나갔고 형제는 박줄기를 타고 올라가 천지왕을 만났다. 천지왕은 커다란 활 둘과 화살 둘을 내주며 “너희가 정녕 내 아들들이라면 이것으로 해와 달을 하나씩 쏘아 떨어뜨려라”고 말했다. 형제는 활과 화살을 들고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가 동쪽하늘을 향해 활을 겨누었다. 먼저 대별왕이 활을 쏘았는데 두 번째 햇덩이를 꿰뚫자 햇덩이는 빛을 잃고 동쪽하늘로 날아가 새벽 샛별이 되었다. 이번에는 소별왕이 바다에서 솟구쳐오르는 달덩이를 꿰뚫자 달덩이는 싸늘한 기운을 잃고 서쪽하늘로 날아가 초저녁 개밥바라기 별이 되었다. 대별왕과 소별왕이 해와 달을 쏘고 돌아오자 천지왕은 기뻐 어쩔 줄 몰랐다. 천지왕은 대별왕에겐 이승을 다스리게 하고, 소별왕에겐 저승을 다스리게 했다. 소별왕은 자기가 이승을 다스리고 싶어서 대별왕에게 내기를 하자고 했다.

질문마다 대별왕이 지혜롭게 답하여 소별왕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른 내기를 걸었다. “은그릇에 꽃씨를 심은 다음, 각자 머리맡에 놓고 잠을 잡시다. 자는 동안 꽃이 무성하게 피는 쪽이 이기는 겁니다.” 이번에도 대별왕은 선선히 그러자고 했다. 대별왕이 깊이 잠든 동안 실눈을 뜨고 은그릇을 보니까 자신의 꽃은 피어나다 시들어버리고 대별왕의 꽃은 활짝 피어나는 것이었다. ‘이러다간 영영 이승을 못 차지하겠다’고 생각한 소별왕은 몰래 은그릇을 바꿔놓았다. 잠에서 깨어난 대별왕은 “내가 졌다. 네가 이승을 차지하거라”하고 소별왕에게 이승을 주어버렸다. 그리고 이런 부탁을 했다. “아우야, 이승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산다. 그중에는 도둑놈도 있고 사기꾼도 있지. 그들을 잘 다스리려면 힘과 슬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참된 마음이 있어야 한단다. 그러니 진실로써 그들을 다스려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바란다.” 그러나 거짓 꾀로 이승을 차지한 소별왕은 세상을 잘 다스릴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아직까지도 이 세상은 선과 악이 서로 뒤엉켜 혼란스럽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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