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네깃또

궤네깃또

분류 문학 > 초월적 인물형 > 신선(神仙)형

• 갈래 : 신화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호남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아주 먼 옛날 해동국 제주섬 송당리란 마을에 소천국이란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리고 바로 그 시간 바다 멀리 남쪽나라의 한 마을에 백주또란 계집아이가 태어났다. 소천국과 백주또는 원래 땅속나라 신이었다. 그들은 캄캄한 땅속나라가 너무 싫어 백 년 동안 하느님께 기도해서 밝은 세상에 태어난 것이었다. 소천국과 백주또는 건강하게 자라 부부가 되었다. 백주또는 아들 다섯 형제를 낳았다. 그리고 여섯째 아이를 가졌다. 그런데 남편 소천국은 빈둥빈둥 놀기만 했다. 게다가 소천국은 얼마나 먹성이 좋은지 보통 사람의 아홉 배는 먹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식들마저 굶어죽을 판이었다. 생각다 못해 백주또는 남편을 살살 구슬려 농사를 짓게 했다.

넓고 기름진 들을 본 소천국은 마음을 바꾸고 열심히 농사를 지었다. 하루는 소천국이 땀을 뻘뻘 흘리며 밭을 갈고 있는데, 지나가던 스님이 배가 고프니 먹고 남은 점심이 있으면 좀 달라고 했다. 소천국은 스님이 먹으면 얼마나 먹으랴 싶어 밭머리에 차려진 점심을 먹으라고 했다. 스님은 배고픈 김에 밥 아홉 그릇과 국 아홉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가버렸다. 소천국이 배가 고파 밥을 먹으려고 하니 그릇이 싹 비어있었다. 소천국은 “에라, 소라도 잡아먹자”하고 밭 갈던 소를 한 손에 때려잡아 구워 먹었다. 그래도 배가 부르지 않아 저 멀리 풀을 뜯고 있는 암소도 잡아먹어버렸다. 빈 그릇을 가지러 온 백주또는 벌컥 화를 내며 소도둑놈과 살 수 없으니 헤어지자고 했다. 소천국은 집을 나와 산으로 들로 사냥을 하며 혼자 살았다. 얼마 뒤 백주또는 여섯째 아들을 낳아 궤네깃또라 이름 지었다.

궤네깃또가 다섯 살이 되어 아버지가 보고싶다고 어머니를 졸랐다. 백주또는 궤네깃또를 업고 소천국을 찾아나섰다. 궤네깃또는 소천국의 가슴팍을 두드리고 귀를 잡아당기고 어리광을 부렸다. 소천국은 왠지 궤네깃또가 맘에 들지 않아 돌궤짝에 처박아 제주섬 앞바다에 풍덩 던져버렸다. 돌궤짝은 물 위에서 삼 년, 물 아래에서 삼 년 동안 떠다니다 용궁의 산호 가지에 덜컥 걸려 용왕의 셋째 공주와 결혼한 뒤 궤네깃또는 돌궤짝을 타고 남쪽나라 바닷가로 왔다. 북쪽나라 오랑캐가 남쪽나라로 쳐들어오자 궤네깃또는 전쟁터로 달려가 오랑캐들을 물리쳤다. 남쪽나라 임금님이 나라 땅 절반을 떼어주겠다고 해도 궤네깃또는 해동국 제주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궤네깃또는 다섯 살 때 헤어진 부모님을 만나고 싶었다. 남쪽나라 임금님은 군사와 하인을 내주면서, 해동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한편 제주섬에 있는 소천국과 백주또는 아들 궤네깃또가 군사와 하인을 데리고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천국과 백주또는 아들 궤네깃또가 복수를 하려고 쳐들어온 것이라 생각했다. 소천국은 송당리 뒷산으로 도망치다 돌부리에 발끝이 걸려 바위에 머리를 부딪쳐 죽고 말았다. 백주또는 송당리 앞산으로 도망치다 치맛자락이 발끝에 걸려 소나무 그루터기에 머리를 부딪쳐 죽고 말았다. 뜻하지 않게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궤네깃또는 한없이 슬펐다. 그래서 큰 굿을 하여 부모님을 위로해드렸다. 그뒤 궤네깃또는 군사와 하인을 남쪽나라로 돌려보내고 아내와 함께 제주섬 곳곳을 구경하며 쓸쓸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녕리란 마을에 가게 되었는데, 세상에 둘도 없는 명당터로 보여 죽을 때까지 살기로 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위해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 나이가 들어 죽은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가뭄이 들면 풍년이 들게 해주고, 마을사람들이 먼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할 때는 풍랑을 잠재워주었다. 김녕리 사람들은 힘을 모아 당집을 짓고, 일 년에 한 차례 제사를 지내며 궤네깃또를 마을신으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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