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막이신 거북이와 남생이

병막이신 거북이와 남생이

분류 문학 > 초월적 인물형 > 신선(神仙)형

• 갈래 : 신화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옛날 옛적 인간 땅 주년국에 숙영선비와 앵연아기가 살았는데, 숙영선비는 나이 열일곱에 풍채는 하늘나라 신선같이 빼어났고, 앵연아기는 나이 열여섯에 자태는 이슬 머금은 꽃봉오리같이 고왔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이 부부가 되면 그보다 더 좋은 인연은 없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숙영선비는 집안이 가난했고, 앵연아기는 부자로 살아서 서로 짝이 기울었다. 숙영선비가 그것을 안타까워하다가 옥황상제께 앵연아기와 맺어주시려면 고개 이편 꽃은 저편으로 기울어지고, 고개 저편 꽃은 이편으로 기울어지게 해달라고 빌었다. 앵연아기 집 사람들이 이것을 보고 두 사람의 혼인이 하늘의 뜻임을 알고 혼인을 허락했다. 세월이 흘러 부부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 아기가 생기지 않아 부부는 동개남상주절 부처님께 석 달 열흘 공을 들여 아기를 낳았다. 그런데 아기는 한 달 두 달이 가도 눈을 뜨지 않는 소경이었다.

그러나 부부는 이래도 저래도 우리 아들이니 거북이처럼 튼튼하게 오래살라고 이름을 거북이라 지어주었다. 그 이듬해 또 한 번 부처님께 공을 들여 아들을 낳았는데, 이번에는 곱추였다. 이래도 저래도 우리 아들이니 남생이처럼 단단하게 오래 살라고 이름을 남생이라 지어주었다. 거북이와 남생이는 성한 몸은 아니지만 부지런하고 재주많아 못 하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거북이가 열 살 먹고 남생이가 아홉 살 먹은 해에 어머니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말았다. 어머니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나자 살아갈 길이 막막한 형제는 그길로 얻어먹으러 다녔다. 눈 먼 거북이가 앉은뱅이 남생이를 업고, 업힌 남생이가 길을 가르쳐주며 겨우겨우 다녔다. 사람들은 소경에 앉은뱅이 곱추가 집에 오면 부정 탄다고 박대를 했다. 거북이와 남생이는 자기들을 태어나게 해준 동개남상주절을 찾아가기로 했다. 이윽고 절 아래 널따란 연못에 도착했는데 연꽃 사이로 빛이 환하게 비쳐오는데 가만보니 노란 생금덩이가 빛을 내고 있었다.

거북이와 남생이는 임자가 있으면 얼마나 애타게 찾을까 싶어 생금덩이를 그대로 두고 절로 올라갔다. 스님은 거북이와 남생이의 사연을 듣고 절에서 밥짓는 불목하니를 불러 거두어 먹이도록 했다. 불목하니는 아이들을 굶기고 구박하고 때리면서 너희들이 절에 들어올 때 보니 등 뒤에 빛이 환하던데 숨겨놓은 금덩이를 내어놓으라고 했다. 거북이와 남생이는 연못에 금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불목하니가 달려가 보니 연못 안에 누런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화가 난 불목하니는 형제를 흠씬 두들겨 팼다. 얻어맞은 형제는 연못에 내려와 확인해보았지만 금덩어리는 그대로 있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구렁이로 보이고 우리 눈에는 금덩이로 보인다면 부처님이 내려주신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 형제는 금덩이를 건져서 부처님께 바쳤다. 스님은 그 금덩이를 녹여 나무로 만든 불상에 금칠을 했다.

그날 밤 형제의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이 세상에는 몸이 성하고 마음이 병든 사람들이 많은데, 너희들은 몸은 불편하나 마음이 거울같이 깨끗하여 복을 받을만 하다. 내 이제 너희 몸도 성하게 하리라” 하기에 깜짝 놀라 깨어보니 거북이 눈이 번쩍 떠지고, 남생이 등과 다리도 펴졌다. 거북이와 남생이는 그 뒤로도 욕심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살다가, 나중에는 아기들에게 드는 병을 막아주는 병막이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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