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신 궁상이와 해당금이

일월신 궁상이와 해당금이

분류 문학 > 초월적 인물형 > 신선(神仙)형

• 갈래 : 신화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옛날, 하늘 옥황궁에 궁상이라는 젊은 선비가 살았다. 말 잘 하고 글 잘 하고 풍채 좋고 인심 좋아 나무랄 데가 없지만, 내기를 좋아해서 지고는 그만두는 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한 번은 옥황궁 선비들이 쓰는 벼루를 걸고 장기를 두어 지는 바람에 벼루를 빼앗겨 버리자 옥황상제가 이것을 알고 크게 성을 내어 인간 땅에 귀양을 보냈다. 인간 땅으로 내려온 궁상이는 산골짜기에 움막을 짓고 귀양살이를 한다. 낮에는 나무를 해다가 장에 갖다 팔고, 밤이면 촛불을 켜고 글을 읽으면서 지냈다. 어느날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나물 캐러 온 처녀를 만났는데, 그 모습이 너무 고와서 한 눈에 반했다. 그 처녀는 산 너머 참봉집 딸로 해당금이라고 불렸다. 궁상이가 해당금이를 아내로 맞으려고 산 너머 참봉집에 들고 난지 3년 만에 장가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장가 간 뒤로는 궁상이가 한 발짝도 안 나가고 허구헌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제 색시 해당금이가 너무 예뻐서 한시도 떨어지지를 못한 것이었다. 해당금이는 이래서는 굶어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 얼굴을 그림으로 그려서 궁상이에게 건네준다. 궁상이는 나무하러 가서 나뭇가지에 그림을 걸어 놓고 낫질 한 번 하고 쳐다보고, 톱질 한 번 하고 쳐다보고 하면서 일을 했다. 그러다 센 바람이 불어와서 그만 그림이 바람에 날려 가버렸다. 그 그림이 바다 건너 남쪽 고을에서 제일가는 부자 배선이 집 마당에 떨어지고 말았다. 배선이가 마침 그 그림 속의 여인을 보니 세상에 둘도 없을 것 같은 모습이라 하인 삼백 명을 보내 수소문해서 알아보니 바다건너 북쪽 고을 호젓한 산골짜기 움막집에 사는 궁상이 아내 해당금이라는 여자였다. 궁상이가 근본은 선비이나 집안이 가난하여 나무나 해다 팔아먹고 살고 있으며, 장기나 바둑 두는 것과 내기하는 것에는 사족을 못 쓴다는 것을 알게 된 배선이는 곧장 금덩이 한 궤짝을 배에다 싣고 궁상이가 사는 곳을 찾아갔다. 궁상이에게 수작을 걸어 장기를 두게 하면서 내리 세 판을 져주었다. 본래 내기 좋아하고 이기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출 때 기다렸다는 듯이 내기 장기를 제안했다.

배선이는 자기가 지면 금덩이 한 배를 다 주고, 만약에 선비가 지면 부인을 주기로 하고 장기를 두는데 내리 세 판을 이겨버렸다. 배선이는 정신을 잃어 멍하니 앉아있는 궁상이에게 아무 날 아무 시에 부인을 데리러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바람처럼 가버렸다. 해당금이는 배선이 집에 잡혀가서 사는데, 아프다는 핑계로 배선이도 만나지 않고 혼자서 별당 안에 틀어박혀 구슬옷만 지으며 한숨으로 날을 보냈다. 배선이의 아내가 되어달라는 닦달이 일 년이 넘어가자 해당금이도 결심을 하고 거지잔치를 석 달 열흘 하여 주면 나을 것 같다고 속이고 궁상이가 오기를 목 놓아 기다렸다. 거지잔치에서 궁상이를 만난 해당금이는 배선이에게 구슬옷을 입게 하고 옥황상제께 빌어 구슬옷이 하늘로 떠오르게 빌었다. 배선이는 하늘 높이 떠올라 다시는 내려오지 못하고 솔개가 되어 하늘을 빙빙 돌게 되었다. 궁상이와 해당금이는 다시 만나, 그 뒤로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금실 좋게 살았다. 둘은 나중에 옥황상제의 명으로 일월신이 되었다. 궁상이는 해의 신이 되고, 해당금이는 달의 신이 되었다. 그런데 둘이 너무 사이가 좋아서 잠시도 떨어져 있지를 않자 옥황상제가 명하여 해는 낮에만 뜨고 달은 밤에만 뜨도록 해 그 뒤로는 서로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은 슬쩍 만나기도 하는데 낮달이 뜨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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