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가 신선세계에서 다시 만난 장도령

선비가 신선세계에서 다시 만난 장도령

분류 문학 > 초월적 인물형 > 신선(神仙)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조선
• 신분 : 일반
• 지역 : 호남
• 출처 : 어우야담 ()
• 내용 :
조선 중종 때 얼굴이 유독 추하고 더러운 거지가 한양에 살고 있었다. 그의 나이 한 마흔 쯤 되어 보였는데 총각처럼 머리를 길게 땋고 다니며 주머니 하나 메고 여기저기 거리를 누비며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는 종종 부잣집 종들과 함께 자주 종로에 나타나 어울려 다니곤 했는데 그는 장도령이라 불렸다. 도령이란 본시 양반집 미혼총각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당시 활약가인 전우치는 길을 가다가도 장도령을 보면 언제나 말에서 내려 그에게 절을 했다. 하지만 장도령은 머리도 까딱하지도 않고 말하기를, “ 자네 어찌 지내는가” 하면, 전우치는 매우 존경스러운 말투로 “예, 별일 없습니다요.” 하고 절을 했다. 이를 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서 전우치에게 그러한 이유를 물었다. 전우치는 대답하기를, “ 조선에 현재 신성을 가진 사람이 세분이 계신데, 그 중에서도 장도령께서 가장 위대하시다네, 둘째가 정북창이요, 셋째는 연세평이시네. 사람들이 몰라서 그러지만 나는 그분께 존경을 표시하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겠소” 하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우치가 이상한 사람이라 하여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당시 장이 다니는 근처에 한 선비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장도령이 구걸하러 다니는 것을 자주 보곤 해서 하루는 장에게 물었다. “ 자네는 어디서 온 누구인가 어찌하여 구걸을 하고 다니는 건가” 이에 장도령은 본인은 전라도의 양반 출신이었으나 부모님이 열병으로 돌아가시고 나니 주변에 아무도 없어 홀로 남게 되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한양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선비는 장도령을 불쌍히 여겨 잔치가 있을 때마다 그를 불러 먹이곤 했다. 어느 날 선비는 길을 가다 죽은 시체가 들것에 들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것은 장도령의 시체였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장도령이 불쌍하고 측은해 통곡을 하며 울었다. 그로부터 이십년 후에 선비는 전라남도를 여행하게 되었다. 마침 지리산을 지나는데 길을 잃고 한 밤 중에 헤매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나무꾼이 길을 알려주었다.

그 길을 따라 가는데 가면 갈수록 경치가 바뀌는 게 더 이상 사람세상 같지가 않았다. 그때 한 노인이 녹색 도포를 입고 하인들을 거느리고 그를 향해 다가왔다. 노인은 선비에게 정중히 다가와 머리를 숙이며 안부를 묻고는 “ 제 집이 여기서 아주 가까우니 저와 함께 가시지요.” 하고 그를 안내했다. 함께 간 곳은 찬란한 보석들로 장식된 아름다운 대궐이였다. 마치 신선나라처럼 아름다운 곳이었는데 노인은 선비에게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겠냐며 “ 내가 장도령이요. 나를 기억하시겠소” 하고 물었다. 선비는 놀라 그의 얼굴을 바라보니 예전의 얼굴은 여전했으나 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 조선에는 신선들이 사는 산이 네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산이랍니다. 내가 실수를 범해서 인간 세상에 잠시 가 있었는데, 당신이 내게 베풀어준 친절을 잊어본 일이 없답니다. 그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곤 선비를 위해 두 번의 잔치를 베풀고는 “이곳은 당신이 오래 머물 곳은 아닙니다. 우리 다시 만나긴 어렵겠지만 부디 몸 조심히 잘 가십시오.” 하고는 작별을 고했다. 선비는 하인을 따라 길을 가다보니 이미 신선세계에서 나온 느낌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 입구에 말뚝을 표시로 세워놓았다. 그리곤 다음 해에 다시 지리산으로 가서 표시를 찾아봤지만 신선세계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해가 갈 수 록 선비는 더욱 젊어지는 것 같았고, 아흔 살이 되던 해 마침내 고통 없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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