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명신 도랑선비와 개울각시

말명신 도랑선비와 개울각시

분류 문학 > 초월적 인물형 > 신선(神仙)형

• 갈래 : 신화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옛날 옛적 주년국 동쪽 땅에 도랑선비라고 하는 총각이 살았는데,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외삼촌 집에 얹혀 살면서도 글공부를 부지런히 해서 나이 열일곱에 못 읽는 글이 없고 못 외는 책이 없었다. 이 때 이웃 마을에는 개울각시라고 하는 아리따운 처녀가 살았는데, 이 처녀 또한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이모집에 얹혀 살았지만 슬기롭고 총명하여 나이 열여섯에 노인들도 모르는 것을 다 알아서 근방에 칭찬이 자자했다. 혼기가 차서 서로의 배필감을 찾던 중에 두 집이 서로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이쪽 저쪽 모자랄 것도 남을 것도 없이 딱 들어맞는 혼저인지라 양쪽 집에서 서로 사주, 예단을 주고받아 혼례를 치르기로 했다. 개울각시 이모가 혼인날을 받으려고 점쟁이 강절도령을 찾아 갔다. 강절도령은 예전부터 개울각시를 마음에 두고 있는 터라 심술이 나서 좋은 날 다 놔두고 삼년 액과 세 가지 살이 다 드는 윤사월 그믐날을 받아주었다.

드디어 도랑선비가 색시집에 이르러 초례청에 들어가 음식상을 받아 놓고 앉았으나 눈앞이 캄캄해지고 몸을 가눌 수가 없어 쓰러지고 말았다. 도랑선비는 개울각시의 만류에도 밤중에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언제 돌아오느냐는 개울각시의 물음에 집 앞 오동나무에 까막까치가 와서 울거든 내다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개울각시는 몸에 든 병이 씻은 듯이 나아 돌아오기를 옥황상제께 사흘 밤낮을 빌었으나 까마귀로부터 온 편지에는 도랑선비가 죽었다는 전갈이었다. 개울각시는 곧장 신랑집에 찾아가 남편 장례를 치르고 나서, 빈소를 꾸며 놓고 그 앞에서 밤낮으로 슬피 울며 옥황상제님께 첫날밤에 이별하여 저승 간 도랑선비님을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나 보게 해달라고 빌었다. 옥황상제는 누가 저렇게 슬피 우는지 그 연유를 알아보도록 옆에 있던 황금산 무단절 무야스님을 내려 보냈다. 옥황상제는 이 여인이 과연 얼마나 남편을 그리워하는지 세 번을 시험하여 그 뜻이 간절함을 알거든 그 둘을 다시 맺어 주도록 명령했다. 덧붙여 만약 조상의 죄가 하늘에 닿거든 이승의 인연은 맺지 못한다고 못 박았다.

개울각시는 세 번의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면서 도랑선비를 만나게 되지만 옷자락도 만지기 전에 매번 사라져버렸다. 너무나 안타까워 무야스님께 다시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하자 아미산 꼭대기에 있는 금상사까지 아흔아홉 구비 길을 닦되, 아무 연장도 쓰지 말고 맨손으로 닦아가면 도랑선비는 반대쪽에서 길을 닦아 올 것이라고 했다. 고생고생하며 석 달 열흘 만에 아흔 아홉 구비 길을 다 닦고 나니 드디어 남편 도랑선비를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은 기뻐하면서 손에 손을 잡고 산을 내려갔다. 마을에 다 이르러 난데없는 흙탕물이 가로막았다. 개울각시는 무사히 건넜는데, 도랑선비가 건너려고 물 속에 들어가자 천둥 번개가 치며 용이 나타나 도랑선비를 잡아가 버렸다. 개울각시는 혼자서는 살 수 없으니 어찌하면 서방님을 따라갈 수 있는지를 묻자 도랑선비는 자신을 꼭 만나고 싶거든 석 자 세치 명주로 줄을 만들어 한쪽 끝은 대들보에 걸고 다른 쪽은 부인의 목에 걸어 매달리라고 했다.

개울각시는 집으로 달려가 그렇게 매달려 죽었는데, 죽으면서도 이제 저승에서 남편을 만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했다. 도랑선비는 저승에서 글방훈장이 되었고, 뒤따라온 아내를 반갑게 맞이하여 그 뒤로 부부가 온갖 복을 누리면서 잘 살았다. 도랑선비와 개울각시는 나중에 옥황상제의 분부로 말명신이 되어 조상신을 돌보고 지키며 심판하는 일을 맡아보았는데, 그 때문에 어느 집에서나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면 도랑선비와 개울각시도 함께 와서 얻어먹고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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