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낭자

배반낭자

(잔 배, 소반 반, 어지러울 랑, 깔 자)

[ 杯盤狼藉 ]

요약 잔과 그릇들이 이곳저곳에 어지러이 깔려 있는 모습.
술자리의 어지러운 뒤끝을 가리키는 표현.

온밤을 새워 (酒池肉林)에서 술을 마시다 보면 당연히 배반낭자가 되겠죠.
《사기》〈골계열전〉에 나오는 표현입니다. 골계(滑稽)란 익살스러운 말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재미있는 일화를 모아 놓은 것이 〈골계열전〉이죠.

전국시대 제나라에 순우곤이란 대신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가 나라에 큰 공을 세우자 왕이 그에게 술을 하사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묻습니다.
“선생은 술을 얼마나 마시면 취합니까?”
“신은 한 말을 마셔도 취하고 한 섬을 마셔도 취합니다.”
의아해진 왕이 되묻습니다.
“한 말을 마시고 취하는 사람이 어찌 한 섬을 마실 수 있단 말입니까?”
이에 순우곤이 답하지요.
“대왕께서 제게 술을 내려주실 때 곁에 관원과 어사가 자리하고 있다면 두려운 마음에 엎드려 술을 마시니 한 말도 채 마시기 전에 취하고 말 것입니다. 만일 제 어버이께 귀한 손님이 오셔 옷깃을 여미고 꿇어 앉아 술을 대접하게 되면 두 말을 채 넘기지 못하고 취할 것입니다. 만일 친한 벗이 오랜만에 찾아와 담소를 즐기는 자리라면 다섯 말은 족히 마셔야 취할 것입니다. 만일 마을에 모임이 있어 남녀가 섞여 술을 주고받고 손을 잡고 노니는 자리라면 여덟 말은 족히 마셔야 취할 것입니다. 날이 저물어 남녀가 함께 자리하고 신발은 서로 뒤섞이며 술잔과 그릇이 어지러이 흩어지고 촛불은 꺼진 채 여주인의 엷은 비단옷에 손이 닿으면 향기가 진동을 합니다. 이런 자리라면 한 섬을 마셔도 취하기 힘들 것입니다. 따라서 ‘술이 극도에 이르면 어지럽고, 즐거움이 극에 이르면 슬픔에 닿는다.’고 하는데 모든 일이 이와 같다고 할 것입니다.”
순우곤의 말에 크게 깨달은 왕은 대답하지요.
“모든 사물이 극에 달하면 안 된다는 공의 말씀에 깊이 공감하는 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