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지위

누란지위

(포갤 루, 알 란, 조사 지, 위태할 위)

[ 累卵之危 ]

요약 달걀을 포개 놓은 듯 위험한 상태.

달걀을 쌓아 본 적 있으신가요? 하나만 다루어도 위험한 달걀을 여럿 쌓아 놓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행동이지요.

앞서 (遠交近攻)을 주장하던 범수는 본래 위나라 출신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도 가난해 유세 길에 나설 노잣돈조차 없었습니다. 이에 중대부 수가를 섬기기로 했지요. 언젠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떠나는 수가를 수행한 범수는 그곳에서 제나라 양왕의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의 사람됨이 뛰어나다는 말을 들은 왕이 범수의 환심을 사기 위해 보냈던 거죠. 그러나 범수는 선물을 사양했습니다. 자신이 위나라 신하였기 때문이었지요. 한편 이 소식을 들은 수가는 범수가 조국 위나라의 기밀을 누설한 대가로 선물을 받았다고 판단, 위나라로 돌아오자 범수를 고발했습니다. 결국 범수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맞았는데, 범수는 죽은 체하여 가까스로 벗어날 수 있었지요. (九死一生)으로 조정을 탈출한 범수는 마침 그 무렵 진(秦)나라에서 온 사신 왕계를 따라 진나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범수는 왕계를 통해 진나라 왕을 알현코자 했는데 그때 그는 왕계를 통해 이런 말을 왕에게 전하도록 했습니다.
“지금 진나라는 달걀을 겹쳐 쌓아 놓은 것처럼 위태합니다만 신의 유세를 들으신다면 평안을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 말을 들은 진나라 왕이 즉시 범수를 부르지는 않았지만 1년여가 지난 후 왕을 만난 범수는 자신의 계책을 유세하였고, 원교근공(遠交近攻) 같은 정책을 통해 진나라를 강대국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수가는 어떻게 됐을까요?

훗날 진나라에 사신으로 온 수가는 자신이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범수가 진나라 재상에 올랐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지요. 범수는 이름도 장록이라고 바꿔 부르고 있었으니까요. 범수는 몰래 사신 수가의 숙소로 찾아듭니다. 깜짝 놀란 수가가 안부를 묻자 범수는 날품팔이로 연명한다고 거짓말을 하지요. 이에 안됐다고 여긴 수가가 음식을 대접하고 자신이 가지고 온 고급 솜옷을 줍니다. 결과적으로는 이 솜옷이 그의 목숨을 구하는데, 이튿날 재상 장록을 만나러 간 수가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되지요. 약소국 위나라 사신이 강대국 진나라 재상 앞에서 기를 펼 수 없음은 당연한데 게다가 예전 자신이 죽이려고 하던 인물이니! 그러나 범수는 수가를 준엄히 꾸짖고는 그가 마지막에 베푼 솜옷을 봐서 목숨을 살려준다고 말하죠.

다음 표현과 누란지위(累卵之危)를 비교한다면 어떤 것이 더 위험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