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치치아간

부족치치아간

(아니 불, 족할 족, 둘 치, 이 치, 어금니 아, 사이 간)

[ 不足置齒牙間 ]

요약 이빨 사이에 두기에도 부족함.
즉 거론할 가치가 없음.
부족치치아간 본문 이미지 1

참 기발한 표현인데요, 거론할 가치가 없다거나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하면 될 것을 이빨 사이에 두기에도 부족하다니요. 분명 말솜씨가 뛰어난 사람의 표현일 겁니다.
진시황이 죽고 난 후 진나라가 혼란에 빠진 것은 앞서도 살펴보았지요.

진시황의 뒤를 이어 황제에 오른 2세황제 호해는 본래 자신의 형에게 가야 할 황제의 자리를 불법적으로 강탈한 인물인데, 즉위하자마자 사치와 방탕을 일삼으며 정사에는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러자 각지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거병하게 되었고, 급기야 조정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오릅니다. 이에 여러 대신들이 반란군이 거병하였으므로 하루빨리 토벌해야 한다고 말하자 2세황제는 눈살을 찌푸립니다. 그때 숙손통이란 인물이 나서며 말하지요. “지금은 태평성대(太平聖大)인데 반란군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다만 좀도둑들이 있을 뿐인데 이들은 이빨 사이에 두기에도 족하지 않습니다. 아무 걱정 마십시오.” 그러자 2세황제는 생기를 되찾고 숙손통에게 상을 내립니다.

그럼 이처럼 아유구용(阿諛苟容)을 일삼은 숙손통은 어떤 인물일까요?

2세황제 앞에서 물러나온 관리들이 숙손통을 비웃으며 말합니다. “당신은 어찌 그리도 천연덕스럽게 아부를 잘하시오?” 그러자 숙손통이 말하죠. “당신들은 모를 것이오. 나는 지금 막 호랑이 입속에서 빠져나왔다오.” 말을 마친 숙손통은 그길로 관직을 버리고 도망쳐 유방 휘하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한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후 한나라의 관제와 법도를 제정하는 데 큰 공을 세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