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약무인

방약무인

(곁 방, 만일 약, 없을 무, 사람 인)

[ 傍若無人 ]

요약 곁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행동함.
즉 주위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이 말은 중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자객 가운데 하나인 형가라는 이의 행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전국시대 말기, 중국이 진(秦)나라를 중심으로 통일되려고 할 무렵 연(燕)나라 태자 단은 진왕 정(후의 진시황)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함께 조나라에 인질로 잡혀 있었던 두 사람이었지만, 후에 강대국이 된 진왕 정이 단을 인질로 잡는 등 수모를 주었기 때문이었지요. 단은 그때부터 정을 처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런 와중에 만나게 된 것이 바로 형가였습니다. 형가는 당시 축이란 악기를 잘 다루는 친구 고점리와 날마다 악기를 연주하고 술을 마시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놀 때는 곁에 누구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합니다.

방약무인은 이로부터 유래한 말입니다.

한편 태자 단을 만난 형가는 정을 암살하는 일을 맡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사방의 적을 우려해 철통같은 경비를 하고 있는 진왕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형가는 결국 그 무렵 진나라에서 연나라로 망명해 온 번어기라는 장수를 찾아갑니다. 그의 목에는 황금 1천 근과 1만 호의 영지가 현상금으로 붙어 있을 만큼 진왕의 노여움을 사고 있었습니다. 형가는 그를 만나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했고, 진왕에 대한 원한이 태자 단에 견줄 만큼 컸던 번어기는 “제 목을 바치겠습니다. 뒷일을 부탁드립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을 잘라 형가에게 바칩니다.
형가는 그의 목을 고급 상자에 넣은 다음 연나라 지도에 칼을 싼 후 말아 들고 진왕을 찾아 나섭니다. 지도를 바침은 곧 땅을 바친다는 의미였거든요. 번어기의 목과 연나라 지도를 들고 온 형가는 어렵사리 진왕을 만날 수 있었고 드디어 암살 계획을 실천에 옮깁니다. 진왕이 연나라 지도를 받아 펼치는 순간 형가는 칼을 빼 진왕을 향해 휘두르지요. 그러나 어쩝니까? 형가가 휘두른 칼이 진왕의 소맷자락만을 자르고, 결국 형가는 목숨을 잃고 맙니다.

방약무인 본문 이미지 1

별로 재미가 없지요? 영화 한 편으로도 부족한 장면을 줄이고 또 줄이니까 그렇습니다. 실제로 형가 이야기를 보면 감동과 흥미, 슬픔이 교차합니다. 꼭 한번 읽어보세요. 어디 있느냐구요? 사마천의 유명한 역사서 《사기》〈자객열전〉편에 나옵니다.
참, 그러니까 형가를 표현한 방약무인(傍若無人)이란 말이 좋지 않은 뜻으로 쓰이는 것은 좀 안타깝군요. 다음 표현을 쓰는 게 어떨까요? 그런 무례한 행동을 나타내는 말은 많고도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