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주불사

두주불사

(말 두, 술 주, 아니 불, 사양할 사)

[ 斗酒不辭 ]

요약 말술이라도 사양하지 않음. 즉 주량이 대단함.

아무리 많은 술이라 해도 사양하지 않을 만큼 주량이 큰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인데, 여기에는 얽힌 이야기가 있습니다.

두주불사 본문 이미지 1

진나라 말기, 당시 거병한 장수들 사이에는 진나라 도읍 함양에 가장 먼저 진입한 사람이 왕위에 오르기로 약조가 맺어져 있었습니다. 이에 유방이 진나라 수도 함양에 먼저 진입했다는 소식을 들은 항우는 크게 노하여 유방을 치고자 합니다. 그러자 항우에 비해 세력이 약하던 유방은 항우의 숙부인 항백을 내세워 항우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지요. 결단력이 부족한 항우는 이를 받아들인 후 홍문에서 화해의 술자리를 마련하는데, 이 모임이 유명한 홍문지회(鴻門之會) 즉 홍문의 모임입니다.
한편 술자리가 무르익자 항우의 부하 범증이 항우에게 유방을 없앨 것을 청합니다. 그러나 항우는 모른 체하지요. 다급해진 범증은 항장에게 칼춤을 추다가 유방을 없애라고 강권합니다. 이에 항장이 칼춤을 추기 시작하자 항백이 나서 함께 춤을 추며 유방을 방어합니다. 밖에서 이러한 잔칫상의 긴급한 상황을 보고받은 유방의 참모 장량은 장군 번쾌를 들여보내지요. 번쾌는 술자리에 들어서자마자 큰소리를 칩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우리 주군께서는 함양에 먼저 들어서고서도 장군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위협하다니!”
이에 깜짝 놀란 항우가 번쾌에게 소리칩니다.
“너는 누구인데 이런 무례를 저지르느냐?”
“저는 유방의 부하 번쾌라고 합니다.”
그러자 항우는 장수답게 외칩니다.
“참으로 장수라 할 만하다. 이 자에게 술과 고기를 갖다 주어라.”
이윽고 술 한 말과 생돼지고기 다리 하나가 번쾌 앞에 놓였습니다. 번쾌는 거리낌 없이 술 한 말을 다 들이마시고 돼지고기 다리를 찢어 먹었습니다.
“더 마시겠는가?”
항우가 묻자 번쾌가 대답합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저올시다. 어찌 술 몇 말을 사양하겠습니까?”
두 사람이 말술을 주고받는 틈을 타 홍문을 빠져나온 유방은 그 길로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요.
이렇게 하여 번쾌는 유방의 목숨을 구하고 항우는 천하를 얻을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한편 이때 항우가 취한 행동에 절망한 범증은 즉시 벼슬을 내놓고 낙향하고 맙니다. 그러면서 남긴 말이 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