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현종]웅포로 왜관을 옮기는 문제와 기근에 대해 의논하다

[조선 현종]웅포로 왜관을 옮기는 문제와 기근에 대해 의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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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이 양심합에 나아가 뜸을 맞았다. 약방 도제조 정치화가 아뢰기를, ˝성상께서 근래 오래도록 편찮으시어 인견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오늘 뜸을 맞으신 뒤에 품정할 일이 많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영상과 비국 당상 한 사람도 와서 기다리라.˝ 하였다. 뜸을 맞은 뒤에 영의정 허적과 이조 판서 김수항이 입시하였다. 허적이 왜인의 서계(書契)를 꺼내어 읽고 나서 아뢰기를, ˝왜관(倭館)을 옮기는 한 가지 일에 대해서 우선적으로 품정해야 하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웅포(熊浦)에서 통영(統營)까지는 거리가 매우 가까워서 만약 긴급한 일이 발생하면 손을 쓸 수가 없을 것이다.˝ 하니, 허적이 아뢰기를, ˝웅포로 옮기게 해 달라고 요청한 지가 오래되었습니다만, 신은 결코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밖의 의논은 혹 ˝그들이 웅포로 곧바로 도달하게 되면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끝까지 거절을 하면 아마 사건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합니다만, 신은 이런 것은 염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별도로 차견되어 온 왜인에게 3일만 지공을 하였는데, 지금은 비록 1년을 머물러 있더라도 모두 지공을 하기 때문에 지공에 소용되는 쌀이 수천 섬이나 되어, 남쪽 지방의 물력이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밖의 의논이 혹 차라리 허락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좌상의 생각은 어떠한가˝? 하니, 정치화가 아뢰기를, ˝왜관을 옮겨 달라는 요청을 결코 허락하기 어렵다면 다만 내지(內地)로 옮겨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말을 하여 거절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저들이 만약 아무 곳에 선창(船倉)을 짓게 해 달라고 청한다면 모르겠으나, 웅포는 내지에 가까우니 허락할 수 없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지금 이미 밀과 보리를 실농하였으니, 농민들이 양식을 마련하기가 필시 어려울 것이다. 장차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하니, 허적이 아뢰기를, ˝오늘 소신이 들어올 때에 굶주린 백성들이 다투어 가며 길을 메우고 호소하였습니다. 백성들의 절박함을 또한 알 수가 있습니다.˝ 하고, 정치화가 아뢰기를, ˝내년에는 백성들의 죽는 숫자가 필시 올해의 두 배가 될 것이니, 백성들을 살리는 대책을 미리 강구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이러한 때에 성상께서 만약 인조 대왕께서 남한 산성에서 포위당했을 때의 마음을 성상의 마음으로 삼으시고 종묘 제사 이외에는 모든 일들을 정파하신다면 거의 다 죽어가는 백성들을 구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고, 허적이 아뢰기를, ˝임진년 난리 후에는 종묘의 제사를 단지 분향만 하였습니다. 제사가 비록 중대한 일이기는 하나 어찌 변통하는 도리가 없겠습니까.˝ 하였다. 김수항이 아뢰기를, ˝흉년이 들어 곡식이 익지 않으면 제사에 음악을 연주치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이른바 흉년이라고 하는 것은 필시 오늘날과 같은 데에 이른 경우는 아닐 것인데도 종묘의 음악도 연주치 않았다면, 오늘날 온갖 일들을 정파하는 것을 또한 어찌 조금이라도 늦출 수가 있겠습니까.˝ 하고, 정치화가 아뢰기를, ˝임금은 구중궁궐에 거처하시니, 어찌 외간의 질고를 알겠습니까. 올해의 기근은 전고에 없던 바입니다. 계갑년(癸甲年)의 흉황도 또한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남쪽 지방이 임진년 이후로 병화(兵火)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물이 매우 번성하였는데, 지금 전고에 없던 재난을 당하여 삼남 지방에 사망자가 더욱 많으니, 참으로 애통한 일이다.˝ 하였다. 허적이 아뢰기를, ˝신이 주방(酒房)의 일을 가지고 진달하고자 합니다. 세종조에는 재난을 만나 주방을 혁파하고 심지어 약방에서 사용할 술까지도 혁파하였기 때문에 7일 내에 혜성이 없어졌습니다. 상께서도 평소에 술을 드시지 않는데, 한 해의 술빚는 쌀이 5백여 섬이고 그 외에 기타 진배하는 물품도 그 숫자가 매우 많습니다.˝ 하고, 정치화가 아뢰기를, ˝만약에 주방을 특별히 먼저 혁파한다면 원근에서 들음에 실로 성덕에 빛이 있게 될 것입니다.˝ 하였다. 허적이 아뢰기를, ˝대왕 대비전과 자전에게 공상하는 물품에 대해서 성상께서는 줄이는 것을 어렵게 여기니 신이 또한 받들어 따르겠습니다만, 주방은 상<중략>
• 출처 : 『조선왕조실록』 현종개수실록 12년 5월 29일(기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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