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효종]이경석이 상차하여 대마도의 차왜에게 하는 대우가 적절치 못하다고 아뢰다

[조선 효종]이경석이 상차하여 대마도의 차왜에게 하는 대우가 적절치 못하다고 아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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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돈녕부사 이경석(李景奭)이 상차하기를, ˝늙고 병든 신 따위는 성은에 보답할 길이 없으니, 구구한 작은 정성으로 오직 성상의 만수무강과 국가 운명이 공고하기를 빌 뿐이기는 하나 이처럼 새해룀¼ 맞이하고 보니 보잘것없는 정성이 한층더 간절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임금이 훌륭한 정치를 이룩하는 방도는 수신(修身)보다 먼저 할 것은 없고, 몸을 닦는 데는 학문을 강론하는 것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습니다. 학문을 닦는 길은 별다른 것이 없고 오직 착하지 않은 것임을 알았을 때 빨리 고쳐서 착함을 따르는 일뿐입니다. 삼가 듣건대 전하께서 선비를 좋아함이 근래에 와서 더욱 독실하여 자리에 제대로 앉지도 못하면서 초조히 선비를 찾으심이 예전의 선왕들보다 휠씬 뛰어나시며, 격언을 즐거이 받아들이고 훌륭한 선비를 예우하며, 경연에 자주 납시어 《심경》을 토론하신다 하니, 이것이 만사의 근본이자 모든 교화의 근원이므로 여기에서 나라의 부흥을 내다볼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 큰 다행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심경》 한 질이야 그 어느 것인들 모범이 될 만하지 않겠습니까마는, 그 중에서도 이른바 ˝공경으로써 안을 올바르게 하고 의리로써 밖을 절도있게 한다.˝와 ˝멀지 않아서 회복될 것이니 후회하는 데까지는 가지 않으리.˝라는 교훈은 공부를 하는 데 있어 매우 절실한 말입니다. 언제나 잘 생각하여 오래도록 간직한다면, 산택(山澤) 같은 징분 질욕(懲忿窒慾)과 풍뢰(風雷) 같은 천선 개과가 어찌 한꺼번에 여유있게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선유(先儒)가 이것을 발휘하면서, 징분에 있어서는 ˝산을 무너뜨리듯이˝, 질욕에 있어서는 ˝구렁텅이를 메우듯이˝, 천선에 있어서는 ˝바람처럼 빨리˝, 개과에 있어서는 ˝우레처럼 모질게˝ 해야 된다고 하였으니, 이 말은 너무나도 긴요하고 절실한 말입니다. 참으로 이렇게만 해낸다면 멀지 않아서 회복되는 것도 진실로 여기에 있거니와, 멀지 않아서 회복이 되고 나면 후회하는 데까지 가지 않으며, 올바르고, 절도있고, 큰 것도 따라서 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 극도의 효과를 미루어 본다면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하는 데에 어찌 이것을 놔두고 다른 데서 구할 수 있겠습니까. 신은 본래 학식은 없으나 알맹이는 버리고 껍데기나 취하는 서툰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하찮은 부분이나마 조금 엿본 것이 있기에, 감히 경전(經傳)의 말로써 전하 앞에 외어 올리는 바입니다. 성명께서 이러한 것쯤이야 이미 익히 강론하여 자주 들었을 것인데도 신이 중첩됨을 피하지 않고 거듭 진달하는 것은, 참으로 성명께서 빛나는 공부를 보다 더 가하시어 점차 날로 새로워지는 경지로 들어가서, 기어코 한 번의 변화로 도(道)에 도달할 것을 다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대저 군자의 중용(中庸)이란 필부와 군주로써 구분을 두지 않는 것이니, 처사를 순리대로 하고 모든 수응을 적당하게 하는 데는 그 도리가 똑같습니다. 더구나 인주(人主)는 하루에도 수많은 일을 보기 때문에 수작할 것이 하도 다양하여, 안으로 서민을 사랑하고 밖으로 거리가 먼 사람까지 회유하려면, 그 계획하는 일에 반드시 지나치거나 모자라는 착오가 없은 뒤에야 사물과 나와의 사이가 평등해지고 원근이 승복하게 될 것이요, 나라는 따라서 안정될 것입니다. 《중용》 구경(九經)에 이른바 ˝가는 자를 후하게 하고 오는 자를 박하게 한다.˝란 말은 바로 제후들을 회유하는 중도입니다. 지난 병자 호란 때만 해도 조정 신하들이 중도에 벗어난 논의만 하지 않았더라도 기어코 위태롭고 수치스런 화를 부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범에게 다쳐 본 사람이 더 잘 놀라듯이, 신은 또 늙었기에 지나친 염려가 없을 수 없습니다. 삼가 두려운 것은 오늘날 조정에서 대마도의 차왜(差倭)에게 하는 대우가 적절하지 못한 일인데, 신이 탑전에서 대충 개진한 적이 있기는 하나, 이제 다시 진술하겠습니다. 저들은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고 자처하는데도 우리는 일언 반구의 사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문자 몇 구절이 준례를 어겼다는 이유로 책망만 하고 있습니다. 신이 아직 그 내용을 분명히 알 수는 없으나, 저들이 만약 어떤 의도가 있어서 그렇게 하였다면 그 차왜를 아무리 책<중략>
• 출처 : 『조선왕조실록』 효종 9년 2월 4일(신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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