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신 손돌

바람 신 손돌

분류 문학 > 초월적 인물형 > 귀신(鬼神)형

• 갈래 : 신화
• 시대 : 조선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편집부 ()
• 내용 :
병자호란을 맞은 조선시대 16대 인조대왕은 황급히 서울을 빠져나와 강화도로 피신하기 위해 한강에서 배를 탔다. 그 배는 손돌(孫乭)이라는 사공이 저었다. 그런데 강화도에 거의 다 왔을 무렵에 갑자기 배가 여울의 세찬 물길에 휩싸여 요동을 치는 바람에 배가 금방이라도 파손될 것 같았다. 이에 인조는 심한 불안감을 느끼고 신하를 시켜 손돌에게 주의를 시켰다. 손돌은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말라고 하면서 더욱 힘차게 노를 저었다. 그러나 배는 계속 여울 쪽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조금 전보다 더 심하게 요동을 쳤다. 이런 손돌이의 행동에 인조는 의심을 품었다. “필시 저놈이 적군의 사주를 받고 흉계를 꾸미고 있음이 분명하다!”이렇게 결론을 내린 인조가 호위병을 시켜 목을 베려 하자, 손돌이는 노를 젓던 손을 멈추고 인조 앞에 엎드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원래 이 물길은 아주 험한 곳으로 소문난 곳이 옵니다. 하지만 이 물길이 아니고는 저 여울목을 도저히 빠져나갈 수가 없사옵니다.” 그러나 한번 의심을 품은 인조에게는 이 말마저도 의심스럽게 들렸다. 인조는 단호하게 손돌이의 목을 치라고 재차 명령을 내렸다. “그렇다면 상감마마, 이 바가지를 물 위에 띄울 테니 바가지를 따라 그대로 가십시오. 그러면 무사히 저 건너 강화도에 도착하게 될 것이옵니다.” 이렇게 말한 손돌은 바가지를 바치고 호위병의 칼을 받았다. 이 때 그가 죽은 장소가 바로 나중에 손돌목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인조는 다른 사공으로 하여금 배를 젓게 하였다. 그러나 손돌이와 달리 물길을 전혀 모르는 사공이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배는 조금 전보다 더 흔들렸다. 파랗게 겁에 질린 사공을 지켜보는 인조의 마음은 더욱 불안해졌다. 인조는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손돌이의 유언대로 바가지를 물에 띄우고 그것이 흘러가는 대로 노를 젓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거세어진 물길이 미친 듯이 뱃전을 때려 배가 금방이라도 파손될 것 같았다.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나뒹굴며 비명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바다 한복판이라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모두 운명을 하늘에 맡기고 다만 물결을 따라 이리저리 뒤척이며 가고 있는 바가지만 따라갈 뿐이었다. 그렇게 파도와 바람과 싸우며 불안에 떨었던 얼마 후, 마침내 바가지가 멈춘 바닷가를 통해 인조 일행은 무사히 강화도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손돌이의 충성심을 깨달은 인조는 그를 죽인 것을 애석하게 여기며 눈시울을 적셨다. 서울로 돌아온 인조는 신하들에게 손돌이의 무덤 앞에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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