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렁덩덩신선비

구렁덩덩신선비

분류 문학 > 초월적 인물형 > 이인(異人)형

• 갈래 : 민담
• 시대 : 시대미상
• 신분 : 일반
• 지역 : 기타
• 출처 : 한국구전 (15, 139)
• 내용 :
아주 먼 옛날에, 어떤 아주머니가 아들을 낳았는데, 글쎄 사람을 안 낳고 구렁이를 낳았다. 이 징그러운 걸 방에서 키울 수도 없고 해서 부엌 구석에다 삼태기로 씌워놓고 키우는데, 이 구렁이가 또아리를 틀고 점잖게 있다가 때가 되면 스르르 기어 나와서 밥을 먹고 또 들어가고, 이렇게 살았다. 그런데 그 옆집에는 세 자매가 살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세 딸들이 구렁이를 구경한다고 이 집에 놀러 왔는데 맨 처음 첫째 딸이 구렁이를 보고는 “아유, 징그러워”하면서 막대기로 구렁이 왼쪽 눈을 쿡쿡 찔렀다. 그 다음 둘째딸이 보고는 “아유, 더러워”하면서 막대기로 구렁이 오른쪽 눈을 쿡쿡 찔렀다. 그러자 구렁이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말았다. 그때, 셋째 딸이 그걸 보고는 “어머나, 구렁덩덩 신선비님. 불쌍하기도 해라”하고 옷고름으로 구렁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일이 있은 뒤에 구렁이가 자기 어머니보고 “어머니, 저를 옆집에 사는 셋째 딸에게 장가들게 해 주세요”하고 조르는 것이었다.

당연히 구렁이 어머니는 그 말을 듣고 기겁을 했지만 그래도 구렁이는 자꾸 졸랐다. “가서 말이라도 한번 해 보세요. 정 안된다고 하시면 저 아궁이에 들어가서 다시는 안 나올 거예요.” 이렇게 부득부득 졸라대니 구렁이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옆집을 찾아가, 아들이 이집 딸에게 장가를 들겠다니 어찌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 말을 들은, 처녀 어머니는 펄쩍 뛰면서 안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딸한테 물어나 보자고 딸들에게 물었는데, 예상대로 첫째 딸과 둘째딸은 펄쩍 뛰었다. 마지막으로 셋째 딸을 불러 물어보니, “구렁덩덩 신선비님이 좋다면 가겠어요.” 이러지는 것이었다. 어머니가 아무리 말려도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혼인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구렁이가 사모관대를 쓰고 장가를 갔는데, 그날 밤에 이 구렁이가 허물을 쓱 벗고 사람모습으로 변하는 것이었다. 인물도 훤하고 아주 멋진 새신랑이 된 것이다. 그러더니 자기가 벗은 허물을 색시에게 주면서 “이것을 잘 간수해 주시오. 만약 이게 없어지면 나도 없어져야 되오.”하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러자 색시는 그 허물을 고이고이 주머니에 넣어서 옷고름에 차고 다니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들이 놀러 와서는 구렁이 허물을 좀 보자고 자꾸 보챘다. 안된다고 해도 억지로 빼앗아서 보더니 그만 심술이 나서 활활 타는 화로 속에 던져 넣어버렸다. 허물은 홀랑 타 버렸고, 그러자 구렁덩덩 신선비는 어디론가 가 버리고 다시 오지 않았다.

색시는 구렁덩덩 신선비를 찾아 집을 나섰다. 정처 없이 가다보니 웬 노인이 산에서 괭이질을 하면서 밭을 일구고 있었어. “할아버지 새파란 저고리에 하얀 바지 입은 구렁덩덩 신선비님 이리로 가는 거 못 보셨어요” 하니까 “이 산밭을 다 일궈주면 가르쳐 주지” 했다. 그래서 그 큰 산밭을 다 일궈줬다. 그랬더니 “요 산 너머 큰 바위 지나 좁디좁은 길로 갔지” 하고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그 길로 하염없이 가다 보니 까치들이 나무에 집을 짓느라고 바쁘게 날아다녔다. “까치야 새파란 저고리에 하얀 바지 입은 구렁덩덩 신선비님 못 봤니” 하니까 “집 지을 삭정이 한 아름 따다 주면 가르쳐 주지” 하고 대답했다. 색시는 까치가 집짓기 좋게 삭정이를 한 아름 따다 줬다. 그러니까 “저 고개 너머 가시덤불 지나 개울물 따라갔지” 하고 가르쳐 주었다. 까치가 가르쳐 준 길로 한참 가니까 할머니가 개울가에서 빨래를 산더미만큼 쌓아놓고 방망이로 두드리고 있었다. 색시는 세 번 다 내기에 이겨서 구렁덩덩 신선비랑 오래오래 잘 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