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부사

밀양 부사

분류 문학 > 초월적 인물형 > 귀신(鬼神)형

• 갈래 : 전설
• 시대 : 조선
• 신분 : 관료
• 지역 : 영남
• 출처 : 청구야담 (김74)
• 내용 :
옛날 밀양 부사 한 사람이 중년에 상처(喪妻)하고 첩과 며느리, 그리고 미혼의 딸 하나를 데리고 살았다. 딸은 유모 손에서 자라 함께 관부의 별당에서 거처했는데 하루는 두 사람이 행방불명되어, 부사는 이 일로 상심하다가 얼마 후 그 길로 사망했다. 이후로 밀양에는 부사가 부임하면 곧 사망하는 일이 3, 4차례 계속되어 흉읍(凶邑)으로 소문이 나 아무도 밀양 부사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조정에서는 매우 걱정하여 밀양 부사 희망자를 구했는데, 겨우 6품에 오르고 물러나 있던 60여 세의 한 가난한 무인이 지원하게 되었다. 부사가 부임하니, 관속들이 모두 존경하는 빛이 없고, 더구나 부인을 데리고 부임한 것을 매우 귀찮게 여기는 눈치였다. 밤에 아내는 부사에게 말하기를, 영감이 두려워 하니 안에서 주무시고 자신이 남자 옷을 입고 나가 밤에 동정을 살피겠다고 했다. 부사 아내가 남복을 입고 촛불을 밝히고 있는데, 밖에서 지키는 아전이나 관노가 모두 말도 없이 도망쳐 가버렸다.

밤중에 음풍이 일더니 문이 저절로 열리고, 온몸에 피를 흘리는 처녀가 머리를 풀고 알몸으로 나타나 손에 든 주기(朱旗)를 보여주었다. 부사 아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하기를, 자신이 알아서 원수를 갚아줄 테니 다시는 나타나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니 여인은 곧 사례하고 물러갔다. 아내는 일을 처리하고, 부사가 나가 잠이 안 와 뜬눈으로 밤을 새웠는데, 아침에 관속들이 부사가 죽은 줄 알았다. 이때 부사가 관복을 갖추어 입고 문을 열고 나가니 관속들은 놀라 흩어졌고, 부사는 관부를 지키지 않은 죄를 물어 아전들과 관노들을 벌주었다. 이렇게 해서 아전들과 관노들은 부사를 귀신같이 생각하고 어쩔 줄을 몰랐다. 부사의 아내는 필시 지난번 부사의 딸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생각되니, 처녀가 손에 들고 있던 ‘주기’를 단서로 ‘주기’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을 찾으라 했다. 부사가 장부를 조사하니 집사 중 한 사람 이름이 ‘주기(周基)’였으므로, 문초하니 다음과 같이 자백하는 것이었다. 집사인 주기는 부사 딸에게 마음이 끌려 뇌물을 많이 주고 유모를 매수하고, 유모를 시켜 부사 딸을 관부 뒤편에 있는 대밭 근처의 죽루로 데리고 나오도록 유인하였다.

죽루에 숨어 있다가 부사 딸을 겁탈하려 했는데, 부사 딸이 소리치고 강하게 저항하므로, 급한 나머지 칼로 찔러 죽이고, 일이 탄로될까 하여 유모도 함께 죽여 두 시체를 관부 뒷산에 묻었다는 것이다. 부사가 이 일을 관찰사에게 보고해 주기를 사형에 처하고, 부사 딸의 시체를 파니 몇 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썩지 않고 깨끗했다. 새 옷을 입히고 잘 염습해 서울로 올려 보내 선산 곁에 장례지내고, 밀양 관부 뒤편의 대밭을 없애고 죽루도 헐어버리니, 이후로 밀양부에는 아무 일이 없었다. 그리고 부사는 명관장으로 소문이 나서 크게 출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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