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꿈에 한 평생을 산 스님

하룻밤 꿈에 한 평생을 산 스님

분류 문학 > 초월적 인물형 > 도승(道僧)형

• 갈래 : 전설
• 시대 : 삼국
• 신분 : 승려
• 지역 : 영남
• 출처 : 삼국유사 ()
• 내용 :
신라 시대 세달사라는 절에 조신이라는 스님이 살았다. 어느 날 조신은 우연히 근처에 사는 태수 김흔공의 딸을 보고 그만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날이 갈수록 김흔공의 딸을 좋아하는 마음이 점점 깊어지자 조신은 끙끙대며 고민하다 관세음보살께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그는 불상 앞에 엎드려 승려라는 자신의 신분도 까맣게 잊어버린 체 부처님께 사랑을 이루어 달라고 기도를 드렸다. 하지만 그의 간절한 소원에도 불구하고 김처녀에게 배필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김 처녀가 혼인을 한다는 소식을 들은 조신은 절망하며 낙산사로 가서 부처님을 원망하며 불상 앞에 엎드려 날이 저물도록 눈물을 흘렸다. 한참을 눈물을 흘리다가 지친 조신은 불상 앞에서 깜박 잠이 들고 말았는데 잠시 뒤 불당 문이 스르르 열리면서 어느 한 여인이 들어왔다. 그 여인은 다름 아닌 조신이 그렇게도 사랑하였던 김 처녀였던 것이다. 조신 앞으로 달려온 김 처녀는 "스님, 저는 평소에 늘 스님을 사모해왔습니다.

그런데 저희 부모님께서 저를 다른 곳으로 시집보내려 하시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습니까"하고 말하였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조신과 김 처녀는 함께 멀리 떠났다. 둘은 그 동안 가슴에 묻어 두었던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았다. 그렇게 4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에게 다섯 명의 아이도 생겼다. 허나 살림은 나날이 궁핍해져가기만 했고, 결국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떠도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 명주 해현 고개를 넘어가다 갑자기 큰 아들이 굶주림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통곡하며 죽은 아이를 길가에 묻고 남은 네 아이들을 데리고 우곡현에 가서 움막을 짓고 살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밥 동냥을 하러 갔던 딸아이가 사나운 개에게 물려서 피를 흘리며 절뚝거리며 집 앞으로 와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조신의 아내는 참을 수 없는 아픔에 목 놓아 통곡을 하면서 "내가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는 우리는 젊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부부의 인연을 맺고 오랜 세월 살다 보니 우리의 젊음과 아름다움은 다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리저리 떠돌며 동냥을 하면서도 부끄럼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내가 있는 것이 짐이 되고 나는 당신 때문에 걱정이 깊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에 우리가 나누었던 즐거움이 지금의 고생과 걱정을 불러 온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살 바에는 헤어져서 사는 게 나을 것 같아요."라고 조신에게 말하였다.

두 사람은 합의하에 서로 두 아이씩 맡아 각자의 길을 떠났다. 조신이 아내와 작별을 하고 길을 떠나려던 순간 그는 잠에서 깨어났다.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낙산사의 관세음 보살상 앞에 누워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한평생의 고생을 모두 겪기라도 한 듯 그의 머리와 수염은 어느덧 하얗게 변해있었다. 모든게 하룻밤 꿈이었음을 알게 된 조신은 인간의 괴로운 삶이 싫어지면서 욕심도 깨끗이 없어졌다. 그리고 꿈속에서 굻어 죽은 아들이 생각나서 큰 아들을 묻었던 곳을 파보았더니 신기하게도 그곳에서 돌미륵이 나왔다. 조신은 돌미륵을 잘 씻어서 정토사라는 절을 세워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기고 덕을 쌓으며 남은 평생을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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