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족

호족

[ 豪族 ]

시대명 고대/남북국

하대 재지(在地) 지배세력.

신라 하대 중앙의 왕위계승전으로 지방에 대한 통제력이 약화되자 전국 각처에서 일정한 지역을 점거하고 그곳에 자기의 세력을 펴고 있던 독립적 존재들이 나타났는데 이들을 호족이라 한다. 이러한 재지세력에는 몰락해 내려간 중앙 이 지방에서 새로 기반을 닦은 경우도 있었으며, 지방관으로 파견되어 있던 관리가 스스로 독립한 경우도 있었으나, 대부분은 군현의 행정체계 밑에서 촌락민을 통제하는 구실을 담당해온 출신이었다. 하대에 이르러 이들은 중앙의 가혹한 수탈에 대항하면서 개간과 수리사업 등을 통해 농업생산력을 발전시키고 토지를 겸병하며 세력을 확대하는 한편, 도적들의 약탈로부터 자위하기 위해 군사력을 갖추기도 했다. 이들 중에는 당과의 대외무역으로 경제적 기반을 확대한 해상세력가도 등장했는데, 의 를 비롯하여 강주(康州, 진주)지방에서 독립적 세력을 누리며 후당(後唐)과 통교하기도 했던 왕봉규(王逢規)와 송악(松岳, 개성)지방에 근거를 두었던 왕건의 할아버지 작제건(作帝建) 등이 대표적이며, 그 외 남양이나 나주같이 해상무역이 번성하던 곳에도 해상세력가들이 상당수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한편 신라는 국경의 수비를 위해 변경지대에 군진을 설치했는데 782년 평산(平山)에 둔 패진강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또한 해상무역이 발달하게 되면서 해적들의 횡행이 심해지자 해안의 요지에도 군진을 두어 청해진·· 등이 설치되었다. 이러한 군진들은 중앙통제력이 약화된 신라 하대에 지방 세력가에게 군사적인 힘을 제공하는 근거지가 되었다. 호족들은 광대한 장원과 막대한 사병을 거느리고 성주나 장군으로 자처하며 전국 각처에서 일정한 지역을 점거하고 그곳에 자기 세력을 펴고 있던 독립적 존재로서 각기 독자적인 행정조직까지 갖추고 있었다. 이들은 6두품 출신의 선승이나 유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중앙의 진골귀족과 골품체제에 반대하는 사상적 경향을 지녔으며, 신라 말기 대두한 반(反)정부세력과 제휴하여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