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

살구

분류 과학기술/의약 > 시놉시스

옛날 어느 마을에 부모를 잃고 할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는 순이가 있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을 모두 잃었기 때문에 할머니가 순이를 키워 주었는데 부모님은 마을에 돌림병이 돌 때 함께 죽었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이었다.
할머니는 부모님 이상으로 순이를 사랑하며 길러 주었다.
그래서 순이는 얼굴도 모르는 부모님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나지 않았다.
대신 잠시도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고 같이 지냈다.
“아이구 내 강아지 이쁘기도 하구나, 우리 순이가 시집갈 때까진 이 할미가 살아야 할텐데 걱정이구나.”
“할머니는 맨날 나보고 강아지래요. 이렇게 큰 강아지가 어디 있어요.
할머니!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제가 시집가면 할머니 호강시켜 드릴께요.”
“네 말만 들어도 좋구나. 이 할미는 순이가 시집 갈 때까지만 살면 원이 없겠구나.”
순이도 속으로는 할머니 건강이 걱정이었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할머니 앞에선 늘 웃었다.

어느 날 물을 길어 나르던 할머니가 마당에서 넘어져 다쳤는데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순이는 밤낮으로 간병을 하며 정성껏 할머니를 돌보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연세가 드신 탓인지 순이의 정성에도 차도가 없었다.
병이 깊어질 때로 깊어진 할머니에게 순이가 물었다.
“할머니, 혹시 잡숫고 싶은게 있어요? 말씀 하시면 제가 구해올께요.”
겨우 입을 뗀 할머니는 가느다란 목소리로 말했다.
“순이야! 할미가 살구가 먹고 싶구나. 맛있게 익은 살구 하나만 먹으면 금방 일어날 것 같은데 말이다. 너를 힘들게 만들어 미안하구나.”
“아니예요 할머니, 제가 나가서 살구를 구해 올께요.”

할머니께 약속은 했지만 순이는 암담했다.
여름이 되어야 익는 살구를 이 엄동설한 겨울에 어디가서 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도 순이는 이 마을 저 마을 찾아 다니며 살구를 구했지만 어디에도 잘 익은 살구는 보이지 않았다.
“에이구, 순이가 불쌍해서 어쩐대. 이렇게 추운 겨울에 익은 살구를 어디서 찼누.”
“그러게 말야. 여름 한철 흔하게 살구인데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그짝이구만.”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누가 알아? 순이의 정성에 감복한 하늘이 귀한 살구를 내릴지.”
동네 어른들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순이의 애달픈 이야기를 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여기 저기 찾아봐도 살구를 구하지 못하자 애간장이 타는 순이는 매일매일 천지신명께 빌었다.
“천지신명이시여! 불쌍한 우리 할머니를 살려 주십시오. 잘 익은 살구 하나만 먹으면 아픈 병이 씻은 듯이 낫겠다 하시는 할머니의 소원을 들어 주십시오. 부모 없는 저를 키우느라 온갖 고생을 다하신 가여운 할머니입니다. 살려주십시오!”

할머니 병을 고치려고 일편단심 간절히 빌던 어느 날 누가 방문 밖에서 순이를 부르는 것이었다.
밖으로 나가보니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오색광채에 둘러싸여 있었다.
“순이 네가 할머니의 병을 고치려고 백방으로 뛰어 다니며 살구를 찾는 것을 보고 네 정성이 갸륵하여 잘 익은 살구를 여기 가져왔으니 이것을 할머니께 먹이도록 하여라.”
“제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살구를 가져오셨다구요?. 정말 감사하옵니다. 하온데 할아버지께선 뉘시온지요?”
“나는 저 앞산을 지키는 산신(山神)이니라. 가만히 굽어보니 어린 네 효행이 기특하여 상을 내리노니 앞으로도 할머니를 정성껏 봉양토록 하여라.”
“산신님! 이 은혜는 잊지 않겠사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살구를 받아 쥐며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산신은 오생광채와 함께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깜짝 놀란 순이가 눈을 뜨니 꿈이었다.
맥이 빠진 순이가 한숨을 내쉬며 이마의 땀을 닦으려 손을 올리는 순간 무엇인가 순이의 손에 쥐어져 있음을 느꼈다.
손바닥을 펴 보던 순이의 호흡이 딱, 멎는 것 같았다.
꿈에 신선이 건네주었던 그 살구가 정말 순이의 손에 쥐어져 있었던 것이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럽게 잘 익은 살구 세 알이었다.
‘아, 신선님이 나를 찾아오신게 정녕 꿈이 아니란 말인가. 하늘이 우리 할머니를 살려 주시려나 보다’
순이는 할머니를 일으켜 앉히고 살구를 드렸다.
기운이 없던 할머니는 살구를 보자 반색을 하시며 맛있게 잡수셨다.
그리고는 깊은 숨을 내쉬셨다.
“휴우, 이제야 살 것 같구나. 꼼짝없이 죽나 했더니 순이가 할머니를 살렸구나. 이젠 아픈게 말끔이 없어진 것 같애.”
어젯밤 꿈에서부터 계속 믿기지 않는 일을 겪고 있는 순이는 무어라 말도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날부터 할머니는 예전처럼 건강을 되찾았고 순이의 집에는 늘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살구의 약제(藥劑)는 풍열이나 해소 등에 내복약으로 쓰인다.
자양강장에도 효험이 있다고 한다.
또 나무의 근피(根皮,뿌리껍질)는 해열·거단 등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구의 씨는 행인(杏仁), 꽃을 행화(杏花), 나무를 행자목(杏子木) 또는 행자수(杏子樹), 과실을 행자(杏子), 씨앗의 기름을 행인유(杏仁油)라 하는데 한방과 민간에서 행인과 행인유를 해열·견독·보익·진해·두통·중풍·각기·편도선염·진정 등에 다른 약제와 함께 처방하여 약으로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