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상사화

분류 과학기술/의약 > 시놉시스

옛날 한 농가에 순이라는 열 일곱 살 된 처녀가 있었는데 바로 그 옆집에는 씩씩한 청년이 살고 있었다.
순이는 얼굴도 예쁘고 복스러웠을 뿐 아니라 마음씨도 착해서 마을 사람들의 칭찬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부모님은 딸이 혼기가 찬 나이라 좋은 혼처를 정해 시집보내고자 하였다.
“얘야, 네 나이도 이제 꽉 찼으니 시집가야 하지 않겠느냐? 우리가 좋은 혼처를 찾아보도록 하겠다.”
“부모님 말씀이 타당하오나 아직은 부모님 곁에 더 머무르고 싶습니다.”
순이는 혼삿말이 오갈 때마다 내노라 하는 신랑감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바로 옆집의 총각을 짝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이의 이런 애타는 마음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 청년이 싸움터로 떠나게 되었다.
청년이 떠나는 날 순이는 장독대에 숨어서 눈물을 흘렸다.
“내 마음을 말하지도 못한 채 옆집 총각이 전쟁터로 떠나버리니 언제 돌아올지 기약도 없는데 정말 세월이 야속하구나. 살아 돌아오기만 하시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청년이 싸움터에서 전사했다는 통보가 왔다.
순이는 연못가로 달려가 하루종일 울었다.
“다시는 옆집 총각을 볼 수가 없구나. 그러니 내가 살아야 무엇 하겠는가. 나도 그 사람의 뒤를 따르리라.”
순이는 물 속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얼마 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옆집 청년이 훌륭한 무사가 되어 돌아왔다.
청년은 자기 때문에 세상을 등진 옆집 순이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순이가 나로 인해 세상을 등지다니. 진작 나를 사모하는 그 마음을 알았으면 좋았을텐데 아! 앞으로 그 정도로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거야.“
청년은 마침내 결심을 굳히고 순이가 죽은 그 연못 속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다.

그 후 여름이 되자 연못가에는 처음 보는 풀이 돋아 나더니 7월에 연한 녹색의 풀잎이 시들어버리자 8월에 꽃대가 땅 속에서 올라오더니 연한 붉은빛의 꽃이 여러 송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이 풀이 꽃을 피우지만 열매는 맺지 못하며 풀잎이 말라죽은 뒤에 꽃대가 나와서 꽃이 피므로 풀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꽃은 풀잎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순이의 마음 같다 하여 상사화(相思花)라 부르게 되었다.

상사화는 관상용·약용으로 쓰이는데 화단에 심어 여름에 탐스런 꽃을 감상하고 인경(鱗莖)은 한방과 민간에서 거담·구토·창종·적리(赤痢, 이질의 한 종류)급만성기관지염·폐결핵·백일해·각혈·해열 등에 다른 약재와 같이 처방하여 약으로 쓴다.